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고의 숲
로버트 홀드스톡 지음, 김상훈 옮김 / 열린책들 / 2001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MYTHAGO(음절이 두번째에 온다). MYTH(신화)와 IMAGO(심상)의 결합. 그리고 '이상화된 신화 속 등장 인물의 이미지'. 로버트 홀드스톡의 [미사고의 숲]은 인간의 근원적인 심상에 대해 이야기한다. 서로 다른 문화가 충돌할 때, 혹은 인간이 지상에 처음 출현했을 때 훨씬 이전부터 있던 자연과 충돌해야 하는 순간 그들의 염원과 희망은 영웅을 만들어내어 왔다. 돌, 물, 나무와 같은 자연적 존재들이거나 '아서왕, '로빈 후드' 등과 같은 신화적인 인물들이 그 소산물이다.
여기 어떤 숲이 있다. 그 숲은 스스로를 방어하고, 자신에게 감추어진 비밀을 알아내려는 사람들을 상처 입힌다. 그 숲과 감응할 수 있는 사람만이 자신만의(혹은 인류의) 미사고를 이끌어내는 매혹적인 경험을 할 수 있다. 헉슬리 가의 남자들은 홀린 듯이, 주술에 걸린 듯이 그 숲에 들어가려 한다. 녹색 옷을 입은 대지의 여신 귀네스, 그녀는 헉슬리 가의 세 남자를 한꺼번에 매혹시키지만 '아버지의 무덤'을 찾아내는 자신의 운명을 따라가야 한다. 이제 헉슬리 가의 남자들, 아버지와 두 아들은 그 운명을 차지하기 위해 서로를 증오하고 사랑하며 상처입힌다. 그들은 스스로 신화 속으로 걸어 들어가 '아웃사이더'와 '혈족'이 된다. 예정된 운명은 피를 흘려 대지에서 벌어진 죄를 정화하고, 역할이 뒤바뀐 카인과 아벨은 평화와 죄악을 구분짓는 이름이 되어간다.
로버트 홀드스톡의 [미사고의 숲]은 이를테면 신화와 전설에 관한 메타적 글쓰기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전세계의 수많은 구비전설들 사이의 유사점을 입증하려 노력했던가? 홀드스톡은 그 어떤 논문보다도 훨씬 흥미롭고 황홀한 증거를 들이댄다. 그 모든 이야기 속에 인간의 공통적인 감정과 심상이 녹아들어가 있음을, 그리하여 인류는 하나의 뿌리에 나왔음을, 그리고 신화를 탐구하는 과정이 정체성을 찾아가는 지난한 과정과 그리 다르지 않음을.

PS: [미사고의 숲]은 홀드스톡의 '미사고 사이클'의 1부에 불과하다. 이후에 그는 미사고에 관련한 5권의 책을 더 썼고, 지금 또다른 7번째 이야기를 구상 중이라고 하는데 과연 우리 나라에 나머지 책들이 번역될 수 있을까? [미사고의 숲]을 번역한 열린책들에선 그럴 계획이 없다고 한다. 너무 안타까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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