신화의 역사 세계신화총서 1
카렌 암스트롱 지음, 이다희 옮김, 이윤기 감수 / 문학동네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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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카렌 암스트롱은 예전 카톨릭 수녀원에서 수학하다 회의와 방황을 거쳐 거기를 나온 후에 종교학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를 한 세계적 종교저술가이다. 암스트롱은 신화에 대한 깊이있는 시각과 역사적 흐름 그리고 자신만의 해석을 책을 통해 얘기한다. 이 책에 대한 느낌을 그냥 쓰는 것보단 신화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팽배하기에 암스트롱의 생각을 짧게 전달함도 유용하게 보인다.


인간은 의미를 추구하는 동물이고, 이성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것을 생각하고 경험할 수 있는 상상력을 가진 동물이기에 이야기를 통해서 더 큰 시야를 갖고, 삶을 바라보고, 삶의 바탕에 깔린 원형을 드러냈다. 신화가 가지는 여러 가지 특징을 열거해 보자면 다음과 같다. 신화는 죽음의 경험이나 소멸의 두려움에 뿌리를 두고, 신화와 제의는 불가분의 관계이고, 전례나 제의를 통해서만 신화가 의미를 가지고, 우리가 이름붙이기 힘든 침묵의 중심을 응시하게 하고, 우리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보여주고, 이 세상과 더불어 존재하는 다른 어떤 세상에 대한 이야기한다. 

신화는 우리를 우리의 일상적 경험 너머로 내모는 숭고한 순간을 설명하고 싶어하고, 역사 저편에 있는, 인간 존재에 내재한 영원성을 지향하는 예술형식이다. 예를 들면, 천국으로 올라가는 예수, 메카에서 예루살렘으로 날아가 성좌로 오르는 마호메트, 예언자 엘리야가 불타는 마차를 타고 천상으로 올라가는 상승 신화의 이야기들은 글자 그대로 읽어서 중력을 극복한 얘기가 아니라, 인간조건의 속박으로부터의 자유, 초월에 대한 보편적 갈망을 드러내는  동시에 열악한 인간조건을 뒤로 하고 세속적 경험의 뒤편인 신성한 영역으로 인간이 옮아갔음을 표현하는 방식이다. 

근대 이전에는 이런 신화성인 미토스(Mythos)와 과학적이고 논리적인 사유방식인 로고스(Logos)는 상호보완적이었고, 누구도 신화를 과학적 사유방식으로 이해하려 하지 않았다. 로고스가 사냥꾼에게 사냥감을 죽이는 방법과 사냥원정을 조직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것이라면, 미토스는 동물을 죽임으로써 생기는 복잡한 심경을 다스리도록 도와주었다. 로고스는 효율적이고 실용적이고 합리적이었지만, 인간 삶의 궁극적 가치에 대한 질문을 답해주지 안았고, 인간의 고통과 슬픔을 누그러뜨릴 수 없었는데, 이런 부족한 면은 신화와 그에 동반되는 제의를 통해서 사유되어지고 다스려졌다.

아쉽게도 근대 즉 계몽시대가 도래하면서 로고스와 미토스는 철저히 분리되었고, 확장된 로고스에 의해 신화는 허구이며 열등한 석기시대의 사유방식으로 폄하되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몇몇의 하지만 주류인 종교집단에서 신화는 오해되었다. 개신교 근본주의자들이 성경에 나와있는 신화적인 이야기들을 과학적이고, 역사적인 사실이아고 주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창조신화, 홍수설화, 상승신화, 동정녀신화, 부활신화 등 하나하나 신화로써 풍부한 의미를 가지고 있고, 사람들을 일상적 삶을 초월해서 상상하게 하고, 죽음과 무를 대하게 했던 이야기들은 왜곡되어졌고, 전례나 제의와 연결되지 못한 이런 신화들은 과학적이고 역사적 사실임을 주장하는 순간부터 이성의 영역을 강조한 이들에게는 허구적이고 미신적 이야기로 받아들여지게 되었다.

암스트롱은 신화가 이전에 주었던 역할이 사라지면서 신화와 비슷한 경험을 주는 예술형식으로 현대소설을 꼽는다. 소설읽기를 통해 독자는 며칠 혹은 몇주를 소설과 함께 살고 소설이 주는 또 다른 세계 속으로 던져진다. 소설의 세계는 허구이지만, 그 상상의 공간에서 독자는 한 동안을 머문다. 그리고, 책을 덮으면서 “휴”하는 탄식과 함께 일상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소설을 읽고 난 후 돌아온 독자는 소설을 읽기 전의 독자와 다른 상태가 된다. 다른 사람과 함께 느낄 수 있는 연민, 타인의 삶과 고통을 함께 하는 상상력을 배웠기에 말이다. 이런 변화와 경험은 제의와 연결된 신화가 주는 그것과 무척이나 닮아있다.

민주주의를 비판한다고 해서 현재 통용되는 한국의 민주주의를 보고 민주주의를 판단할 수 없듯이, 사회주의를 현실사회주의체제인 소련을 보고 한물 간 구시대의 실패한 낡은 사상이라고만 볼 수 없듯이, 현대의 현실종교만을 보고, 신화를 낡아빠진 석기시대의 미신적 이야기라고 얘기할 수 없을 것이다. 종교성, 숭고함, 이 시대 저편의 무언가 미지의 것, 죽음을 응시하는 태도,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기 등 이런 사유방식과 거리두기를 하며 사는 현대인들에게 “신화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중요할 것이고, 또 신화적 사유방식을 예를 들면 시나 소설 읽기를 통해 혹은 다른 예술을 통해 현대 시대에 되살려 내는 것도 소중할 것이다. 신화나 종교에 대해 관심있으신 분들에게 160페이지 밖에 안 되는 짧고 읽기 쉬운 이 책을 적극 권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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