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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 ㅣ 동문선 현대신서 50
피에르 쌍소 지음, 김주경 옮김 / 동문선 / 2000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요즈음 피에르 쌍소의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를 읽고 있다. 사실 읽기 시작한지 꽤 오래 되었는데 아직 중반도 들어서질 못하고 있다. 문자 중독자인 나는 요즈음 문자가 눈에 들어오질 않는다. 신문도 며칠 쌓아놓기만 하고 있다. 게으름이 극치에 달하고 있다. 느림은 내 몸 자체이다. 아마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느렸던 것이 아닌지. 내가 느린 것에 대해서 나는 상당한 자격지심을 갖고 있다. 그래서 나보다도 더 느린 충청도 사람과 함께 사는지도 모른다. 나는 최소한 그 느린 사람보다는 조금 빠르다고 자부하며 산다.
책을 읽으면서, 그동안 그토록 괴롭고 답답했던 느림은 어쩔 수 없는 굴레가 아니라 선택이 아니었는지 생각해 본다. 그렇다. 나는 느림을 선택했을 뿐. 어쩌면 나의 느림은 가면일지 모른다. 느림 안에 있는 나의 심장이 얼마나 뜨거운지 나만이 알고 있으므로. 너무 뜨거워 끌어 안을 수도 없는 심장을 갖었기에. 때론 펄펄 뛰는 고등어의 꼬리처럼. 그래서 조절력이 늘 부족했었지만. 삶에서 내가 느렸기 때문에 잘 된 일은 하나도 없었다. 그러나 조금 더 빨랐어도 내 모습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