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철학이 그리스 철학에서 시작된 것은 아니다. 그리스 철학은 여러 종류의 철학들 중 하나일 뿐이며 그 안에는 다양한 사유모형이 씨앗의 형태로 들어 있을 따름이다. 자연학, 형이상학, 실천철학으로 구분되는 그리스의 사유모형은 세계를 파악하는 기초범주를 새롭게 창안하여 제시하였다.

자연학에 해당하는 탈레스, 아낙사고라스, 데모크리토스 등은 영원불변의 것은 인간에게서는 찾을 수 없고 자연 만물에서만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여 물질적인 것을 기초범주로 삼고 자연에 대해 탐구하였다. 최초의 형이상학자라 할 피타고라스, 파르메니데스, 헤라클레이토스는 우주의 본성과 작동원리, 인간의 삶과 영혼의 구원에 대해 논의하였다. 소피스트와 소크라테스에 이르면 기초범주는 눈앞에 보이는 인간과 사회로 더욱 집중되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실천철학적 물음을 제기하게 되었다.

'똑바로 살아야 한다'라는 소크라테스의 올바름에 대한 관심을 이어받은 플라톤은 거기에 '올바름이란 무엇인가'라는 형이상학적 질문을 더하고, 우주론을 덧붙였다. 그의 철학은 실천적 요구와 형이상학적 요구, 우주론적 요구를 모두 포함한 것이었다. 플라톤에게 있어서 철학의 직접적인 목표는 교육을 통한 폴리스의 정화에 있었다. 이는 플라톤이 직면한 시대적 요구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이었다. 플라톤은 살육과 전쟁이 그치지 않는 고통스러운 시대를 살았다.

플라톤과 달리 아리스토텔레스는 알렉산드로스 치세에서 왕의 스승으로 살았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눈앞에는 절박한 현실적 요구가 아닌 선대의 사상가들이 내놓은 풍부한 결과물들이 놓여있었다. 그에게 주어진 과제는 선대 사상가들의 논의를 정리하여 체계를 만드는 일이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를 수행하여 이론학, 실천학, 제작학이라는 학문분류를 만들어냈다. 선대의 논의를 정리하고 그 한계를 밝히며 자신의 생각을 덧붙이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저술방식은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논문 스타일의 정형이 되고 있다.

그리스 철학은 후대 사람들이 철학이라고 일컫는 다종다양한 사유모형을 포함하고 있다. 이들 사유모형은 자연학과 형이상학, 실천철학으로 구분할 수 있다. 플라톤 이전 철학자들이 이들 중 각각 하나의 영역에 집중하였다면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는 전체를 집약하였는데, 플라톤은 문제의식을 중심으로, 아리스토텔레스는 학문의 체계를 중심으로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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