왔어요, 왔어. 날이면 날마다 오는 게 아닙니다. 6개월에 한 번씩 올까 말까 그러다 마침내 온다. 잠자냥픽 상반기에 좋았던 책&하반기에 좋았던 책. 그리하여 오늘은 2026년 상반기에 좋았던 책.
폴스타프 님은 술을 줄이신 덕분에 상반기에 142권, 4만8천7백 페이지를 읽으셨다고 한다. 나는 술을 줄이지 않아서 그런지(엥?) 그것보다는 조금 적게 상반기에 123권을 읽었다(뭐야 123권이라는 숫자, 그것참 웃기네ㅋㅋ). 몇 페이지를 읽었는지는 계산해보지 않아서 모르겠다....(계산 싫음;;) 아무튼 그중에서 고른 2026년 상반기에 좋았던 책. 다른 때와 마찬가지로 주로 신간 위주로 골랐다.

ㅋㅋㅋㅋ 이거 어제 전체 목록 다운로드 받아봤는데.... 너무 길어서 다 올리지는 못함.
전체 목록 궁금하신 분은 팩스 번호 남기세요. 보내드리겠....(엥?ㅋㅋㅋㅋㅋㅋㅋ)
문학
안 세르, <호피무늬 모자>
6월의 마지막 날 읽은 작품이라 강렬한가? 아직도 먹먹하다. 다 읽고 나서 옮긴이의 말 첫 부분을 읽다 그렁그렁 울컥했다. 이 작품이 쓰인 배경을 알게 되어서… 안 세르는 몇 해 전 <가정교사들>을 읽고 인상에 남았던 작가. 이 작품이 훨씬 좋다. 아마도, 자신의 어떤 경험을 글로 썼기 때문은 아닐까.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난 후 이런 작품을 쓸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그 대상에게는 최고의 애도가 되지 않을까 싶기도. 처음에는 좀 집중이 어려웠는데 천천히 읽다 보면 단어와 문장에 흠뻑 젖어들게 된다. 아프고 아름다운 소설이다.
사카모토 유지, <또 여기인가>
올해 초에 읽었다. 기억이 희미할 만도 한데 먹으면 안 되는 줄 알면서도 기어이 물감물을 먹고 마는 심정에 관해서 종종 생각해보곤 한다. 희곡의 장점은 내 머릿속에서 내 마음대로 무대를 세우고 인물도 내 마음대로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 만일 이 작품을 연극으로 봤다면 희곡만큼 좋지는 않았을 것 같기도 하다(분명 일본 배우들 특유의 과장스러운 연기가 묻어나올 것 같아서) 그럼에도 이 작품은 희곡으로 읽어서 그런지 별 다섯. 이대로 조용히 파묻히긴 좀 아까운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끌올...ㅋ
베로니크 오발데, <한낮의 불운>
오랜만에 인상 깊게 읽은 단편집. 이 책 읽고 반해서 이 작가의 다른 책(<그리고 투명한 내 마음>)까지 찾아 읽어보았다. 이 책 <한낮의 불운>이 역시 좀 더 좋았다. 2024 공쿠르 단편소설상 수상작이라 그런가? ㅋ 단편모음집이라고는 하지만 등장인물들이 어떻게 보면 다 연결되어 있다. 연작소설집에 가까운. 안타까운 이야기들에서도 유머러스함을 잃지 않는 따뜻한 시선이 좋았다.
페드로 레메벨, <두려워요, 투우사여>
이 작품의 또 다른 장점은(다른 장점은 100자평, 페이퍼 등에서 썼음) 화자의 발랄한 어조에도 있다. 앞집 미친년스러운 그 수다와 발랄함. 작품의 개성을 한껏 드높인다. 근데 그 발랄한 이야기를 읽다가 보면 어느 순간, 눈물 또르륵 떨어진다는. 이 책 산 사람 빨리 읽고 리뷰 좀 남겨 봐요. 내가 어디서 울었는지 알려줄게, 그 부분에서 마찬가지로 울지 궁금하네.... 아 그리고 독재자 피노체트 부부의 괴이함을 풍자한 부분도 이 작품의 미덕 중 하나.
이렌 네미롭스키, <제자벨>
글발 있는 작가임에 분명하다. 아우슈비츠로 끌려가지 않아서 오래 살았다면 어떤 작품을 더 남겼을까 궁금해진다. 나이 들고 대작을 남기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 아무튼 안타까운 이렌 네미롭스키- 이 작품은 초반에 정말 빨려들 듯이 읽게 된다. 그러다가 남는 질문. 여자에게 외모란 젊음이란 무엇인가, 그것이 시들고 나면 남는 것은 무엇인가? 사회는 그래서 여자의 젊음과 외모를 어떻게 소비(만) 하는가. 얼짱/몸짱에 미친 21세기 대한민국에선 더 읽혀야 할 책.
조세핀 하트, <데미지>
영화가 너무 유명해서, 영화로 왠지 원작 다 읽은 듯하고, 영화 때문에 원작도 그럴 것이다 안 읽고 넘어가기엔 아까운 작품. 원작에 비하면 영화는 너무 음탕하기만 하고.....(그나마 ‘제러미 아이언스’의 분위기 때문에 덜 외설스러운 느낌이긴 하지만) 그와 그녀 두 사람의 정사에만 포커스를 맞춘 느낌. 그에 비하면 원작은 파멸로 가면서도 멈추지 못하는 사랑의 심리를 섬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다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닌 그 마음조차도... “모든 것을 바꾸는 찰나의 경험, 교통사고, 열어보지 말아야 했을 편지, 가슴이나 사타구니 안의 멍울, 눈을 멀게 하는 플래시 불빛.” 이 문장은 아무리 봐도 캬....
리처드 예이츠, <레볼루셔너리 로드>
리처드 예이츠, 이 작가 참 잘 쓰는구나, 감탄했던 작품. 미국 중산층(부부들)의 허위를 폭로하는 솜씨가 일품이다. 그런데 이 작품 옥에 티라면(작품 자체의 단점이 아니라), 역자와 편집자의 잘못이 옥에 티. 서로 동갑인 부부 사이에 남자는 반말 여자는 존칭을 넘어 극존칭까지 한다. 시대착오적인 번역에 그걸 잡아내지 못한 무성의한 편집자. 영화에서는 둘 다 서로 당신, 너 하면서 반말하는데 책에서는 여자가 계속 극존칭... 너무 거슬렸다. 민음사 편집자여 유튜브 홍보에 이제 그만 열 올리고 이런 거 좀 잡아내자.
윌리엄 포크너, <야생 종려나무>
반했어요, 포크너. 사실 나는 내가 포크너를 좋아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이 작품 읽고는 좋아하게 되었다. 아직 안 읽은 포크너의 작품이 많아서 행복하고 다 읽어볼 테다! 한데 아마도 그럼에도 이 작품을 포크너의 책 중에선 가장 좋아하는 작품으로 꼽을 것 같고, <퍼펙트 데이즈>의 ‘히라야마’처럼 두고두고 여러 번 읽을 것 같다. 두 개의 이야기를 따로 따로 읽어보기도 하고 또 때로는 두 개의 이야기를 섞어가면서 읽기도 하고. 아무튼 포크너의 문장이 아름답다 느낀 것도 이 작품이 처음일세.
레오나르도 샤샤, <올빼미의 낮>
이탈리아 정부조차 소문에 불과하다며 외면하던 마피아 문제를 처음으로 본격적으로 다룬 소설. 하드보일드 장르소설을 읽는 듯하면서도 결국 다르게 느껴지는 지점은 범죄 일어남-범인은 누구?-범인 찾음! 이러고 끝나는 게 아니라 범인의 실체를 찾기보다(사실 이 작품에서는 마피아가 실체라는 건 누구나 다 안다), 왜, 어째서, 그리하여 인간은 이런 부조리한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하는가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 그래서 더 재미있고 인상 깊다.
세사르 아이라, <바라모>
연달아 민음사 세계문학만 4권! 역시 나는 세계문학 추종자?! 알지 못하는 세계를 알게 되는 기쁨! 이 작품도 그러하다. ‘세사르 아이라의 독창적이고 기상천외한 글쓰기’라는 출판사 소개 글에서 감지할 수 있듯이 전통적인 소설 형식에서 살짝 어긋나 있다. 그런데 그게 바로 이 작품의 매력(이지만 그래서 취향 탈 수 있는 작품).
그리고 비록 구간이지만 그냥 넘기기엔 아쉽다. 꼭 읽어봐요.
안드레이 마킨, <프랑스 유언>
내가 좋아하는 소설의 모든 조건이 담겨있다.
도리스 레싱, <사랑하는 습관>
거장은 소설을 어떻게 쓰는가의 본보기. 완벽해요,도리스 레싱!
비문학
조르주 디디-위베르만, <흩어진 것들>
잔혹하면서도 아름다운 책. 역사는 왜 항상 승자, 거대한 자들의 기록인가? 그것은 과연 진실인가? 여기 수천 개의 흩어진 작은 목소리들이 담긴 하찮은 종이들이 있다. 이 씨앗을 수집해 게토에서 스러져간 희생자들의 목소리를 생생히 되살린 이들이 있다. 그리고 그 기록을 이렇게 마주함으로써 어쩌면 더 진실에 가까운 역사에 닿아 보려 애쓰는 이들도 있다.
닉 다이어-위데포드 외, <비인간 권력>
인공지능과 노동, 자본, 인간의 관계를 마르크스 사상과 관련지어 분석한다. AI와 마르크스를 연결 지어 연구했다는 점도 참신하지만 어렵지 않게 읽히는 데다가 시의적절하기까지 하다. 인공지능과 자본주의가 득세하는 이 세상에서 일개 노동자로 살아가는 이들에겐 꼭 읽어봐야 할 책...(이지만 암울하니 각오하고 읽어야)
롤랑 바르트, <영도의 글쓰기>
글쓰기라는 하나의 주제로 이토록 다채롭고 깊은 사유를 할 수 있다니! 그저 찬탄. 언어학자로서 기호학자로서 비평가로서 문학가로서 또 철학자이자 사상가로서의 바르트를 모두 만날 수 있다. 무엇보다 그가 쓴 라로슈푸코와 샤토브리앙에 관한 에세이의 아름다움에 무릎을 꿇는다..... (전에 쓴 100자평 복붙 ㅋㅋㅋㅋ)
클라우스 테벨라이트, <남성판타지>
파시즘과 남성연대는 어떻게 탄생하는지, 그리고 그렇게 탄생한 피시즘과 남성연대는 여성, 장애인, 유색인, 소수자 등 약자를 혐오하면서 그들만의 리그를 공고히하는지 파헤치는 수작. 심리 부분에서는 좀 자의적 해석이지 않나 싶어서 고개가 갸우뚱해지기도 하는데 그 정도 자의성은 대부분의 책에서 다들 그러려니 싶기도 하다. 아무튼 이 책을 다 읽는 나도 별 다섯. (엥? ㅋㅋㅋㅋㅋㅋㅋㅋ)
제인 워드, <이성애의 비극>
막판에 너무 동성애 찬양 모드라서 엥(?)스럽기는 하지만(사실 나는 모든 사랑-로맨스에는 저마다 비극성/부정적 부분이 있기 마련이라 생각하기에 막판에 실린 게이/레즈비언들의 동성애 찬양 이성애 극 폄하조롱 발언들은 웃기다가도 좀... 동성애에서도 이런 커플은 있기 마련 아닌가 싶어졌는데, 어쨌든) 초중반에는 굉장히 웃겼고 뼈 때리는 말들 천지라 매우 흥미롭게 읽었다. 나쁜 연애에 사로잡혀 있으서도 그 남자 없으면 또 연애 못할 거라, 못 살 거라, 연애하지 않으면 문제 있는 거라 생각하는 여성들에게 권하고 싶다. 나쁜 남자는 고쳐 쓰는 거 아님. 그 남자 내가 구원한다! 고친다! 망상도 좀 제발 버려... 사람은 못 고친다. 게다가 이성애 중심 로맨스 신화 그리고 거기서 탄생하는 핵가족과 재생산은 결국 이 자본주의를 굴러가게 하는 원동력! (<이 망할 세상에서 사랑이라니!>도 같은 맥락) 굳이 그 원동력이 되고 싶다면야 뭐 안 말리겠지만....

알았지... 한나야? 망태 오빠 사랑 금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수잔 손택, <영화에 관하여>
손택의 글 모음이고 그가 쓴 영화에 관한 글이고 나는 영화도 좋아하고 손택도 좋아하고 그러니까 별 다섯. 그런데 한 가지 재미난 점은 손택은 (늘 생각하는 점이긴 하지만) 창작자이기보다는 비평가로서 더 재능이 많은 사람이 아니었나 싶다. 손택이 쓴 소설보다 손택이 쓴 문학 비평이 더 재미나고, 손택이 만든 영화보다 손택이 쓴 영화 비평이 더 널리 알려진 걸 보면....
고쿠분 고이치로, <우리는 왜 그냥 즐기지 못할까>
뜻밖의 발견. 사랑해요 밀리의 서재! (엥?) 전에 읽은 이 저자의 책 <한가함과 지루함의 윤리학>보다 좋았다. 칸트와 아렌트의 사상과 연결 지어 설명하는데 그 덕분에 칸트와 아렌트까지 더 읽어보고 싶게 만들더라. 이런 책이 정말 좋은 책 아닙니까?!
크리스티앙 보뱅, 리디 다타스, <세상의 빛>
헐... 이거 정말 아름다운 문장과 생각의 향연. 굳이 손가락 아프게 힘들여 필사하고 싶다면 이런 책을 필사하세요...
브라이언 딜런, <한 문장이 있다고 해보자>
<에세이즘>의 브라이언 딜런, 이 사람도 참 글쓰기에 재능 있는 작가 같다. 그가 25년간 그때그때 쓰던 노트 뒷부분에 필사해온 문장들 가운데 단 28개 문장만을 골라, 쉽게 설명되지 않는 그 ‘끌림’을 정확히 읽어내려 시도한 결과물을 엮은 책.
에바 일루즈, <감정 채굴>
이것도 6월 끝자락에 읽어서 더 강렬한 것일지도. 자본주의, 신자유주의체재 아래서 인간의 감정은 어떻게 착취당하고 이용당하는지 추적해 온 에바 일루즈, 이제는 기술 자본주의 아래 인간의 감정은 어떻게 스스로 즐겁게(!) 착취당하는지 해부한다. 사라 아메드, 로런 벌랜트 등 정동 이론 관련 저자들의 책과 함께 읽어보면 더 좋은. 아 그러고 보니 <이성애의 비극>, <이 망할 세상에서 사랑이라니!> 크게 보면 다 같은 맥락이다. 사랑도 행복도 우울도 이 망할 자본주의 세계를 움직이게 하는 동력이라고.
아무튼 상반기에는 이런 벽돌책도 읽었다!
아직 안 읽은 사람들아! 꼭 읽어봐라~
사실 올해 독서 목표 중 하나가 이거였는데... (내 메모장에서 그대로 가져 옴)
2026년에 꼭 읽을 책
문학
1. 도스토옙스키, <악령>
2. 포크너, <소리와 분노>
3. 마르케스, <백년의 고독>
4. 조지 엘리엇, <미들마치> (잠깐 멈춤...ㅋㅋㅋ)
비문학
1. 시몬 드 보부아르, <제2의 성> (읽음!)
2. 샌드라 길버트, 수잔 구바. <다락방의 미친 여자>
3. 케이트 밀렛, <성 정치학> (읽음!)
4. 해러웨이, <영장류, 사이보그 그리고 여자>
<미들마치> 1권 중반에서 일단 멈춤. 생각보다 재미있긴 한데.....
왜 난 이 시기(빅토리아시대) 영국문학이 재미없을까...?
하반기에는 과연...?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그래서 상반기 원픽은... 두둥!
야생 종려나무여,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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