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식의 빅퀘스천 - 우리 시대의 31가지 위대한 질문
김대식 지음 / 동아시아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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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와 40대에는 커리어를 계발하고 열심히 돈을 벌 때이고, 가정을 꾸리고 애들을 키우느라 정신없이 살기에 큼지막한 질문을 하기는 쉽지 않다. 대신 어떻게 오래 회사에 남아있기 위해 처신해야 할지, 주식투자를 어떻게 잘 해서 종자돈을 마련할지, 언제 아파트를 사고 팔아서 부동산 투자로 인한 이익을 만들 수 있을지, 아이들은 어느 학원에 보내고 어떤 교육 전략으로 명문대에 보낼 수 있을지, 부모님의 노후는 어떻게 도와드려야 할 지 등등 실생활과 관련된 실용적인 질문들을 하며 살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언젠가는 한 번 푹신한 의자에 편안히 걸치고 앉아서, 그동안 미뤄왔던 큰 질문들을 던지고 싶을 때가 왔으면 하는 생각을 종종 한다. 예를 들면, 영혼, 운명, 죽음, 소유란 무엇이고, 우린 왜 사랑을 하고 외로움을 느끼는지, 왜 인간은 유명해지고 싶어지고, 먼 곳을 그리워하는지 그런 질문 말이다. 이런 형이상학적인 질문들을 다룬다는 것은 무척 부담스러운 일이다. 동서고금을 통해 많은 철학자, 사상가 그리고 과학자들이 벌써 이런 문제에 대해 수없이 많은 자신들의 답을 내어 놓았기에, 그런 선대의 지식의 자취를 더듬어보지 않고, 개인의 생각을 불쑥 던지는 것은 위험하기 쉽상이다.   

현 카이스트 전기전자공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뇌과학자 김대식 교수가 쓴 빅퀘스천이라는 책은 용감하게도 이런 질문들에 대해 성큼 다가선다. 동아시아 출판사에서 나오고, 저자가 뇌과학자라고 해서 과학책이려니 기대하고 책을 펼쳤는데, 기대와는 완전 딴판인 책이었다. 저자에 대해 모르고, 이 책을 읽었다면, 아마도 저자는 고대 그리스 신화를 연구하거나 혹은 로마사에 조예가 깊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신화와 고대 종교에 대한 해박한 지식 뿐만 아니라, 철학, 예술, 역사에 대한 예를 풍부하게 펼치고, 거기에 자신의 전공인 과학을 더함으로써 추상적이고 모호하기 쉬운 질문에 대한 이야기를 세련되게 이 책은 이끌어간다. 

특히 와 닿았던 대목을 하나 옮겨봄으로 책의 맛을 전해보면,,

“최초의 인간에서 인간에게 우주는 카오스였다. 원인과 이유가 없는 ‘참을 수 없는 무질서’였다. 그러던 어느 날 획기적인 생각이 떠올랐다. 석기시대의 아인슈타인이라고 할까? 그의 뇌 신경회로망 사이로 유혹 하나가 바이러스처럼 퍼지기 시작한다. 만약 나, 너, 우리들 외에 다른 존재가 존재한다면? 눈에 보이지 않는 바로 그들이 이 세상 모든 것들의 원인이라면?…  이해할 수 없었던 자연 현상 하나하나에 보이지는 않지만 익숙한 존재들을 연결시키는 순간 무질서의 카오스는 질서의 코스모스로 변한다. 천둥은 이해할 수 없지만, 아버지의 노여움은 너무나 익숙하기 때문이다… 양자우주론과 진화론이 만물의 원리를 설명할 수 있다해도, 인간에게는 커다란 질문 하나가 남아 있다. 나는 누구이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현대과학이 제시하는 코스모스식 질서는 대부분 사람들이 느끼는 내면의 카오스에 아무런 답을 줄 수 없는 듯 하다."

책을 읽는 내내 이런 생각을 했다. 이 저자는 과연 이 모든 지식들을 책을 통해 다 섭렵했을까? 아님 한 주제에 대해 위키페디아나 다른 백과사전을 통해 자료를 모은 후 조합을 한 것일까? 전자라면 뇌과학을 전공한 과학자치고는 다방면의 책을 너무나 많이 읽은 것이고, 후자라고 하더라도 지성적 냄새가 가득하게 여러 다른 역사, 신화, 과학적 자료를 한 이야기로 묶을 수 있는 통찰력이 돋보였음을 인정하고 싶다. 그리고 11세부터 독일에서 수학을 하였는데, 그런 교육적 배경을 고려해서 글이 참 수려하다.

물론 이런 거창한 질문들에 무릎을 탁 치는 답을 주는 건 없다. 하지만, 뇌과학을 연구하는 한 과학자가 서양문명을 배경으로 한 생각의 한자락은 분명 내가 이전에 해 보았던 비슷한 질문들을 상기시키게 한다. 그리고 김대식 교수 개인이 뚜렷이 보이는 에세이집은 나를 뚜렷이 보일 수 있는 에세이를 쓰고 싶은 욕망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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