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도 인생도 내려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 - 실패를 기회로 만드는 등산과 하산의 기술 아우름 10
엄홍길 지음 / 샘터사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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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홍길. 대한민국 사람 중에 이 석자를 모르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세계 서른 여덟번째, 아시아 최초로 히말라야 8천 미터 14좌를 모두 올랐고, 위성봉인 얄룽캉과 로체샤르까지 올라 2007년에는 세계 최초 히말라야 8천 미터 16좌 완등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한 '신의 남자'다.

 

 

 

그는 산의 남자가 아니라 신의 남자다. 신이 허락하지 않으면 무사히 산 정상을 갔다고 하더라도 내려올 때 생명을 빼앗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 안나푸르나를 같이 등반했던 지현옥이라는 유일한 여성 대원은 산 정상을 등반하고서 하산할 때 연락이 두절되었다고 한다. 그만큼 엄홍길씨는 산을 오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려오는 것도 그만큼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사람이 내려올 때를 모르면 죽는다. 산의 가르침이 인생의 가르침으로 내려온 것이다.

 

 

 

「산에 오른다는 것은 그 산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입니다. 요즘 히말라야를 오르는 산악인들은 정상을 밟는 것과 중시하는 결과로서의 산이 아니라, 그 과정에 더 큰 의미를 두고 있습니다. 산악 정신을 내세우는 것이죠. 우리가 사는 인생도 마찬가지입니다. 정상이라는 먼 미래만 보고 산다면 지금이라는 과정은 늘 힘들기만 할 것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불어오는 한 줄기 바람에도 행복을 느끼는 것. 인생이라는 산봉우리도 그렇게 올라야 하는 것이 아닐까요. 도시라는 봉우리, 빌딩이라는 봉우리, 계급과 직급의 봉우리, 그리고 사람이라는 봉우리를 오르려면 언제나 그 봉우리 아래 서세요. 올라가는 과정을 즐기며, 그 순간을 사랑하며, 또 치열해져 보세요.」- 본문 '내려서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中 -

 

인간은 올라가는 동물이다. 엄홍길씨의 말은 매우 철학적이다. 미처 생각해내지 못한 인생에 대한 발상은 그가 겪은 수많은 위험과 역경에서 우러나온 것임을 의심할 여지는 없다. 늘 책으로만 접했던 히말라야라는 산을 우리는 일상 속에서도 내내 오르고 있었다. 학생은 대학이라는 히말라야를, 대학생은 직장이라는 히말라야를, 직장인은 결혼, 승진, 저금이라는 험준한 산봉우리를 끝없이 올라야 한다. 그러나 산은 오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산을 올라가는 그 과정이 더 중요한 것이다.

 

 

 

 

 

- <산도 인생도 내려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 본문 中 -

 

뺨을 때리는 거센 바람, 살을 도려내는 듯한 강추위, 시시각각 떨어지는 낙석, 언제 어디서 도사리고 있을지 모르는 빙하 크레바스와의 싸움에서 자신의 감과 노력으로 헤치고 올라서야 한다. 그 길은 누군가를 밟거나 떨어뜨린다고 올라갈 수 있는 길이 아니다. 협력하고 또 온 마음이 되어야만이 노릴 수 있는 공동의 가치다. 산에서 목숨은 첫번째, 두번째가 없다. 오로지 하나뿐이다. 하나의 줄로 이어진 목숨은 모두 하나다. 인생은 산을 오르는 것처럼 살아야 한다.

 

<산도 인생도 내려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를 설명하는 엄홍길씨의 에세이는 매우 투박하다. 정갈함이나 다듬어진 세련됨이 없다. 그는 마치 앞사람을 두고 일대일 대화를 하듯 글을 썼다. 덕분에 나는 책을 읽는 내내 엄홍길 씨 앞에서 마이크를 든 기자가 된 심정이었다. 그가 난감하다는 듯이 웃으며 뒷머리를 긁적이는 모습까지 모두 상상해버렸다. 전문적인 에세이도 좋지만 가끔은 이런 거친 산같은 에세이도 좋지 않을까. 세련되고 아름다운 일본의 케이크를 먹다가도 솔직함과 담백함으로 승부하는 프랑스 빵을 찾는 이유도 이러한 맥락이지 않을까. 한 편의 밥을 먹듯, 참으로 배가 부른 에세이였다.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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