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트 댄스
귄터 그라스 지음, 이수은 옮김 / 민음사 / 2004년 1월
평점 :
절판


이건 시집이며 화보집이다. 노년의 그라스는 자신이 전쟁 시절, 소년이었을 때부터 배웠고 탐닉했던 춤을 추억하며, 그리고 그 춤과 더불어 자동으로 떠오르는 전쟁과 죽음과 절망과 욕망의 세계를 함께 노래한다. 서로를 집어삼킬 듯한 욕망, 춤과 죽음이 그렇게 일맥상통하던가. 노작가는 놀랍도록 생생한 구어체로 그 모든 흔적들이 새겨지던 육체들을 복원한다. 글자로, 그림으로. 거의 춘화에 가까울 정도로 노골적으로 그려진 남녀의 스케치. 그런데 그들은 모두 미친 듯이 춤을 추거나 섹스를 하고 있건만, 얼굴은 두려움에 질려 있거나 무표정하다. 그 부조화는 지나치게 기괴하고 무섭다.
나는 시를 잘 모르고 아주 즐기는 편도 아니다. 그래도 가끔씩 그 단문장들 속에서 어떤 구구절절한 부연설명보다도 더욱 명료한 진실을 발견할 때가 있다. [라스트 댄스]의 몇몇 시들이 그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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