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러링>>은 제목만으로도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다. 책 앞부분에 붙어있는 "특별부록 미러링 묵상법"을 보면 "묵상은 성경을 거울로 삼아 거기에서 발견되는 하나님과 나 자신을 발견하는 것입니다. '미러링'은 이러한 '투영'을 뜻하는 말입니다."라는 설명이 있는데, 실제로 '미러링'만큼 묵상의 의미를 잘 '투영'하는 단어는 없을 것 같다.
묵상과 거울이라는 이미지가 결합된 '미러링'은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을 떠올리게 한다. <<고백록>>은 자신의 내면을 철저하게 들여다보고 거기서 발견한 죄에 대한 고백이다. 동시에 그 죄를 용서하시는 무한한 하나님의 사랑에 대한 찬양이다. 아우구스티누스는 하나님을 찬양하면 할수록 거룩함에 투영되어 드러나는 자신의 죄악을 고백하고, 죄를 고백하면 할수록 은총의 빛에 투영되는 하나님의 사랑을 찬양할 수밖에 없음을 고백한다.
인간이 고백해야 할 죄의 본질은 무엇일까? <<고백록>>에 따르면 그것은 '하나님을 떠나(abs te)'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인간이 구원을 얻어 참된 안식을 누리려면 '하나님 안에(in te)' 있어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묵상은 성경이라는 거울을 통해 하나님 밖에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고 거기서 돌이켜 하나님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다.
<<고백록>>과 같은 묵상의 경지에 과연 도달할 수 있을까? 지금으로서는 그런 꿈을 꾼다는 것 조차도 오만한 생각인 것처럼 느껴진다. 그렇다해도 '미러링'을 통해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하나님 안에 있는지 아니면 밖에 있는지 끊임없이 자신을 비춰보며 "더 깊은 묵상"으로, 더 깊은 묵상으로 꾸준히 걸어들어 가는 길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을 것 같다.
감사의 말에서 저자는 "묵상의 초라한 배설물을 엮어서 책으로 낸다"고 말한다. 그러나 "말씀은 먹어도 배설물이 나오지 않"는다는 저자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면 "초라한 배설물"이라는 표현은 겸손의 수사로 받아들이는 것이 합당할 것이다. 그 겸손에서 비롯된 <<미러링>>이 제공하는 "묵상의 조그마한 사례"들을 사랑으로 꼭꼭 씹어 먹는다면 "우리의 인격과 신앙과 삶을 올바르게 세우는 일"에 훌륭한 영양분을 공급하는 '타산지석'이 되리라 확신한다. 일단 먹어야 한다. 그것이 여기서 가장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