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그리하여 멀리서

나는 작약을 좋아하고 그걸 아는 너는 내게 작약을 선물했다. 네가 보낸 작약은 '레드 참'이었고 너는 그 사실을 살짝 안타까워했다. 너는 분명 '사라' 작약을 선택했다고 믿었으니까. 아니 네가 구독한 상품이 그랬을 거라고 여겼으니까. 그러나 나는 작약은 다 좋고 좋으니까. 상관없다. 그래도 아쉬운 건 이 녀석은 빠르게 피고 빠르게 진다는 것. 한순간 와락 꽃잎이 떨어지고 장렬하게 전사한다는 것. 어제 도착했을 때에는 두 송이만 피어나고 있었다. 나머지 세 송이는 작고 귀여운 알사탕이었다. 화병에 옮기고 시간이 지나니 생기가 돌았고 세 송이 가운데 하나도 피어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두 송이는 아직도 수면에 빠진 것 같다.







올해 첫 작약은 네가 시작했고 나의 작약은 두 번째, 세 번째로 이어질 것이다. 아침에 잠깐 튤립, 작약 구근에 대해 작은언니와 이야기를 했다. 오빠네 마당에도 이런 구근을 심으면 좋을 텐데. 오빠는 나무는 좋아하지만 꽃은 그보다 덜 좋아하는 건가 혼자 생각했다. 언제 한 번 물어봐야겠다.





자주 검색하는 작약은 '바츠 젤라' 작약, '레몬' 작약이다. 환한 노란빛에 반해서 검색을 하곤 한다. 생화를 구매하는 방법을 찾을 수 없다. 도시의 큰 꽃집에서나 가능할까. 직접 마주하면 그 아름다움에 놀랄 것 같다. 언젠가 꼭 만나고 싶은 작약이다. 이런 마음이 닿아 만나기를 바란다. 작약을 보고 작약이 등장하는 시집을 꺼내 읽는다. 작약도 좋고 이런 시는 슬프다. 다시 읽어도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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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약 속을 걸었다

작약이 없다

작약이 아닌 것들만 가득했다

죽는다고 달라질 게 있을까

거기와 이곳이 사이는 없고

환상이라고 말하면 이미 환상이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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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한 번쯤 죽어야 올 수 있다는 말은 거짓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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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가 바라보는 곳을

새 한 마리가 바라본다

나도 그곳을 바라본다

모두 다른 곳인데 한곳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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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약은 거기 있다

허공에 뿌리를 두고

꽃을 물속에 두었다

누가 밀어넣었을까

누가 밀어올렸을까

어떤 반성과 참회의 꼭대기를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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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수하게 산란하는 물고기들이

내 얼굴을 스쳐간다

​

작약 속을 걸었다

작약이 없다

이 모든 게 작약이 되는 날이 온다는 말을 이제 믿지 않는다

치욕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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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작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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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가 물속으로 퍼져갈 때 작약꽃이 피었다

​

나는 집을 만들 손이 없었다

(「작약은 물속에서 더 환한데」,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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