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 영향을 받으며 사는 오늘날 그리스도교인이 진지하게 성서와 만나는 방법은 무엇일까? 성서는 "역사적 경험들을 기록한 책"이면서 동시에 "하나님의 뜻과 본성을... 가장 명확히 드러"내는 책이다. 우리는 성서에 질문함으로써, 그리고 성서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에 응답함으로써 신중하고도 사려 깊게 성서와 만날 수 있다.

<<성서와 만나다>>를 쓴 존 폴킹혼은 "물리학자이자 성공회 사제"이다. 제목과 저자의 이력으로 짐작하건대 이 책에서 다루고자 하는 주제는 과학과 성서의 만남이라 할 수 있다. 과학의 첨단에 선 저자가 성서를 읽고 해석하고 신뢰에 이르는 과정에서 견지한 방법과 태도는 무엇일까? 저자는 서문에서 "이 책의 주된 목적은 무엇보다 오늘날 독자들이 성서와 진지하게, 그리고 지적 책임감을 지니고 만날 수 있게끔 돕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과학적 세계관 위에 구축된 현대 세계에서 살아가야 하는 그리스도교인이 갖추어야 할 태도로 "지적 책임감"을 제시한 것이다. 이러한 태도로 성서와 만날 때 우리는 성서를 "부적절한, 일종의 우상숭배"의 대상으로 삼거나, "단지 남겨진 골동품에 불과"한 것으로 취급하는 "실수"에서 벗어날 것이다.

지적 책임감은 "여러 면에서, 성서는 복잡한 책"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데서 시작한다. "성서는 그리스도교 사상에서 없어서는 안 될 기초요, 원천"으로 하느님은 성서를 통해 "당신의 뜻과 본성을 명백하게 드러내셨"다. 그러나 동시에 성서는 낯설고 곤혹스러우며 내용상 불일치가 발견되는 "인간의 책"이기도 하다. 성서에는 "세대를 이어가도 지속해서 존중 받을 수 있으며 변치 않는 진실한 권위를 지닌 것과 시대에 매여 있어 오늘날 우리가 애써 따를 필요가 없는 문화적 표현"이 뒤섞여 있다. 따라서 지적 책임감은 "성서에서 일시적이며 문화적으로 우연히 발생한 것은 무엇이며, 영구불변하며 깨달음을 주는 권위 있는 것은 무엇이냐는 문제", 즉 "시간적인 것과 영원한 것을 분별하는 문제"를 진지하고 일관되게 다루는 태도를 의미한다.

성서는 기록 과정은 물론이거니와 해석 과정도 오랜 시간을 거쳐온 문서다. 이 때문에 "하나의 본문에도 마치 고고학 유적지와 같이 켜켜이 다양한 층이" 쌓여 있다. 지적 책임감은 하나의 본문에 하나의 의미만을 고집하는 문자적 접근에서 벗어나 다양한 층위에 담긴 다채로운 의미를 계속해서 새롭게 발견하기 위해 노력하는 태도를 가리킨다. 이러한 태도로 성서에 담긴 역사적 진실을 탐구할 때 우리는 "성서를 시험대에 올려놓"아야 한다. 이는 "역사와 인물 안에서 실제로 하느님이 어떻게 활동하셨는지를 명확하게 규명하기 위한 노력"이다. 다른 한편으로 성서를 읽을 때 우리는 "자기 자신을 시험대에 올려놓"아야 한다. 이때 "하느님이 성서를 통해 우리에게 물어" 오실 것이며, "이제 우리의 삶에서 중요한 것은 어떻게 응답할 것이냐"이다.

지적 책임감을 지닌 그리스도교인은 신뢰하는 삶에서 비롯된 겸손과 여유로 과학과 성서에 다가간다. "성서에 담긴 고대의 종교적 지혜와 현대의 과학적 지식 양쪽에 담긴 통찰을 충분히 평가하고 그 둘의 조화를 이루"어 낼 때 "성서는 새로운 진리와 통찰이 끊임없이 흐르는 살아 있는 샘"이 될 것이다. <<성서와 만나다>>는 이러한 "평가"와 "조화"를 신중하고도 사려 깊게 담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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