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를 사는 따뜻한 부모들의 이야기 1
이민정 지음 / 김영사 / 199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갈색 표지가 참 단아하고 따뜻한 느낌이 드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막상 손에 쥐자 겉표지의 느낌이 너무 좋았다. 나는 좀 책을 까다롭게 고르는 편이라 외양에도 많은 신경을 쓴다. 평범해 보였던 책이었지만 손에 잡아 들자 착 달라붙은 질감에 참으로 기분이 좋아졌다. 마치 이 책의 내용처럼 말이다. 사실 좀 무서웠다. 사례담으로 실린 아이들의 이야기 중에는 모범생(!)인 나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었던 것이다. 담배를 핀다거나 부모의 말에 거침없이 말대꾸를 늘어놓는 아이들.

하지만 가만히 그 속을 살펴보면 모두 상처받은 여린 아이일 뿐이었다. 사소한 갈등 뒤에 오는 심한 감정의 부대낌. 그건 사람간의 관계를 되돌릴 수 없게 만든다. 처음에는 단순한, 치기어린 투정일 뿐이었던 게, 결국에 가서는 커다랗고 깊은 감정의 골을 남기는 것이다. 하지만 해결책은 단순하다. 따뜻한 대화. 서로에 대한 사랑의 감정을 괜한 방법의 부재로 인해 잃을 수는 없는 일이지 않을까.

책을 읽는 동안, 사례담을 읽는 동안 참 가슴이 아팠다. 마구 내뱉은 말을 보고, 그 동안 많은 상처를 받았겠구나, 라는 생각에 가슴이 아팠다. 내 자신도 그렇게 살아왔다는 사실 때문에 또한 가슴이 아팠다. 부모 자식간 뿐이겠는가. 살아가면서 말하는 방법을 몰라서 두꺼운 벽을 느껴야 했던 순간들이 어디 한 두 번이었겠는가.

이젠 내가 먼저 실천하련다. 부모님과의 대화에 좀 더 주의를 기울여야겠다. 친구들과 선생님과, 그리고 형제간의 대화에 좀 더 따뜻하게 응해야겠다. 그리고 그들의 감정을 보다듬는 대화를 해야겠다. 그래서 상처입지 않도록, 상처입히지 않도록. 그래서 나의 자식들에게 상처입히지 않기를…… 나는 바란다. 그러면, 이 세상을 살아가는 '따뜻한 부모'가 되는 것을 넘어서서, 이 세상자체가 따뜻해 질 수 있지 않을까? 따뜻한 세상으로 가는 한 걸음, 그 첫걸음을 나에게 가르쳐 준 것이 바로 '이 시대를 사는 따뜻한 부모들의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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