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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집의 영희 씨 ㅣ 창비청소년문학 70
정소연 지음 / 창비 / 2015년 10월
평점 :
절판
알라딘에서 굿즈 얻을 욕심으로 사놓은 책이 꽤 된다.
알라딘 마케팅에 더이상 넘어가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하아...
쌓여가는 책들을 보며 언젠가는 읽어야지 읽어야지 속으로 되뇌일 뿐 실행에 옮기는 일은 갈수록 줄어들고.
그나마 국내 소설은 대체로 읽기에 부담이 없는 편이기에 작년에 읽은 신간이 몇 되는데 그 대부분을 알라딘에 다시 팔아버렸다.
소장해서 생각날 때마다 한번씩 다시 읽어야겠다 싶은 작품이 그만큼 드물다는 말이다.
올해 들어 처음 읽게 된 국내 소설이 옆집의 영희 씨.
결론부터 말하면 이 책은 충분한 소장 가치가 있다.
그 뿐 아니라 몇 번이고 천천히 되풀이해서 읽고 싶다는 결심을 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몇 년 만에 독후 소감을 쓰고 싶다는 충동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처음엔 100자평에 단 몇 줄로 끝내려 했으나 이런 작품을 선물해준 작가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싶다.
단편집 특성상 한 권의 책 안에 다양한 등장인물이 등장한다.
나의 경험과 겹치는 인물도 있고 아니기도 하지만 어쩐지 모두 조금씩 나와 닮은 부분이 있는 이들이다.
외롭고 아프고 무언가를 잃어본 사람들.
SF라는 장르의 경계가 무어 중요한가.
그런 구분은 오히려 이 작품이 가진 진가를 협소하게 가두는 행위일 뿐이다.
어떤 환경에 있든 그 안에서 움직이고 살아가는 사람, 사람들의 얘기인 걸.
화려하고 개성적인 문체는 아니나 굉장히 섬세하고 소박한 결을 가진 문장의 힘.
인물들을 둘러싼 풍경은 눈 앞에 그린 듯 선명하고 그들이 느끼는 공기와 냄새는 나의 감각을 똑같이 깨운다.
그리고 거의 모든 작품에서 느껴지는 어딘지 서늘한 공간감.
그 공간 안에서 중력을 벗어나 자유롭게 부유하는 듯한 이 감각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또한 절망에 가까운 지점에서 길어올리는 한줄기 빛 같은 작은 희망들.
어느새 위로 받고 있는 나.
책의 마지막 독자에게 위로를 주고 싶었다는 작가의 말에 '네, 저 위로 받았어요' 나도 모르게 머리를 주억거리며.
당분간은 적어도 내겐 정소연 작가를 능가할 국내 작가는 등장하지 않을 듯 하다.
아니, 어슐러 르 귄 이후 처음이다.
"그렇지만 수진아, 나달에 찾아온 가을은 너무나 아름다웠어." -가을바람
이 말을 이해할 수 있다면 당신은 이미 정소연의 포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