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여행 4일째, 북경에 비해 포근한 상하이를 걸었네.
<루쉰 공원>
어르신들의 놀이터
쌍쌍이 손잡고 춤추기도 하고, 에어로빅도 있고, 합창 소리도 들리고, 태극권이거나 기체조도 보이고, 어디선가 섹소폰 소리도 들리고, 상하이에서 노년을 사는 사람들이 좋아 보였다. 그대와 손잡고 이렇게 늙어도 좋을.
<루쉰 기념관>
루쉰에 대한 애정과 존중이 충만하더라.
중국 현대문학의 처음이자 끝
전통을 존중하며 동시에 파괴하여 인민을 고통스럽게 하는 근대의 한계를 넘고 싶었던
케테 콜비츠를 좋아했고, 판화를 좋아했던 루쉰의 시그니처 사진은 개척자, 길을 열어가는 의연한 사람의 이미지가 있고, 죽기 얼마전 애정과 존중의 눈빛 초롱초롱한 젊은 이들과 대화하는 장면이 있다.
그 외에도 여러사진이 있는데, 어머니의 뜻에 따라 결혼한 아내와 함께 찍은 사진은 한장도 없다. 신여성과 함께 살아 아들을 낳았는데, 두 여성을 자신의 자장안에 두고 본인이야 알리바이가 합리적이었는지 모르겠으나, 남편 없이 시어머니만 모시고 평생을 살아야 했던 아내 주안은 좋았을까? 총명한 신여성 쉬광핑은 훌륭한 루쉰 선생과 함께라면 첩이라도 행복했을까? 루쉰이 개척한 근대에 여성의 자리가 없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주안은 루쉰의 유물이고, 아일린은 조지 오웰의 뒤에 있었다. 시대와 장소를 초월하여 잘난 남자들의 아내라는 지위에 대한 이야기다. 그녀들의 근대는 언제 오는가?
<대한민국임시정부 유적지>
광복후 임시정부 인사들이 축하하며 한마디씩 쓴 현판 글귀들 중
˝새 살림 차리어 고로 잘살세!˝
문장이 훅 들어와 마음 찡했다. 내가 사는 오늘의 살림이 안전하고 평화롭기를 바라며 앞서 살았던 어떤이가 헌신하고 축복했다. 고로 잘살세!
담배가 아니라, 담배피울 수 있는 자유를 즐기며 상하이 가을을 즐겼다. 꽉 채우지 않아 비우는 헐렁함으로 내 삶의 한 모퉁이가 풍요로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