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톈(易中天)의 '삼국지 강의'   

박경철 mar 23. 2009.  시골의사 블로그

우리가 ‘뭐 이런 인간이 다 있나?’라고 말 할때는 통상 두 가지 경우가 있을 것이다. 

그중 하나는 아마 ‘인간이 너무 막돼먹었다’는 뜻일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필시 ‘어찌 사람의 능력이 저럴 수 있을까?’라는 경탄의 의미일 텐데, 필자가 이 책의 저자 ‘이중텐(易中天)’의 저작들을 접하면서 제일 먼저 든 생각이 바로 ‘그것’ 이었다. 

1947년생, 우리나이로 62세, 학자로서는 그리 많은 연치가 아님에 불구하고 그의 학문은 문학,예술,미학,심리학,인류학,역사학,사회학,물리학등에 깊고도 넓게 펼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구름위에 앉아 준론(峻論)으로 붓을 들고 고담(高談)으로 똥을 싸는 꽉 막힌 부류의 ‘고고학자(孤高學者)’도 아니다. 

요즘 유행하는 ‘통섭(通涉)’이라는 말을 누군가에게 붙인다면 그야말로 딱 들어맞는 전형을 보여주는 사람인 셈이다.

학자가 학문을 함에 있어 지식을 쌓아올리고 축척하여 깊이를 더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그것이 세상과 교류하지 못하고, 지식의 울림이 사회에 공명을 일으키지 못한다면 그것은 외눈박이 지식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인문학에서는 이것이 더욱 심각한 문제로 다가온다. 대개의 인문학자, 혹은 철학자들이 사유하는 ‘존재’조차, 그들만의 난해한 암호나 기호들로 그려져 있어 학문이 나아갈수록 사회는 인문학과 소통하지 못하고 고립되어 스스로 자멸하고 만다. 그점에서 볼 때 우리나라에서도 일부학자들이 대중과 호흡하며 인문학을 문지방에 올려놓는 시도를 하는 것은 아주 바람직한 일이다. 

이중텐의 중국내에서의 입지는 유럽에서의 ‘움베르토 에코’나, 우리나라의 ‘이어령’과 ‘도올’, 그리고 ‘정민’과 ‘이진경’을 합해 놓은 것과 비슷하다. 그는 처음 중국인들에게 마치 ‘도올’처럼 혜성과 같이 등장했고, ‘이어령’처럼 인정받았으며, ‘정민’처럼 썼고, ‘이진경’처럼 가르쳤다. 

특히 그가 58세이던 2005년 CCTV의 ‘백가강단’이라는 프로그램에 등장해 그야말로 일대 센세이션을 불러온 장면은 마치 ‘도올’이 ‘EBS’에서 ‘논어’를 강의하던 것과 비슷한 신드롬이었지만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이후 2006년 같은 프로그램에서 ‘삼국지’를 강의한 다음에는 그는 일약 중국에서 가장 저명한 학자이자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어 버렸다. 특히 그의 삼국지 강의는 중국내에 삼국지 열풍을 재점화 시켰고, 때마침 경제성장에 고무된 중국인들의 뿌리찾기 열기와 맞물려, 곳곳에서 고전강독의 유행까지 불러 일으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강의는 ‘놀랍게도’ 그리 대중적이지 않다, 

그의 ‘삼국지 강의’는 찰나의 한 줄을 놓치면 다시 앞으로 되돌아가야 할 정도로 만만치 않다. ‘진수의 삼국지’, ‘나관중의 삼국지연의’ 뿐 아니라, ‘배송지의 주석’에까지 일일이 주해를 달고 고증을 한 결과물에, 자신의 해박한 지식을 총동원해 각 등장 인물의 심리학적 동인까지 세밀하게 분석하고 있어 그의 ‘삼국지 강의’는 은근하고 묵직하다. 

그의 또 다른작품 ‘미학강의’는 그동안 어떤 곳에서도 볼 수 없었던 통섭적 지식의 성과물이며, ‘중국인에 대한 단상’, 이나 ‘제국의 슬픔’등을 통해서는 역사와 사회학이 만나면 현재에 대해 어떤 인식이 가능한지를 보여주고 있다. 

사실 그의 저작에서 최고봉을 이루는 지점은 ‘삼국지’가 아니라 ‘미학’이다. 

원래 중국은 공산혁명의 과정 속에서 필연적으로 ‘객관미학’과 ‘주관미학’ 사이의 투쟁이 있어왔기 때문에, 미학에 대한 논의가 진지하고 광범위한 나라 중의 하나다. 그런데 그는 앞서 거론한 미학강의를 통해 대중적이면서도 전문적인 미학과 미학사를 들려주고 있다. 최소한 필자의 독서반경 수준에서는 이정도의 미학입문을 읽은 기억이 없다.

다만 한 가지, 그의 책을 읽을 때 아쉬운 점은 ‘삼국지 강의’는 최소한 삼국지를 두어번은 읽은 독자에게 허락된 책이고, ‘미학강의’는 ‘아리스토텔레스’나, ‘바움가르텐’, ‘칸트’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곰브리치’나 ‘젠슨’, 그리고 ‘주자학’과 ‘양명학’에 대한 개요정도는 접한 연후에 들어야 체화하기 쉽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 외의 그의 다른 저작들은 일반독자들에게 충분히 수월하게 읽히고 특히 중국을 알고 싶은 외국인들에게는 딱 맞는 눈높이에서 중국을 들려주고 있다는 점에서 한사람의 인문학자가 그 사회에 미치는 ‘진동’의 가치를 다시한번 생각하게 만드는 저자이자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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