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1
정념노트
  • 숲노래  2025-02-01 11:11  좋아요  l (3)
  • 사람은 서로 맞춰줄 수 없다고 느낍니다. 풀도 꽃도 나무도 서로 하나도 안 맞춰줍니다. 덩굴은 큰나무한테 묻지도 않고서 친친 감아오르면서 살아남으려고 하고, 큰나무는 사람을 불러서 덩굴을 떨구려고 합니다.

    사람은 고쳐쓸 수 없습니다. 그러나 사람은 사랑할 수 없습니다. “사람을 고쳐쓰다”라는 말은 “내가 널 고쳐놓을 수 있어!” 하고 외치는 셈인데, 어느 누구나 남이 나를 고치지 못 합니다. 그렇지만 사람은 “내가 널 고칠 마음은 없어. 나는 나를 사랑하면서 이 삶을 노래할게.” 하는 하루로 나아갈 적에, 내 곁에 있는 남도 어느새 스르르 풀리고 녹으면서 그이가 스스로 바꾸고 달라지고 거듭나는 길을 가게 마련이라고 봅니다.

    우리가 입밖으로 내놓거나 내거나 내뱉은 모든 말은 언제나 ‘내가 나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그래서 모든 말은 언제나 나한테 돌아오는데, 우리가 읊는 모든 말은 ‘멀거나 가까운 앞날에 내가 스스로 들어야 할 말’을 읊는 셈이라고 느낍니다.

    그러니까 ‘내가 읽는 책’이란 ‘내가 배워야 할 책’인데, ‘내가 배워야 할 책’은 ‘내가 좋아하려는 책’이 아니라, 샅샅이 뜯고 헤쳐서 새롭게 엮어야 할 밑조각이지 싶습니다. 먹은 밥과 술이 똥과 오줌으로 나오듯, 읽은 모든 책과 이야기와 줄거리는, 다시금 ‘내 말’로 흘러나오게 마련이지요. 그래서 내 입에서 “난 너를 고쳐쓰겠어!” 하는 말이 나온다면, 여태까지 읽은 책과 이야기와 줄거리를 그대로 따른 말인 셈이고, 이제부터 내 입에서 다른 말이 나온다면, 그동안 내가 읽은 책을 ‘스스로 바꾸었다’는 뜻입니다.

    나하고 다르기에 만납니다. 나하고 같으면 만날 수 없습니다. 나하고 같은데 억지로 붙여서 만나려고 하면, 둘은 그만 펑 하고 터지고, 더 불같이 싸웁니다.

    나랑 맞거나, 내가 좋아할 만한 사람이랑 짝을 맺거나 함께살 적에는, 한결같이 싸우고 지지고볶다가 으레 마음과 몸이 다 다친다고 느껴요. 나랑 안 맞는 사람이기에, 나랑 다른 사람이기에, 내가 나부터 스스로 사랑하면서 이 삶을 노래하려는 하루이기에, 이 ‘다른빛’이 “다르면서 사람이라는 하나인 빛”인 줄 받아들일 수 이을 적에, 이리하여 이렇게 짝을 맺는 길에서는 언제나 서로서로 살피고 헤아리고 생각하면서 ‘나사랑’이란 무엇인지 찾아나서는 살림살이를 이룬다고 느낍니다.
  • 수이  2025-02-01 12:01  좋아요  l (2)
  • 숲노래님의 다정한 말씀 감사합니다. 허나 저는 충분히 저를 사랑하고 있는 사람이고 제가 그동안 해온 사랑을 잘 알지 못하시면서 스스로를 먼저 사랑하시라고 하시는 건 좀 어이없이 느껴졌습니다. 물론 제 글을 읽고 그렇게 느끼셔서 좋은 마음으로 하신 말씀이라는 건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불같이 사랑하는 것이 좋습니다. 불같이 싸우는 걸 좋아하는 이들은 이 세상에서 어느 누구도 없을 거 같은데요. 사랑법은 모두 제각기 다른 거 같습니다. 추구하고 선호하는 삶의 방식이 모두 한 길이 아닌 것처럼. 숲노래님은 여전하신 거 같아요. 오랜만에 댓글 주고받으니 더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20년 전에도 지금도. 새해 원하시는 일 이루시며 건강하시기를 바랍니다.


트위터 보내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