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든 투자 아이디어
피터 L. 번스타인 지음, 강남규 옮김 / 이손(구 아세아미디어) / 2006년 7월
평점 :
품절


나쁜 번역서를 출간하는 것은 좋은 책을 읽을 기회를 박탈한다는 점, 더욱이 좋은 번역본이 나올 기회를 원천적으로 봉쇄한다는 점에서 이중의 죄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책의 나쁜 번역서는 상당히 많다.

그런 와중에서도 이 책은 상상을 초월한다. 엄청난 오역과 누락 뿐만 아니라 원서에 없는 내용이 마구 삽입되어 있는 이 책은 도대체 번역서라고 할 수도 없는 그런 부류의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도대체 누가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 건지 이해할 수 있을까?

25쪽의 두번째 문단은 문단 전체가 오역인데,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끝난다. "하지만 즉시 현금화하기 어려운 자산을 변화시켜 유동성이 풍부한 자산으로 형질변경하기도 한다. 또한 가장 생산성이 높은 자산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등 자산 가치를 결정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이 위치에 있는 원문은 다음과 같다. "It makes hard assets liquid, and it puts a price on those assets that promises that they will be put to their most productive uses." 이건 자산의 유동성을 확보하여 자원 배분을 효율적이게 한다는 말이다.

43쪽 두번째 문단의 두번째 문장: "그는 가격 변동을 예측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을 인식했으면서도, '증권시장에 걸맞은 시세 변동의 확률법칙'을 구축하겠다고 공언하면서 증권시장 분석에 집중했다."

이건 바슐리에가 황당하고 무모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주는데, 사실 원문은 주제에 접근하기 위한 바슐리에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설명하고 있는 문장이다.

Recognising that fluctuations over time are virtually impossible to interpret, he begins by concentrating on the market at a given instant, promising to establish "the law of probability of price changes consistent with the market at that instant"

바슐리에는 시간에 따른 가격 변동을 설명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고, 특정 시점에서의 시장 조건과 그에 부합하는 가격 변화의 확률 법칙을 확립하는 데 집중했다는 뚯이다. 통계학적 용어로는 시계열 분석이 불가능함을 깨닫고 횡단면분석을 통해 접근했다는 말이다.

그 다음 문장, "그는 '시세 변동의 확률법칙'에 관한 연구에 집중한 덕분에 '확률과 우주 입자 운동이 우발적인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는 아주 중요한 결론을 도출했다."도 완전히 반대의 해석이다. 원문은 바슐리에가 이 문제에 접근하기 위해 확률 이론과 브라운운동에 관한 이론에 천착했다는 의미이다.

45쪽의 두번째 문단은 다음과 같다. "바슐리에의 통찰력을 현대적인 언어로 표현하면 '시장가격 변동에 대한 시장 참여자의 상반된 의견은 시간이 흐르면서 너무 차이가 나기 때문에 매도자은 가격이 오를 것으로, 매수자는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이건 누가 봐도 바슐리에가 횡설수설 하는 걸로 들리는데, 이에 해당하는 원문은 다음과 같다.

The key to Bachelier's insight is his observation, expressed in a notably modern manner, that "contradictory opinions concerning [market] changes diverge so much that  at the same instant buyers believe in a price increase and sellers believe in a price decrease."

시장에서의 기대는 너무나 다양해서 동일 시점에 가격이 오를 것으로 생각하는 매수자와 가격이 내릴 것으로 생각하는 매도자가 동시에 존재한다는 얘기다.

책의 시작인 바슐리에의 이론 전체가 잘못 번역되어 있다. 이거 뿐일까?
이건 절판시키고 시장에서 회수해야 할 책이며, 개정판을 낼 의향이 없으면 출판사는 한국어판에 관한 권리를 포기해야 한다. 별점 1개는, 0개가 불가능해서 어쩔 수 없이 주는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