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엠 아두니
아비 다레 지음, 박혜원 옮김 / 모비딕북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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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기 전까지, 아프리카 여성들이 어떤 존재 조건에서 살고 있는지 몰랐다. 아니 관심이 없었다. 나이지리아에 대한 내 기억은 2010년 남아공월드컵 조별 예선에 머물러 있었다. 나이지리아와 비긴 후 16강에 올랐던 기억이 전부다. 


아내가 이 책에 대해 얘기했을 때도 그러려니 했다. 나이지리아 출신 작가의 데뷔작이고, 서툰 것 같지만 절묘한 표현으로 아두니의 캐릭터를 구축했다는 말을 듣고도 그런가 보다 했다. 하지만 결국 아내의 집요한(^^) 권유에 책의 첫 장을 연 후, 나는 단숨에 아두니에게 빠져버렸다. 


책에선 믿기 힘든 장면들이 이어졌다. 가난하고 무기력한 아버지가 집세를 내기 위해 딸을 나이 든 남자에게 판다는 설정은 나와도 2021년 대한민국의 현실과도 너무 멀었다. 하지만 아두니는 이내 나를 자신의 처지 속으로 데려갔다. 내가 책에 빠져든 이틀 내내, 아두니는 자신의 좌절과 슬픔, 열정과 소망 속으로 내 손을 잡고 경쾌하게 걸어들어갔다. 아두니는 둘러싼 현실은 아주 어둡고 무거웠지만 그 현실을 살아내는 아두니의 얼굴과 목소리는 단 한 순간도 어둡지 않았다. 


책에는 아두니의 독서를 통해 나이지리아에 대한 현실이 나온다. 나이지리아의 국회의원들이 그렇게 많은 돈을 받는지, 나이지리아에 그렇게 많은 교회와 부유한 목사들이 있는지, 그리고 아두니와 같은 소녀들이 오늘도 힘겹게 현실을 살아내는지, 미처 알지 못했다. 작가가 아두니에게 왜 크고 씩씩한 목소리를 만들어주었는지 서서히 공감하게 되자, 내 주변의 현실들이 차차 가슴에 차올라왔다. 아... 나도 우리도 결코 아두니의 마음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구나. 


아두니, 비록 책으로 너를 만났지만 너를 응원할게. 너를 꼭 기억할게. 잊지 않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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