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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탄생 - 대한민국에서 엄마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대한민국을 생각한다 20
안미선.김보성.김향수 지음 / 오월의봄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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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교 동화와 아기 초점책과 스마트한 베이비로 키워 내는 방법들과 

몇 세부터 시작한 어떤 육아가 내 아이의 평생을 결정한다는 온갖 책 가운데서 

여성의 목소리를 제대로 내 주는 흔치 않은 책. 

 

산후조리원이라는 공간에 속속들이 침범한 상업주의 소비문화, 

외로운 요즘 엄마가 종종 겪는 산후 우울증에 대해 비정한 엄마라는 과장된 딱지를 붙이는 기사, 

유아용품 광고가 '육아는 과학'이라며 쏟아내는 위협들, 

만삭부터 신생아, 50일, 백일, 돌까지 꼭 해야 하는 일로 여겨지는 촬영과 잔치들, 

유아 때부터 시작되는 조기교육과 선행학습, 

육아의 새로운 어려움으로 등장한 '환경적으로 해롭고+놀 공간이 부족한' 도시에서 애 키우기, 

전업주부에게도 워킹맘에게도 족쇄가 되는 엄마 노릇에 대한 드높은 기준, 


이런 온갖 문제에 대해 비판적인 촉수를 드리우는 좋은 책이었다. 


인터뷰가 많은 사례 중심의 책이라서 저자들의 결론이 도드라지지 못한 점이 아쉽기도 했지만, 책 전체에 흐르는 기조는 '여성인 엄마가 좀 더 자유로워지는 방식으로 해결하자'인 듯하다. 


모두 공감한다. 



아마 산모는 젖병 수유를 하고 싶었던 모양이었다. 모유가 잘 안 돌아서 분유수유를 하려던 참이었는지, 모유 직접수유가 잘 안 돼서 유축한 젖을 젖병에 넣어 먹이려던 참이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젖병에 먹이기 시작하면 나중에도 젖 못 빨아" "이렇게 하는 게 맞는 거야" "넌 아무것도 몰라"라는 남편의 노여움 섞인 말에 뒤이어 "나도 알아!"라는 산모의 격앙된 외침이 귀에 꽂혔다.

그 격앙된 목소리에 가슴이 찡해졌다. 그렇다. <나>도 안단 말이다. 나중에 아이에게 젖을 다시 빨리기 힘들게 될지언정, 지금 <나>에게 속한 진실도 있단 말이다. 그런 내가 지금 당장은 젖병에 수유를 하고 싶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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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명의 집 - 북유럽 스타일 리빙 전문가들의 작은 집 인테리어 123명의 집
악투스 지음 / 나무수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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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좋은 가구란 어떤 가구인가? 쓰기에 편하면서 보기에도 좋다면 좋은 가구일 듯하다. 『123명의 집』(나무수, 2014)에는 좋은 가구란 무엇인지에 대한 답변이 123개나 실려 있다. 이 책은 일본의 인테리어 회사 ‘악투스(ACTUS)’에 다니는 직원들의 집을 촬영한 사진집이다. 동시에 그 공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대담집이기도 하다.

 


이 책의 기획 과정은 다음과 같다. 악투스에서 발간하는 잡지에서 직원들 19명의 집을 취재한 기사를 실었는데 이 기사가 독자들한테서 그 어떤 기사보다 호응이 높았고, 그때부터 일이 커져서 123명의 집을 촬영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 결과 726쪽짜리 두툼한 책이 나오게 되었다. 담백한 제목에 주제도 작고 소박하지만 알차고 방대한 결과물이다.

 


몇 가지 장점이 눈에 띈다. 우선 전시장이나 가구 매장이 아니라 실제로 가구를 이리저리 배치하고 생활용품을 늘어놓은 가운데 사람들이 살고 있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아름다운 집 꾸밈이 이런 방식으로 가능하다는 데 대한 설득력을 준다. 요즘 나는 다른 나라로 여행을 가면 박물관이나 미술관보다 전통 시장이나 대형 마트부터 들르게 된다. 현지인의 생활 모습을 보는 편이 더 즐겁고, 디자인 박물관에서 근사한 가구가 홀로 멋을 뽐내는 것을 유리벽 너머로 바라보며 경외심을 품느니 실제로 삶에 스며든 자연스러움이 적용된 사례를 보는 편이 더 재미있다. 앞으로 집을 어떻게 꾸며 놓고 살지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분명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소파를 침대와 평행하게 붙여 놓는 등 가구 배치를 특이하게 했다든지, 짐을 과감하게 줄이고 공간을 넓게 유지하는 방법을 보여준다든지, 흰색이나 갈색 등 현란하지 않은 두세 가지 색만 써서 전체적으로 절제를 선보인다든지, 이 책의 어느 쪽을 펼치든 이미 많이 고민해 본 자만이 갖출 수 있는 과감함과 기지가 숱하게 발견된다. 몇몇 집은 이사 전후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는데, 쓰던 가구를 재배치한 것뿐인데도 완연히 색다른 분위기를 자아냈다.

 


그런가 하면 이 책에서 다루는 인테리어의 기반이 북유럽 가구라는 사실도 큰 장점이다. 2000년대 초반부터 세계적으로 덴마크나 핀란드 출신 디자이너의 가구들이 인기가 드높아졌기 때문이다. 이 악투스라는 회사는 1960년대부터 북유럽 가구를 일본에 수입해 팔던 곳이다. 그래서 이 책은 북유럽 인테리어를 이미 오래 전부터 한껏 갖고 놀아 본 사람들한테서 얻는 소중한 조언 같다.

 


그런데 높은 집값에 허덕이는 서울 사람들로서는 북유럽풍 인테리어로 집을 꾸미고 싶어도 실제 북유럽 사람들의 널찍한 집들을 구경하다 보면 오히려 '우리 집은 좁으니까 어쩔 수 없지.' 하고 지레 포기하게 된다. 그래서 이 책에 나온, 우리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도쿄의 작은 원룸들을 들여다보는 편이 더 낫다. 나는 이 책을 열심히 읽었더니 '북유럽 스타일'을 어떻게 적용할지 길이 보이는 듯했다.

 


"나와 함께 나이 드는 것이 상상되는 가구만을 구입한다." 덴마크 가구 ‘프리츠 한센’의 아시아 세일즈 부사장 프레드릭 뮐러가 인테리어 잡지 『메종』 2013년 5월호에서 밝힌 대담 내용이다. 그런데 이 말을 수백만 원짜리 덴마크 가구를 파는 사람이 하는 것보다, 상대적으로 연봉이 적을 악투스 신사이바시점에 다니는 한 직원이 ‘함께 나이를 먹는 가구가 좋은 가구’라고 말한 데서 나는 좀 더 깊은 신뢰를 얻었다.

 


그런데 많은 한국 사람들은 자기 가구가 어떻게 나이 들지 그려 볼 여유가 없다. 가구에, 인테리어에, 정돈된 삶과 안정된 집꾸밈에 관심을 기울이기에 한국 사회는 지나치게 불안하고 위험하고 유동적이다. 같은 질문을 다시 던져 본다. 어떤 가구가 좋은 가구인가? 나도 마찬가지로 대답할 것이다. 오래 쓸 수 있는 가구, 함께 나이 들어 갈 수 있는 가구가 좋은 가구라고. 그런데 이런 말을 덧붙이고 싶다. 마찬가지로 오래 살 수 있는 곳이 좋은 집이다. 가장 좋은 이사는 마지막 이사다. 입사해서 정년퇴직할 때까지 내내 몸담을 수 있는 직장이 좋은 일터이고, 이 모든 것을 갖춘 것이 좋은 사회다. 사회는 집의 연장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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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자를 위한 우리말 공부 - 한국어를 잘 이해하고 제대로 표현하는 법
이강룡 지음 / 유유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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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약 편집자로 일하기 시작할 때 이 책을 읽었다면 더 나은 교정을 할 수 있었겠죠? 그때는 이런 책은 정말 없었는데. 이제라도 나와서 다행입니다. 새 마음으로 교정할게요. 번역자 슨생님들한테 이 책 한 권씩 넣어드려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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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맛, 규슈를 먹다 - 밥 위에 문화를 얹은 일본음식 이야기
박상현 지음 / 따비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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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
- 막 이 음식의 기원이 어쩌고 이런 고리짝 얘기는 빼고,

  근대 이후 일본 음식의 형성만을 다루고 있어서 좋다
- 추천사에서 밝혔듯이 규슈라는 특정 공간의 음식 문화만을 다루는데도

  읽다 보면 '그럼 한국은?'이 떠오른다
- 난이도가 나에게 딱 적당하다.

  굳이 알고 싶지 않은 정보까지 주지 않고 궁금한 점만 깊이 파고든다

편집 ★★★★★ 
- 여행서, 맛집 안내서로도 쓰일 수 있지만 그 부분이 중점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고
- 음식점에 관한 내용이 소제목으로 나올 때는 강조되지 않도록 한 점도 좋았다
- 별면이 아니라 줄글로 쭉 이어져서 써 있는데도 새로운 내용으로 전환될 때는
  신묘하게도 페이지가 넘어가게 되어 있다. 어떻게 편집을 한 거지? *_* 
- 외래어 표기마저 내용과 더불어 적절함 돋는다
 
디자인 ★★★★★ 
- 한땀 한땀 애정 어린 배치가 느껴진다
- 대단히 좋은 콸리티의 사진들이 아닌데도 근사해 보이도록 매만진 솜씨!
- 표지 사진의 명란의 맛있는 색감이 본문 안에서 소제목으로 이어지는 점도 재미있었다
- 차례 페이지에서도 풀 컷의 사진을 감상할 수 있다는 것도 신선했다  

아무튼, 규슈 여행 가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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