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아, 슬프도다! 판단해야 할 사람이 잘못 판단한다는 것은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

'판단하는 사람', 곧 권력을 가진 자의 어리석은 판단은 개인과 가족, 공동체 전체에 재앙을 몰고 온다. 소포클레스의 비극 《안티고네》는 이를 경고한다.

"이제는 내가 고인들의 가장 가까운 인척으로서 왕좌와 모든 권한을 갖게 되었소이다." 크레온은 테바이의 왕이 되었다. "이게 내 뜻이오. 내가 올바른 사람들보다 사악한 자를 더 존중하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오." 권력을 손에 넣은 크레온은 누가 "올바른 사람"이고 누가 "사악한 자"인지 자신이 판단할 것이라고 선언한다. 그런데 크레온이 스스로 말한 바와 같이 "통치와 입법으로 검증받기 전에 한 인간의 성격과 심성과 판단력을 완전히 안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렇다면 크레온은 어떤 인간인가? 이제 크레온이 자신의 "성격과 심성과 판단력"을 "통치와 입법으로 검증"받아야 할 차례다.

크레온은 테바이의 왕위에 오르자마자 죽은 폴리네이케스를 땅에 묻지 못하도록 시신 매장을 금지하는 포고령을 내린다. 얼마 후 파수꾼이 와서 누군가 몰래 시신을 매장했다고 보고한다. 코로스장은 크레온에게 암시를 준다. "왕이시여, 이번 일은 신께서 하신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아까부터 자꾸 마음에 떠오르는군요." 크레온은 무시한다. "입 좀 닥치시오, 그대의 말에 내가 분통을 터뜨리기 전에." 다시 눈먼 예언자 테이레시아스가 충고한다. "그대는 죽은 자에게 양보하시오. 죽은 자를 찌르지 마시오. 죽은 자를 죽이는 것이 무슨 용기가 되겠소?" 크레온은 예언자의 충고도 듣지 않는다. 폴리네이케스의 시신을 매장했다가 붙잡힌 안티고네는 죽은 자의 시신을 방치하는 것은 "신들의 변함없는 불문율들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항변한다. 이렇게 크레온은 자신의 포고령, 즉 입법으로 검증을 받는다.

크레온의 아들 하이몬은 "어둠 속을 은밀히 떠돌고 있"는 소문을 아버지에게 전한다. "모든 여인들 중에서 가장 죄 없는 그녀가 가장 영광스런 행위 때문에 가장 비참하게 죽어야 하다니!" 폴리스 시민들의 여론을 전해 들은 크레온은 오히려 아들을 조롱한다. "못난 녀석! 한낱 계집에게 굴복하다니!" 그러나 "한낱 계집"인 안티고네는 폴리스의 시민들이 보기에 "가장 죄 없는 그녀"이며, 그가 포고령을 어기고 폴리네이케스의 시신을 매장한 행위는 "가장 영광스런 행위"이다. 코로스는 처벌받으러 끌려가는 안티고네에게 위로와 찬사를 보낸다. "그대는 영광스럽게 칭찬받으며 사자들의 깊숙한 처소로 내려가는 것이오. [....] 살아서, 그리고 나중에 죽어서 신과 같은 자들과 같은 운명을 공유한다는 것은 죽은 여인에게는 큰 영광이 되겠지요." 크레온은 상황을 어떻게 판단하고 있을까? "우리는 법질서를 옹호해야 하고, 결코 한낱 계집에게 져서는 안 된다." 이번에 크레온은 통치로 검증을 받는다. 그리고 크레온의 "성격과 심성과 판단력"이 드러난다.

크레온은 입법과 통치에서 왜 그런 잘못된 판단을 했을까.

크레온  그녀가 범법자가 아니란 말이냐?
하이몬  테바이 백성이 하나같이 그렇지 않다고 말하고 있어요.
크레온  내가 어떻게 통치해야 하는지 백성들이 지시해야 하나?
하이몬  거 보세요. 이제는 아버지께서 애송이처럼 말씀하시네요.
크레온  이 나라를 내가 아닌 남의 뜻에 따라 다스려야 한다고?
하이몬  한 사람만의 국가는 국가가 아니지요.
크레온  국가를 통치하는 자가 곧 국가의 임자가 아니란 말이냐?
하이몬  사막에서라면 멋있게 독재하실 수 있겠지요.
크레온  (코로스장에게) 보아하니, 이 애는 여자들 편인 것 같소이다.

자신들 각자가 모두 폴리스의 주인이라고 생각하는 시민들에게 크레온의 생각은 결코 용납될 수 없었다. 재앙을 겪고 나서야 크레온은 자신의 잘못된 판단을 시인하고 후회한다. "아아! 분별없는 생각의 가혹하고도 치명적인 실수여! [....] 네 어리석음이 아니라 내 어리석음 때문에." 마지막으로 코로스가 노래한다. "지혜야말로 으뜸가는 행복이라네. 그리고 신들에 대한 경의는 모독 되어서는 안 되는 법, 오만한 자들의 큰 소리는 그 벌로 큰 타격을 받게 되어, 늘그막에 지혜가 무엇인지 알게 해준다네."

크레온은 시신을 매장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신들에게 오만했고, 안티고네를 지지하는 여론을 무시함으로써 시민들에게 오만했다. 판단해야 할 사람이 잘못 판단한다는 것, 그것은 오만함 때문이다. 권력을 가진 자가 오만하다는 것은 모두에게 재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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