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홍어
김주영 지음 / 문이당 / 1998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사회가 전체적으로 불경기를 겪고 있다. 자영업을 하는 나로서는 하루하루가 고문과 같은 고통으로 지나간다. 그런 불경기 탓에 이렇게 책을 앍을 수 있는 시간을 가질수도 있고 사색을 즐길 한가로움도 가지고 있다. 하루하루를 무료하게 보내느니 그시간에 책이라도 읽을 요량으로 둘러보니 그 동안 미처 읽지 못한 책이 여러권 눈에 띄어 이렇게 읽고, 읽은 흔적이라도 만들어 놓을려고 이렇게 글을 남겨본다.
올 겨울처럼 눈이 많이 오는 겨울도 드물다는 생각이 든다. 예전부터 눈이 많은 동네이기는 하지만 올해처럼 많고 자주오는 것은 처음인 것 같다. <홍어>의 시작도 눈이 많이 내린 겨울 아침에 시작을 한다. 산골의 홍어, 처음으로 시작되는 상황에서 홍어의 사라짐은 이미 결론을 암시 한 것은 아닐까?
홍어의 의미는 집을 나간 아버지의 상징물로, 상징물이 사라져 버렸다는 것은 이미 아버지로 부터의 떠남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삼례의 등장과 사라짐, 그리고 세영의 성장기. 삼례에 이어 등장하는 삼례를 찿는 남자, 그와 세상을 등지고 살아가는 어머니와의 대화에서 아버지의 출현모습이 어떠하리란 것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세상과 담을 쌓고 자신의 쳐 놓은 울타리에 자신을 가두고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과, 세영의 배다른 동생을 돌보는 상황에서, 우리네 여인들이 감수하며 살아가는 삶의 굴레가 얼마나 험하고 힘든지를... 이글의 마지막 상황에서 어머니의 선택이 왜 떠날 수 밖에 없는지를. 그것만이 이 세상을 향하여 내 뱉으 수 있는 한과 서러움의 표출이 아닐까?...
매일 딱딱한 경제 서적이나 흥미위주의 책들만 읽은 탓일까? 아니면 감정이 세상살이에 무디어 진것일까? 이러한 소설을 차분히 생각하며 읽기가 이렇게 힘이들줄은. <홍어>는 예전에 읽던 책들에 대한 아련한 향수를 갖게 해주는 책이었다. 지금 다시 '최 인훈 선생'의 광장을 다시 읽기 시작을 했는데 이런 책들이 갖는 화려한 문체들과 생각하게 하는 문장들에 대해서, 글을 써보고픈 나로서는 많은 두려움과 존경심을 갖게 한다. 글을 씀에 있어서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많이 사색하라'는 말에 대한 이유를 절실하게 깨닫게 해주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