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헉 원서로 찾은 표지그림에 레이 브래드버리가 헌사를 남겼잖아....*_* 코넬 울리치는 매 세대마다 재발견되어야 한다니, 작가로서는 저런 말만큼 행복한 찬사가 또 없지 않을까!! "우리는 이 일과 싸워왔다. 생각나는 모든 방법으로. 남겨진 모든 방법으로. 방법이 없다. 어쩔 수 없다. 도망갈 길은 없다. 우리는 올가미에 걸려 꼼짝도 할 수 없는 것이다. 왜냐하면, 만일 그가 범인이 아니라고 한다면 나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만일 내가 범인이 아니라고 한다면 그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내가 범인이 아니라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게다가 그도 자신이 범인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로서는 뚫고 나갈 수 없다. 도망갈 길은 없는 것이다....어떤 게임인지 나는 모른다. 어떤 식으로 하는 것인지 방법도 모른다. 다른 사람은 가르쳐 주지 않는 것이다. 단지 내가 알고 있는 것은 그 게임 도중 어딘가에서 잘못된 것이 틀림없다는 사실 뿐이다. 이 게임에서 이겼다면 어떤 상품을 받게 되었을지 나는 모른다. 알고 있는 것은 우리가 그 상품을 받지 못했다는 것뿐. 우리는 졌다. 나로서는 그것밖에 모른다. 우리는 패배했다. 그리고 지금은 이미 게임이 끝난 것이다." (<죽은 자와의 결혼> 마지막 문단) 가진 것 없고 절망에 휩싸인 젊은 여인이 열차에서 우연히 마주쳤던 행복한 신혼부부와 우정을 나누다가, 열차 사고로 부부가 숨을 거두자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떠밀려 죽은 여인으로 정체를 가장하고 전혀 낯선 곳에서 새 삶을 시작한다. 그때부터 자신의 정체를 알고 있는 유일한 남자가 그녀를 협박하고, 그녀는 모처럼 찾은 이 행복하고 다정한 새 삶을 버리고 싶지 않다. 결국 살인이 일어난다. 그녀는 자신이 범인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그렇다면 누가 범인인가? 그녀의 새로운 연인인가? 그러나 그녀는 연인이 범인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혹은 그렇게 믿고 싶어한다). 누가 범인인지는 끝까지 밝혀지지 않고, 결국은 영원히 끝나지 않을 불안감의 지속이라는 짐을 짊어지게 된다. 그녀는 자신과 운명 사이의 내기에서 패배한 것이다. 1903년에 태어나 40년대에 가장 왕성한 활동을 펼쳤던 코넬 울리치는 작가로서의 부와 명성을 거머쥐었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를 아웃사이더로 내몰면서 뉴욕의 호텔을 전전하는 일생을 보냈다고 한다. 그리고 바로 그런 뉴욕 뒷골목의 정서와 분위기를 완벽하게 체화했기 때문에 그의 추리소설들은 다른 작가들에게서는 찾아보기 힘든 특별한 분위기가 떠돌 것이다. <죽은 자와의 결혼>에서도 피할 수 없는 운명에 저항하는 인간들에 대한 섬세한 애정과 도저한 낭만성으로 점철되어 있다. 아무래도 이 사람의 다른 작품들이 번역되는 걸 하염없이 기다리기보다는 차라리 원서를 읽는 쪽이 빠를지도 모른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