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프트 서부해안 연대기 3부작 1
어슐러 K. 르귄 지음, 이수현 옮김 / 시공사 / 2009년 1월
평점 :
절판


기프트는 처음 출간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남들은 유치하다고 생각했을지 모를 표지도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르귄한테 저런 표지라니 어떤 느낌일까, 라는 호기심과 번역가가 이수현이니까, 라는 믿음이 있었기에 선택하는 데 별 어려움은 없었다.

이수현은 현역 장르 소설가이며 인류학과 출신이기도 하여 그야말로 르귄의 소설에 딱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번역가이다. 영어는 어차피 영문학 전공이 별 메리트가 없는 언어이니까, 아버지가 인류학자였고 그 영향을 알게 모르게 받았을 르 귄의 이야기에 잘 어울린다. 출판사에 상관없이 르 귄의 많은 이야기가 그의 손에 번역되는 걸 보면 베르나르와 이세욱처럼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책 말미 작가와의 인터뷰를 보면서 짙어졌다.

'젊은 친구들을 위해서'일까. 그(녀)의 이야기치고는 진입장벽이 높지 않았다. 재미있었고 아슬아슬했으며 뒷이야기가 궁금했다. 그와 더불어 일반적인 르 귄의 미덕-아름답고 매끄러운, 생각지 못했던 섬세한 묘사의 재미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살 떨리는 모험이나 굉장한 영웅담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 이 이야기의 매력은 점차로 고저를 달리하며 이어지는 숨막히는 문제와 그 속에서 서로를 탐색하는 인간들의 가늘가늘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마음의 변화, 그리고 그렇게 공들인 시간과 달리 한 페이지 분량 가량으로 끝나 버리는 짧은 절정의 미학에 있다.  
거친 삶 속에서 섬세한 마음의 아름다움을 잊지 않고 간직하는 소년의 이야기는 르귄 답게 무척이나 고요하지만 강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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