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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빼미의 낮
  • 레오나르도 샤샤
  • 13,500원 (10%750)
  • 2026-06-05
  • : 2,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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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21년 시칠리아 라칼무토 출신의 시인, 소설가, 언론인, 그리고 무엇보다 정치인. 시칠리아의 대표적 시인, 극작가, 소설가라고 알려진 비탈리아노 브란카티를 사사하고 훗날 상원의 공산당 의원이 될 주제페 그라나타에게 프랑스 계몽주의와 미국 문학을 배웠단다. 후에 시집 딱 한 권과 몇 권의 소설을 발표했으며, 1975년에 공산당원이지만 무소속으로 시의회 의원으로 선출됐다. 이후 공산당과 기독교민주당이 모종의 커넥션이 있었던 모양인데 이에 반대하여 자유주의적 좌파정당인 급진당으로 이적했고, 급진당 소속 시의원도 몇 번 해 자신 것처럼 보인다.

  시칠리아 자치구역 안에서 살고, 정치활동에 뛰어들었으나 결국 샤샤의 본질은 소설가. 1989년, 68세로 생을 마감할 때까지 쉬지 않고 집필 활동을 해 온 소설가로, 오늘 독후감을 쓰는 <올빼미의 낮>이 대표작으로 꼽힌다. 전직 가운데 하나가 언론인이라 이이의 작풍도 당연히 리얼리즘에 입각한 시칠리아의 현실 조명이었을 것이고, <올빼미의 낮> 역시 1950년대 말 시칠리아의 문제점 가운데 하나였던 마피아 조직에 관한 작품이다.

  말이 마피아지, 당시에 한갓 언론인이자 소설가 신분으로 시칠리아는 물론이고 로마를 위시한 이탈리아의 많은 지역과 미국의 시카고와 뉴욕 등에 막강한 조직을 갖춘 마피아에 관하여 함부로 작품을 썼다가는 쥐도 새도 모르게, 흔적도 없이 사라질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은 젊은 시절에 가르침을 준 주제페 그라나타의 원론적 공산주의와 순수 저널리즘의 가치 같은 것에 영향을 받지 않았을까 싶다. 근데 완전히 짐작이다. 내 생각에 그렇다는 것이니 아니더라도 좀 봐 주시라.


샤샤의 동상.보도 한 가운데 세워 놓았네?


  작품은 S.의(이후 편의상 S시라고 하자) 살바토레 콜라스베르나라는 이름의 건설협동조합장이 일주일에 한 번 팔레르모로 가는 06시 30분에 출발하는 아침 첫 버스 정류장을 향해 뛰어가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왜 뛰어? 당연히 늦었으니까 그렇지. 아니나 다를까, 벌써 버스는 S시에서 팔레르모 또는 더 큰 도시로 농사 지은 것이나 닭 또는 오리, 기타 등등 쉽게 잡아먹을 수 있는 동물을 든 채 적당한 냄새를 풍기는 중년 이상의 여성들을 태우고 딱 출발한 때였다. 허겁지겁 버스를 쫓아 뛰어가는 콜라스베르나 선생. 나는 이이의 이름을 콜라스-베르나, 이렇게 읽었지만 조금 뒤에 보면 콜라-스베-르나, 이렇게 읽는 게 더 편하다고 친절한 출연자 가운데 한 명이 동아시아 독자에게 말해준다. 하여간 버스의 차장이 살바토레 콜라스베르나가 뛰어오는 걸 보고 급하게 운전수에게 차를 멈추라고 하는 순간, 성당을 중심으로 하는 광장의 한 구석에 놓인 어두운 짐이랄까, 무더기 사이에서 광장을 울리는 총소리가 꽝, 꽝 두 번 들렸고, 바로 즉시 콜라스베르나가 든 서류가방이 먼저 바닥에 떨어지고, 이어 콜라스베르나 조합장의 머리가 서류가방 위로 쿵, 소리를 내며 부딪혔다. 노련한 저격수가 쏜 총알에 맞아 그 자리에서 즉사하고 만 것. 이때 광경을 직접 목격한 S시 주민들은 두 손을 모아 이렇게 말했을까? 삼가 고인의 애도를 빕니다. 편히 쉬시기를.

  왜 짓궂게 목격자들의 애도를 운운하느냐 하면, 사건 발생 즉시 현장에 도착한 군경찰이 일단 승객들을 죄다 버스에서 내리게 했지만 승객 외의 목격자들을 불러모으는 동안 모든 승객들은 슬금슬금 자리에서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져 버렸다. 시칠리아에서는 그래야 오래 산다는 걸 뭐. 봐도 본 게 없고, 들어도 들은 게 없으며, 할 말도 결코 목젖을 넘어 입술 밖으로 나오지 않는 놀라운 기술을 익혀야 만수무강에 지장이 덜한 사람들.


  죽은 이가 속한 ‘산타 파라’ 작은 규모의 건설협동조합. 십여 년 전에 형제 둘과 벽돌공 네댓 명이 뜻을 모아 설립해 명목상 측량사가 현장책임자이지만 실제로는 콜라스베르나가 공사를 지휘하고 회계까지 도맡아 처리했던 알찬 조합이라고, 아는 사람은 다 안다. 부실하지 않은 시공으로 이름값을 높였다. 도로를 깔면 무거운 짐차들이 많이 다니는 도로임에도 몇 년 지나도 여전히 금 하나 가지 않아 보수공사 한 번 하지 않은 공사.

  사건을 해결하기 위하여 군경찰은 이탈리아 북부의 파르마 출신인 대위를 보낸다. 이외에 경위와 자잘한 업무를 하는 스포시토 군경관. 대위는 먼저 산타 파라의 조합원들을 소환한다. 대기실에 가 보니 불안한 표정의 조합원들과 신고를 하러 온 여성 한 명이 있다. 여성은 정원의 가지치기, 즉 전정사의 아내. 지참금과 남편의 성실성으로 비교적 잘 사는 축에 속하는 좋은 가정의 안 주인인데, 전정사가 그저께 일을 나라 돌아오지 않는다고, 행방불명 신고를 하러 왔다. 이 남자, 죽었다. 콜라스베르나를 살해하는 현장에 있었다는 것 때문에 범인들과 함께 이동해서 사람이 살지 않는 암석 지대까지 끌려가 죽었고, 시신마저 깊숙하게 숨겨버린 거다. 물론 나중에 그렇게 밝혀진다.


  군경찰의 대위는 이곳 현지 수사관들, 예를 들어 경위와 생각이 조금 다르다. 대위는 S,에 도착하자마자 많은 관계자와 사건 현장에 있던 사람들을 찾아내 탐문을 해 보았지만 아무도 사건에 대해 본 것과 들은 것을 말하지 않았다. 그러나 정작 이상한 일은, 아무도 말하지 않지만 모두 익명으로 편지를 쓰려 하는 것 같았다. 이 사건과 관련하여 벌써 다섯 통의 편지를 받은 것. 그중 하나는 시칠리아에서 가장 흔하고 널리 이해가 되는 살인 형식으로, 피살자는 질투 때문에 살해되었다며 질투에 눈이 먼 남자 이름까지 알려준 것도 있었다. 작품 속에서도 대표적 유형으로 마스카니의 <카발레리아나 루스티카나>를 언급한다. 하지만 대위는 귀담아들으려 하지 않는다. 대신 직업에 유념한다.

  ‘산타 파라’의 일 처리 방식. 그들도 다른 건축조합과 마찬가지로 경쟁업체가 있고, 경쟁업체들과 함께 사업 입찰에 참가하여야 하며, 자재와 장비를 적시에 조달해야 하는 건 물론이다. 자재와 장비는 공사가 진행하는 동안 계속 현장에 쌓아 두고 퇴근한다. 간혹 인부들이 현장에 머무는 경우도 있지만 밤이 깊으면 이들도 잔다. 이럴 때, 절대 밤에 잠을 자지 않는 사람들에게 현장과 시설, 장비를 보호해달라고 요청하는 일이 자연스럽다. 도난이나 파손을 방지하기 위하여. 마음을 나쁘게 쓴 경쟁업체가 밤새 불을 싸지르는 일이 생길지 누가 알랴. 만일 보호해주겠다고 제안을 했음에도, 그걸 거절할 정도로 어리석었다면 어떤 일이든지 하나 정도는 생길 수 있을 것이다.

  대위는 피살자의 친형 주제페 콜라스베르나에게 이렇게 물었지만, “우리는 전혀 아는 게 없다.”라는 대답을 받았을 뿐이다. 이렇게 보호해주는 집단. 밤에 잠을 전혀 자지 않는 무리, 올빼미들이 산타 파라 건설협동조합이 해줄 수 있는 게 이것 하나가 아닐 터이다. 수의계약을 성사시켜줄 수도 있고, 공공사업 입찰에 참여시켜줄 수도 있으며, 공사가 끝난 후에도 준공검사를 통과할 때 그들의 로비로 크게 도움을 줄 수 있으며, 험한 인부들을 효율적으로 관리해줄 수도 있다. 쉬운 말로 백골단을 동원해줄 수 있다는 얘기다. 이 올빼미들이 관리하는 아홉 개의 업체가 일종의 컨소시엄을 형성했다면, 참여하지 않고 견디는 열번째 업체는 희생제물인 검은 양이 될 수밖에 없는 거다. 존재 자체가 도전이고 나쁜 본보기일 뿐이니. 검은 양은 반드시 컨소시엄에 들어오게 하거나, 영구 퇴출시켜야 할 존재일 것이다. 그래서 여태까지는 밤에 절대 잠을 자지 않는 올빼미들의 집단이 낮에도 활동하기 시작해, 낮이 시작하는 아침 6시 30분, 첫차로 주도 팔레르모를 향해 출발하는 버스를 따라 헐레벌떡 뛰어가던 검은 양의 실질적 관리자 살바토레 콜라스베르나를 향해 총열을 잘라낸 산탄총 루파리에서 발사한 총알 두 방을 맞고 현장에서 즉사해버린 것이다.

  대위는 이렇게 수사의 가닥을 잡았다. 남은 일은 낮에 활동을 하기 시작한 “밤에 절대 잠을 자지 않는 자들” 즉 마피아의 최상부까지 헤집어 뿌리를 뽑고 싶은 것. 그러나 1950년대 말의 시칠리아 마피아는 시칠리아는 물론이고 로마의 정치권까지 이미 뿌리를 굳게 묻고 있었으니, 과연 한갓 군경찰의 대위에 불과한 수사관과 이이의 친구이기도 한 검사 한 명의 도움을 받아 낮에 나온 올빼미를 이겨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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