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력이 떨어진다. 속도도 떨어진다. 읽기, 쓰기, 어떤 일을 진행하는 속도. 모든 게 그러하다. 당연하다. 늙고 있으니까. 아니 이 늙음은 나에게만 한정된 것이다. 다른 이들은 그들의 속도와 집중력이 있으니까. 시간의 느림을 용납하지 않는다. 나의 속도와 상관없이 제 속도로 뚜벅뚜벅.
노란 은행잎이 가득하다. 가로수의 잎들이 누렇게 빨갛게 변한다. 곧 가을이 사라질 징조다. 입동이 지나면 바로 겨울이 올 것 같기도 하고. 옆집은 김장을 하려는지 어제 보니 문 앞에 파와 큰 대야가 가득하다. 김장철이 다가오고 있구나. 올해 배춧값은 어떤가. 김장을 직접 담그는 건 아니지만 항상 궁금하다.
계절은 계절대로 흐르고 나는 나대로 흐른다. 읽고 싶고 궁금했던 책을 샀다. 소설이다. 예소연의 단편집 『사랑과 결함』, 조해진의 장편 『빛과 멜로디』. 곧 읽겠지. 읽게 되겠지. 이주혜와 위수정의 소설이 궁금한데 위픽 시리즈는 살짝 주저한다. 중고로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할지도. 성급한 마음을 접어두고.
여름 옷을 정리하면서 옷 몇 벌을 버렸다. 내가 좋아했던 티셔츠를 거리낌 없이 버리는 쪽으로 밀었다. 겨울 신발 하나 쓰레기봉투에 넣어 입구를 묶었다. 책도 몇 권 버렸다. 이런 단호함이 필요하다. 책은 더 큰 단호함이 필요하다. 가을이 가기 전에 책을 정리하자. 가을이 너무 빨리 가버려서 타이밍을 놓쳤다는 핑계는 대지 말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