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책을 읽어야 해서 오늘 밤에 다 읽기로 마음을 먹고 속도를 좀 빠르게 해서 읽었다. 읽다가 졸려서 마지막 챕터는 단어도 안 찾고 그냥 후르륵 읽어버렸다. 원래 나는 원서 읽을 때 모르는 단어는 모조리 찾아봐야 직성이 풀리지만 이번엔 그냥 넘어가기로^^
암튼 다 읽었다. 후련하다.
이 책은 읽으면서 아쉬운 점이 많았다.
초반에 헨리 왕자와 알렉스가 티격태격 싸우는 부분이 너무 짧다. 사실 로코에서 서로 싸우다 정드는 장면이 재미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지 않나? 이 소설은 그냥 극 초반에 싸우고 다시 만나서 그동안 서로 오해했음을 깨닫고 사귀기 시작한다. 여기서 설렘 포인트를 많이 깎아버림.
야한 부분이 많이 나오는 점도 썩 재밌지 않았다. 얘네들 패턴이 있는데 만나면 으슥한 곳에 들어간다. 신기하게도 공공장소에서도 으슥한 곳을 잘 찾아서 들어간단 말이야? 그렇게 들어가서 키스하고 서로 이리저리 만지다가 이제 알렉스 시점으로 소설이 진행되니까, 헨리 왕자님 너무 잘생기고 몸매 짱이야 이런 문장들이 막 쏟아져 나온다. 그 다음은 뭐... 야한데 그렇다고 또 저 끝까지 다 야하지는 않고 적당히 딱 자름. 그리고 아침 해가 뜨면 헨리 왕자님은 아침에도 잘생겼어! 하트하트. 요런 것들이 계속 반복된다. 그래서 베드신의 반복이 지겹기도 했다ㅋㅋㅋㅋ
이야기 진행과 함께 엮여 나오는 정치 부분은 사실 너무 가벼운 느낌이긴 하지만 이 소설 속 모든 이야기가 가볍고 현실적이지 않은 판타지니까 그렇구나 하고 넘어갈 수 있는 부분이었다. 어쨌든 큰 사건이 터져서 이야기가 앞으로 나가게는 하니까.
그래도 소재가 아주 독특한 점은 여전히 끌린다. 대통령 아들과 왕자님의 사랑이라니? 애초에 이런 생각을 한 그 발칙한 상상력에 박수를 보낸다.
헨리 왕자님 자꾸 멋지다고 주입해서 왕자님을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점도. 문학을 전공한 체격도 좋은 미남인데 마음 깊은 곳엔 어두운 슬픔이 있어서 가끔 굴을 파고 들어가지만 다시 나오면 장난꾸러기 같은 미소를 지으며 위트 있는 농담을 하다가 밤에는 치명적인 섹시함을 풍기는데...
멋져. 이런 캐릭터로 다른 로맨스 소설에서 만나고도 싶었다. 하하하하하하하
암튼 BL을 원서로 읽는 색다른 경험을 했다. 진지한 문학을 추구하지 않는 가벼운 로맨스 소설이란 생각으로 쉬울 줄 알았는데 의외로 쉽게 읽히지는 않아서 당황스럽기도 했다. 단어 수준이 일상적이지 않은 것들이 꽤 있었고 직역하면 물음표가 되는 문장들도 보였다. 배경지식과 뉘앙스를 알아야 해석되는 문장들. 하지만 마지막으로 갈수록 적응을 했는지 읽기 편해지기는 했다. 그래서 막판에 몰아쳐서 읽을 수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