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 론리하트
너새네이얼 웨스트 지음, 이종인 옮김 / 마음산책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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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주인공 미스 론리하트의 실제 이름은 끝까지 등장하지 않고, 그가 읽는 온갖 불행을 호소하는 편지들과 그를 둘러싼 등장인물들의 생생한 커리커처만 묘사된다. 미스 론리하트에 대해 가장 많은 정보를 주는 것은 그의 환상인데, 문제는 그 환상의 묘사라는 게 다소 진부하리만치 너무 직접적인 비유들로 이뤄져있다는 게(거칠게 말해서 프로이트적? 사실 프로이트의 책 자체는 꽤 좋아하는 편인데, 이른바 프로이트적 묘사라든가 설정이 나오면 왜 이렇게 촌스러워 보이는지 모르겠다), 현재 시점에서 읽기엔 그리 생동감 넘치지 않는다. 환상을 제거한 상태의 그의 심리 묘사라든가 미스 론리하트와 쉬라이크가 주고받는 궤변이 주는 효과가 훨씬 낫다.

미스 론리하트는 예수가 되길 꿈꾸지만 그 꿈조차 지나치게 얄팍하여, 결국 자신이 '농담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그 농담의 희생자'가 되었음을 알게 도었다는 자각조차도 '스스로가 스스로의 환상의 희생자가 되었음'을 파악하는데 까지는 이르지 못했기 때문에 죽음에 이른다. 그 자신이 결국 예수와 하나가 되었다는 환상이야말로 그가 자아낸 최고의 자기기만이다. 결말은 그 무지가 빚어내는 아이러니를 쓰디쓴 냉혹함으로 짤막하게 묘사한다. 실패한 구원자, 실패한 예술가. 이 작품이 <위대한 개츠비> 등과 비견된다고 들었는데, 개츠비(라는 일반적 개인)에 비해 미스 론리하트는 훨씬 더 젊은 예술가에 가깝다. 어쩌면 작가가 이런 작품을 쓰면서 가질 수밖에 없을 그 자기반영적 사고가 이 작품을 더욱더 침울하고 어렵게 만들고 있는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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