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선지 위를 걷는 시인들
김현성 지음 / 샘터사 / 2003년 3월
평점 :
품절


'이 바쁜 때 웬 설사' 김용택 시, 김현성 작곡
소낙비는 오지요/ 소는 뛰지요/ 바작에 풀은 허물어지지요
설사는 났지요/허리끈은 안 풀어지지요/ 들판에 사람들은 많지요

나는 그의 책을 읽었다. 그리고 위 시로 만든 그의 음악을 듣고 있다. 이런 글도 시가 될 수 있구나. 이런 시도 노래가 될 수 있구나. 시는 어려운 것이 아니다. 또 시는 노래가 될 수도 있다. 그의 글을 보면서 평범함 속의 창조성을 보았다. 담백하고 간결함 속에서 함축된 의미의 끌림을 느꼈다.

나팔꽃 모임의 동인인 그를 본 건 나팔꽃 콘서트에서 였다. 그때 들었던 '이등병의 편지'를 어찌 잊을 수 있을까. 통기타와 하모니카를 자유롭게 연주하며 부르는 그의 노랫가락은 애틋하기도 하고 그 안에서 은근히 베어나는 힘을 느낄 수도 있었다. 며칠 전 방송뉴스의 문화행사 가사에서 그가 문학을 노래로 풀어보는 작은 음악회를 갖았다고 한다. 그는 항상 꿈결같은 동화나 소설 속의 세상을 남들은 각박하다 하는 진짜 세상에 옮기려는 듯, 그렇게 한걸음 한걸음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운다. 그의 곡들을 보면 하나하나가 아름다운 시를 닮았다 느꼈는데 마침 이런 책을 냈다하니 찾지 아니할 수가 없었다.

책을 읽는 내내 흥얼거렸다. 그리고 가끔 음미도 해본다. 노래가 되기에 앞서 시로 나왔던 글들 그리고 노랫말로 나왔지만 맑고 고와서 가락이 아닌 시기된 글들을 음미해보았다. 아름다운 노랫말은 페파민트 향처럼 맘을 화하게 하고 또는 한없이 고요하게도 했다.

나는 서태지와 아이들이 처음 데뷔하던 때 그들 앞에 열광하던 10대 철부지 소녀였다. 무작정 빠르고 경쾌한 노래가 좋았다. 하지만 이내 질리고 말았다 나이를 먹은 반증일 수도 있겠으나.... 작가의 말대로 요즘 노래는 너나 할 것 없이 사랑이나 그로인한 이별, 폭력, 아니면 불치의 병으로 사망하는 안타까운 목숨에 대한 이야기뿐 이다. 그리고 특히나 자극을 즐기는 신세대는 이런 직접적인 언어나 감정의 표현들을 여과없이 받아들이고 이내 더 큰 말초적 자극을 원한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나는 고등학교 시절 듣던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는 광야에서, 솔아솔아 푸르른 솔아, 굴렁쇠 등을 이 책을 읽으며 다시 음미해본다. 그리고 예전 아버지들이나 들었을 법한 노래들을 다시 찾아 들어본다. 다들 넓고 다양한 삶을 노래했다. 사랑, 이별 그뿐인가 왁자지껄한 시장터부터 통일의 염원, 아름다운 자연의 직접적인 묘사까지.

그는 이런 글들을 우리에게 보여주며 노랫말은 일회적인 것이 아니라 한다. “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다” 우리는 죽은 엘비스프레슬리나 김광석의 노래를 여전히 듣고 있다. 그들의 노래가 시간을 건너 사랑을 받는 것은 마음을 정화시키는 아름다움이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이런 느리게 다가가나 소박하고 꾸밈없는 노랫말을 쓰는 방법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실제로 그가 습작한 글들을 보여주며 우리에게도 하나씩 숙제를 준다. 내가 일어난 아침 세수를 하는 것부터 그리고 심지어는 밥을 먹고 잠을 자는 그 순간 어느 사소한 하나하나가 노랫말의 소재라 한다. 노랫말은 쉬우면서도 흔하지 않고 반복적이면서도 3분의 영화같이 짜임새 있어야 한다고 한다.

가끔 던지는 그의 질문들과 에피소드들을 들으며 어려워만 보이던 노랫말 짓기가 그렇게 어려운 것만은 아니란 것을 알았다. 필요한 것은 하고자 하는 의지와 주위의 흔한 일상에 대해 감성을 세워 세심하고 주의 깊게 바라볼 줄 아는 열린 마음인 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