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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제국주의
앨프리드 W. 크로스비 지음 | 안효상, 정범진 옮김 / 지식의풍경 / 200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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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에서는 아메리카 대륙과 오스트레일리아 대륙(이 책에서는 네오 유럽이라고 칭한다)이 유럽인들에 의해 정복당한 원인을 새로운 시각으로 조명하고 있다. 우리가 상식적으로 생각하기 쉬운 원인으로는 신대륙 원주민에 비해 발전된 유럽의 기술과 무기 등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 책에서 저자는 유럽인과 더불어 신대륙에 상륙한 동물, 식물, 질병을 일으키는 세균이나 바이러스 같은 인간이 아닌 타생물체의 역할을 부각시키고 있다. 다른 말로 하면, 유럽인에 의해 신대륙에 전파된 감염질환은 이에 노출된 적이 없어 면역력이 없었던 신대륙 원주민들을 몰살시켰고, 유럽인과 함께 신대륙에 도착한 가축과 농작물을 비롯한 동식물들이 신대륙에서 놀라울 정도로 적응을 잘 한 덕택에 유럽인들이 쉽게 신대륙을 차지할 수 있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은 크게 2 부분으로 나누어볼 수 있다. 첫째 부분은, 위와 같은 본 주제에 앞서 우리가 서론격으로 알아야 할 주제들을 다루고 있다. 구대륙과 신대륙의 생물상을 다르게 특징 지워준 근원적 이유인 판게아와 대륙이동, 유럽인에 의한 초기의 신대륙 접촉, 네오 유럽 정복의 서막이라 할 수 있는 대서양의 주요 3 제도의 정복 이야기, 그리고 유럽인이 어떻게 전지구적인 바람의 방향을 이해하고 이를 이용하여 전 세계를 항해할 수 있었는지를 말하고 있다. 특히 이 부분에서는 신대륙의 생태적 정복의 핵심적 요인이라고 할 수 있는 신대륙 생태계의 제한된 생물학적 다양성의 원인을 이해할 수 있고, 우리에게는 생소한 역사인 유럽인이 바람을 이용하여 세계를 항해해 나가는 탐험의 역사는 매우 흥미있다.

둘째 부분은, 좀 더 세부적으로 동물, 식물, 병원균들이 네오 유럽 형성에 어떠한 역할을 했는지 구체적인 사례와 역사적인 근거자료를 살펴보고, 마지막으로 뉴질랜드의 예를 종합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이미 기존에도 유럽인에 의한 아메리카 침략의 역사에 있어 천연두(두창)의 역할은 잘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이 책의 핵심 주제인 유럽인에 의한 신대륙 정복에 있어 인간이 아닌 타생물체의 역할은 매우 새롭고 재미있는 시각이다. 하지만, 이 중심 주제를 강조하려다보니, 책 전체에 걸쳐 너무 반복적으로 여러 가지 예를 드는 점이 약간의 지루함을 주기도 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이 책의 저자가 유럽인에 의한 신대륙 정복에 있어 인간이 아닌 타생물체의 역할을 강조함으로써 실제 침략의 주인공이자 수혜자인 유럽인들에게 면죄부를 주려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되기도 한다. 어쨌든, 남의 땅을 침략하려는 유럽인의 의지가 없었다면, 동물도 식믈도 병원균도 신대륙을 파괴하며 점령하지는 않았을 것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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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인류학 - 유전자를 타고 가는 시간여행
존 H. 릴리스포드 지음, 이경식 옮김 / 휴먼앤북스(Human&Books)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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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말하자. 이 책은 재미있다. 하지만 저자의 편견 섞인 해석이 많아 객관적이거나 과학적이지 않다. 이러한 편견이 가능한 이유는, 이 책에서 소개하는 “유전학적인 접근을 통한 인류학 탐구”라는 학문분야의 특성 자체에서 기인한다고도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이 분야에서는 우리가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가서 직접 관찰하지 않는 한, 연구를 통하여 100%의 진실을 알 수는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연구결과를 해석할 때, 그 연구결과를 낳을 수 있는 가능성이 가장 높은 가설을 채택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책 곳곳에서 자신의 편견의 프리즘을 통하여 연구결과를 해석한다. 세부적으로 그의 편견과 오류를 살펴보자.

첫째로, 그는 미국에서 흑인개체군에 백인유전자가 혼합된 비율이 16%이고 반대의 경우는 1%이어서 “미국에서 문화접촉의 역사는 아프리카 출신 미국인(흑인)에 대한 유럽 출신 미국인(백인)의 혼합의 역사라고” 해석하였다(p357). 하지만 백인과 흑인 사이의 혼혈 2세는 백인 보다는 흑인 취급을 받아온 미국의 현실에서 이러한 연구와 해석은 무의미하다. 만약 역사적으로 혼혈이 백인 취급을 받아왔다면 결과는 반대였을 것이다. 즉, 과학적이기보다는 사회,문화적인 용어(여기서는 흑인)를 과학에 무비판적으로 그대로 적용하는 오류를 저자는 범하고 있다. 따라서 이 연구결과의 올바른 해석은 단지 “미국에서는 흑인과 백인이 (더 엄밀하게는 그 유전자가) 어느정도 섞여왔다”는 것이 될 것이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둘째로,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가 현대인류에 남아있는지 이야기 하면서 페인트 혼합의 비유를 하였다. 즉 흰색 페인트 한 방울을 빨간색 페인트가 가득 있는 통에 섞으면 결과는 분홍색이 아니라 거의 빨간색인 것처럼,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가 현대인류에 혼합되었다 하더라도 그 정도가 작았다면 여전히 그 유전자가 우리 몸에 있어도 거의 검출할 수 없다고 하였다(p169). 하지만 유전자를 페인트로 비유하는 것은 어떤 경우에는 합당하지만(p342), 유전자 혼합은 페인트라기보다는 구슬을 섞는 것이다(이것이 그 유명한 멘델 유전법칙의 핵심이다). 즉 흰색 구슬 한 개를 빨간색 구슬 만 개에 섞으면, 우리가 충분히 자세히 조사한다면 결국 그 흰색 구슬을 검출할 수 있는 것이다. 이 말은 우리가 충분히 많은 수의 현대인류 개체를 조사해도 네안데르탈인의 미토콘드리아 유전자를 찾아낼 수 없다면, 결론은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는 현대인류의 유전자 풀에 기여하지 않았다는 것이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자꾸 억지스러운 비유와 해석을 하고 있다.

이외에도 많은 편견과 오류를 찾아볼 수 있다. 만약 이 책이 SF 소설이라면 이런 점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어디까지나 유전학적인 접근을 통한 인류학 탐구라는 학문분야를 일반 독자에게 소개하는 목적으로 씌여졌으므로 이런 편견과 오류는 이 책의 큰 단점이 된다. 반면, 이러한 저자의 편견은 우리에게 색다른 재미를 주고 있다. 바로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편견과 오류를 찾는 재미이다. 비록 이것이 저자의 애초 의도는 아니었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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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역의 의미론
타다 토미오 / 한울(한울아카데미) / 199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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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과학기술 분야 중에서 사이비 이론과 허구가 가장 횡행하는 분야는 건강,의학 분야일 것이다. 이는 아마도 건강,의학 분야는 단지 이론으로만 끝나지 않고 우리의 생로병사와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사이비 이론으로 돈을 벌 수 있으므로.) 그리고 의료체계가 양,한방으로 이원화되어있는 우리사회에서는 더 많은 혼돈이 보이고 있다.

우리사회에서 건강,의학과 관련된 사이비 이론에서 가장 많이 원용하는 정통 의학의 용어는 아마 면역(immune)일 것이다. 이는 전통적으로 건강의 개념을 질병이 없는 상태뿐만 아니라 신체의 전반적인 질병저항력이 강한 상태로 인식하는 (예를 들어 당장 질병이 없어도 보약을 먹어 몸을 보하는) 우리사회에서 서양의학에서의 면역의 개념이 이러한 전통적 개념의 건강 상태와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고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서양의학에서의 면역의 개념은 그러한 것이 아니다.

의학에서의 여러 분야 중 면역학은 그 발전 속도가 가장 빠른 분야 중의 하나다. 따라서, 일반인들이 면역에 대한 올바른 지식을 접할 기회를 갖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세계적인 일본의 면역학자가 면역의 개념과 이에 관련된 여러 의학적 주제를 비교적 알기 쉽게 이야기하고 있다. 따라서, 사이비 “면역” 용어가 통하고 있는 우리사회에서 이에 호도되지 않고 올바른 개념을 알기를 원하는 독자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이 책의 구성은 정통적인 면역학 교과서의 구성을 거의 따르고 있지만, 그 내용은 일반 독자들도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한편, 면역학 지식이 이미 있는 전문가 독자들도 3장의 예르네와 네트워크설 이야기, 5장의 supersystem으로서의 면역시스템, 이외에도 교과서에서는 알 수 없는 여러 뒷 이야기들을 새롭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 특히, 면역시스템에도 신경계와 같은 창발성(emergence)이 있음을 강조하여 supersystem으로 정의하는 내용은 일선의 면역학 연구자들이 귀 기울여야 할 내용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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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의 세기는 끝났다
이블린 폭스 켈러 지음, 이한음 옮김 / 지호 / 200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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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는 “유전자(gene)”라는 단어로 대표되는 극단적 환원론적인 현대 생명과학의 한계가 도래했음을 주장하고, 앞으로의 생명과학은 통합적인 기능 규명과 인식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다른 말로 하면, 유전자라는 단어가 만들어지고 이 단어가 주도한 현대 생명과학으로부터 다음 시대 생명과학으로의 패러다임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시각에서 보면, 한계를 보이는 현대 생명과학의 최고 정점은 인간유전체 계획(human genome project)의 완성과 발표였을 것이다. 이 때 많은 언론들이 이제 생물학적으로 인간을 모두 이해할 수 있다느니, 많은 난치병들을 곧 정복할 수 있을거니 하며 호들갑스러운 보도를 했었다. 그리고 이러한 언론보도의 근저에는 이런 분야의 연구를 주도한 생명과학자들의 자신감과 기대가 존재했다. 하지만 과연 그들의 기대가 맞을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책에서도 그들의 기대가 틀렸음을 주장하면서 그 이유를 논리적으로 잘 설명해주고 있다.

나의 전공 분야에서 한 예를 들어 보자. 결핵균의 유전체 서열이 규명되었을 때 많은 과학자와 언론은 이제 결핵 완치의 길이 열렸다며 보도를 하였다. 그러나 만성 감염병의 다른 예인 많은 바이러스성 질환의 경우(B형 및 C형 간염 바이러스, AIDS를 일으키는 HIV), 우리는 이미 그 바이러스의 유전체 서열을 잘 알고 있었으나 아직까지 완치라고 할만한 치료법은 없는 형편이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이미 다른 생명과학자들도 조금만 생각을 해보면, 이러한 과장된 논리의 맹점을 알 수 있었으나 그 동안 애써 외면해왔다고. 그리고 이제는 20세기 생명과학의 패러다임으로 이룰 수 있는 발전에는 한계가 왔으므로, 이제 새로운 사유방식의 정립이 필요하다고. 이 책의 주장도 바로 이 점에 있다. 그래서인지 이 책을 읽는 내내 평소의 나의 생각과 비슷한 저자의 논리와 주장에 의해 흥분을 억누를 수 없었다.

최근 들어 인간유전체 계획 이후에 생명과학자들 사이에서도 이것이 종료가 아니라 이제 시작점이고, 기능 유전체학이 필요하다는 등의 주장이 나오고 있다. 조금 때늦은 깨달음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이 책은 이러한 새로운 생명과학 사유방식으로의 전환에 좋은 자극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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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자생물학 - 실험과 사유의 역사
미셸 모랑쥬 지음, 김광일.이정희 외 옮김 / 몸과마음 / 200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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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과학의 여러 분야 중에서 가장 눈부신 발전을 하고 있는 분야는 아마도 분자생물학을 필두로 하는 생명과학일 것이다. 하지만, 분자생물학의 역사는 매우 일천하여, 실제적으로 그 시작은 불과 50년 전인 1953년의 왓슨(Watson)과 크릭(Crick)에 의한 DNA 구조의 발견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 책에서는 분자생물학 태동의 초석이 된 20세기 초반의 생화학, 유전학의 발전부터 시작하여 DNA 구조의 발견, 그리고 이후의 분자생물학의 발전 및 유전공학의 탄생까지의 방대한 역사를 다루고 있다.

과학발전 방식의 모델로서 너무나 유명한 쿤(Kuhn)의 표현을 빌리자면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역사는 생명과학 분야에서의 패러다임(사유방식) 전환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쿤의 유명한 저서 “과학혁명의 구조”에서는 패러다임 전환의 역사의 예로 주로 20세기 초반 물리학 분야에서의 양자역학의 태동이 언급되고 있지만, 이 책에서 다루어지는 역사는 생명과학에서의 유사한 예가 될 것이다.

그런 이유로, 자연적으로 이 책을 읽는 과정은 여러 영웅들의 이야기를 읽는 듯한 흥미진진함을 주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은 단순하게 주요 발견과 사건의 기술에만 그치지 않는다. 이에 덧붙여 이러한 발전의 주요 단계들이 가지는 의미와 영향을 저자의 시각으로 해석하려는 노력을 빼놓지 않았다. 이러한 결과로 이 책은 분자생물학이라는 한 세부학문의 역사를 다룬 학술적인 성과물로 평가 받기에 충분하다.

일반적으로 과학발전의 방향은 가치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요인들에 의해서만 결정된다고 생각되기 쉽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하여, 최소한 분자생물학의 역사에서는 과학자의 주위 환경-예를 들자면 소속된 연구소나 소속 학계의 사유방식 및 고정관념, 연구결과에 대한 사회의 반응-같은 비객관적인 요소들이 영향을 미칠 수 있었던 것을 알 수 있다. 아마도 이러한 점은 분자생물학의 역사뿐만 아니라 모든 과학 분야에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저자는 서문에서 일반 독자들도 대상으로 하여 이 책을 썼다고 말하였으나, 너무 전문적인 내용으로 인해 일반 독자들이 이해하고 흥미 있게 읽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하지만, 어떤 책도 전문가 독자와 일반 독자 양 측을 다 만족시킬 수는 없는 점을 고려한다면, 한 쪽 독자층이라도 완벽하게 만족시켜준 이 책을 높이 평가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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