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을 극복하는 방법

경쟁은 어떻게 내면화되는가 ㅣ 問 라이브러리 5
강수돌 지음 / 생각의나무 / 2008년 9월

 

작년에 읽었던 아주 훌륭한 책 도정일씨의 '시장전체주의와 문명의 야만'은 생각의 나무 출판사에서 問라이브러리 시리즈로 나온 책이었지요. 사실 시리즈로 나오는 책으로는 기껏해야 문고판시리즈나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그린비의 리라이팅클래식(이름만 얼핏 잘못 보면 뉴라이트 어쩌고 같다.ㅋ) 시리즈였는데 이 책들도 괜찮은 책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이번에 읽은 책이 바로 이 시리즈로 나온 책가운데 하나입니다.
 

하지만 사실 이 책은 제목만 보면 경쟁이 내면화되어가는 심리학적 그리고 사회적 구조를 다루고 있는 내용같지만 그런 메커니즘을 이야기한다기 보다는(그런 구조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것을 기대했지만) 경쟁이 내면화되는 현대사회에서 그런 패러다임을 바꾸어 보자는 이야기입니다. 그런 점에선 바로 앞에 소개한 장하준씨의 책과 일면상통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즉 경쟁과 분열이 아닌 연대와 협력을, 오만과 남용이 아닌 겸손과 외경으로 우리사회의 패러다임을 바꾸어야한다고 주장합니다. 역시 신자유주의 경제체제가 낳은 무한경쟁의 살벌한 풍경을 함께 공존하며 살아갈 수 있는 생태적 환경으로 바꾸어야한다는 말이지요. 
 

확실히 신자유주의가 등장한 이후로 경쟁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과연 경쟁이라는 화두로 우리사회가 발전한다고 해서 얻는 것이 잃는 것보다 나은 것인가라는 의문이지요. 책에서는 학교에 대한 얘기가 나오는데 저자는 학교에 대해서 '학교는 더 이상 주어진 사다리 질서 속에서 극히 일부의 출세와 성공을 위한 통로여서는 안되며, 모든 사회 구성원이 사람답게 살도록 도와주는 삶의 공간이어야 한다'라고 말합니다. 참 가슴절절히 공감하는 표현이지요. 그 외에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나 각양각층에서 벌어지는 구조조정에 대해 비판의 칼을 휘두릅니다.

 
하지만 안타까운 건 이 모든 것이 실현되어 패러다임을 바꾸고 사람들의 의식을 바꾸는 것은 여전히 요원해보인다는 사실입니다. 연대와 협력, 겸손과 외경을 우리사회에 뿌리내리기에는 이미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경쟁을 추종하고 신자유주의로부터 멀어져서는 우리의 미래가 없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이반 일리치의 사랑과 우정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삶을 영위하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하지만 어렵다고 해서 멈춘다면 여전히 그자리일 것입니다. 작은 일이라도 시작할 수 있다면 이미 내면화되어버린 경쟁이라고 해도 조금씩 바꿀 수 있지 않을까요. 무한 경쟁을 무한 연대로 바꿀 수 있길, 사다리가 아닌 원탁에 앉을 수 있는 날이 오길. 조금씩 시작할 수 있다면 시작해야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