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戰場)과 시장(市場)이 서로 등을 맞대고 그 사이를 사람들은 움직이고 흘러간다.
사람들도 상품도 소모의 한길을 내달리며, 그리고 마음들은 그와 반대 방향으로 내달리고 있는 것이다.
사라져가는 민심을, 사라져가는 인민들의 불길을 억지로라도 되살리기에는 오직 승리가, 사람과 상품의 소모를 막아 줄 결정적인 승리가 있을 뿐이라고 기훈은 생각한다.
‘민중을 믿다니 어림도 없는 소리, 그들도 결코, 결코 우리를 믿지 않았다. 그들은 어떠한 약속도 믿으려 하지 않는다. 오직 현실을 받아들일 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