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폭소
권지예 지음 / 문학동네 / 2003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휴일날 미뤄뒀던 일들을 하면서 짬짬이 읽기에는 단편집이 좋다. 세탁기를 돌려놓고 앉아서 한 편, 구석구석 청소를 하고 한숨돌리며 또 한 편, 목욕을 다녀와서 한 편, 드라마가 재미없으면 또 한 편... 어느 일요일 하루를 보내며 <꿈꾸는 마리오네뜨>, '뱀장어 스튜' 등으로 화제를 모았던 권지예의 단편집 <폭소>를 읽었다.

처음에 있는 작품이지만 가장 마지막에 읽어 여운이 많이 남는 작품,'누군가 베어먹은 사과 한 알'은 어머니와 이모의 경상도 사투리 대화가 인상적이고 외삼촌의 조카에 대한 연정이 주위에 떨어진 사과 한 알로 에둘러 표현된다. 외숙모와 외할머니의 약간 정상이 아닌 모습을 보면서도 입은 웃지만 눈은 울게된다.

'스토커'는 단편의 묘미를 한껏 살려내 작품이다. 단편의 묘미는 뭐니뭐니해도 반전일진데, 읽어보시라. 끝까지 읽어보시라 ^^

'폭소'는 권지예의 소설에 많이 등장하는 단어이다.

(한번은 바벨이 이고르에 대한 얘기를 하다가 이렇게 말을 꺼냈다. '안드레이, 가슴앓이를 많이 한 사람들이 농담을 잘 한다는걸 알아요?' 우크라이나인이 입을 다물고 있다가 두 눈을 찡그리면서 대꾸했다. '자네 말이 사실이라면 전 러시아가 폭소로 망해버렸게...' - 한겨레 21-권지예의 책 에세이-막심 고리키의 <어머니> 중 177p.)

그녀의 에세이에서 인용된것처럼 그녀의 폭소는 비장하고 비애미가 깃들어있다. 이 작품 '폭소'에서도 남편과의 관계 중 폭소를 터트리고 마는 여인을 읽으면서도 어쩐지 가슴 한켠이 아려오는 것은 세상에 웃을일이 있어서 웃기보다 웃지 못할 일 앞에서 웃게되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일 것이다.

'풋고추' 위선보다 위악이 어느 땐 더 선에 가까운게 아닌가 한다. 풋고추의 주인공역시 가세가 기울어버린 집안의 장녀로 여대생이라는 이름표를 접어야 할 것 같은 우울한 분위기를 탈피하고자 나를 깨야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남자친구와 밤을 보내지만 해프닝으로 끝나고 만다. 제목처럼 '풋'고추여서 일까?^^

'행복한 재앙'은 마치 한편의 희곡을 보는 것처럼 구성되어있다. 등장인물의 소개나 대사처리가 그러하다.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교통사고 전문 병원에 입원한 지식인과 병동의 개성강한 인물들이 만들어가는 코믹극처럼. 이 작품도 얌전이의 반전에 주목해보자.

일요일 오후...그녀의 이후 소설이 기다려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