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창비소설집
김영현 지음 / 창비 / 1995년 3월
평점 :
품절


얼마 전 이문구 선생님이 돌아가시고 난 후 어느 티브이 프로에서 그분의 추모특집을 한 적이 있었다. 그 프로에 패널로 나온 이들 중에 김영현이라는 소설가를 처음 보았다. 그가 실천문학 대표라는 직함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지인한테 들은적이 있었지만 얼굴은 사실 처음 보는 거였다. 나이에 비해 약간 벗겨진 머리하며 말하는 폼이 다소 어리숙하게 보이기도 했을테지만 강당있어 뵈는 눈빛은 어딘가 모르게 절도있게까지 보였다.

어쨌든 나는 그의 이 소설집을 헌책방을 통해 구입했다. 마른 수수깡의 연가에서부터 열편이 되는 소설들은 하나같이 잘 읽히는 수작들이다. 그의 작품들의 장점이라고 장점이겠지만 아련한 옛추억들을 떠오르게 하는 신비한 힘이 서려있다는 것다. 기억에 남는 작품들이 꽤 된다.

시인 고정희의 죽음에 대한 작품 [해남가는 길]도 그렇지만 [차력사]라는 작품은 가슴을 울렁이게 까지 한다. 그밖에 작품들도 하나같이 어딘가 모르게 생각이 깊은, 내성적인, 소극적인 성격을 가진 주인공들이 대부분이다. 그들은 자신의 주장들을 생각들을 앞장서서 피력하진 못하지만 내면적으로남 처한 현실들을 누구보다도 괴로워하고 있다. [꽃다발을 든 남자]의 달진이나 [고도를 기다리며]의 홍상병이나 [집시 아저씨]의 집시아저씨나 그 주인공 남자나 모두들 하나같이 현시대의 불만들이 서려있다.

작가는 후기에 “인간의 역사 속에는 영구불변한 진리란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동안 우리의 삶을 걸 만한 진리는 있을 것이다” 라고 말하고 있다. 이것이 김영현이라는 소설가가 추구하는 작품관과 맞닿아 있을 것이다. 그의 작품의 인물들은 분명하진 않지만 끊임없이 진리를 찾고자 노력할 것이다.

나는 김영현의 작품들이 쏙 맘에 든다. 내가 소극적인 성격이나 불만들이 그들 주인공들과 어딘가 닮아 있기때문인지도 혹은 어느사이 나도 그들 주인공들 나이가 되어 있기 때문인지 모른다. 오랜만에 좋은 작품집을 봐서 흐믓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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