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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멀리서
  • 독배와 행복
  • 장세익
  • 10,800원 (10%600)
  • 2020-01-20
  • : 30

철학을 생각하면 학창 시절에 수업만 떠오른다. 일상생활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 잘 모르겠다. 철학이 왜 필요한가, 속 시원하게 답을 들은 기억이 없다. 익숙하게 잘 알려진 철학자의 이름이 떠오를 뿐 철학이 무엇인지 제대로 아는 게 없다. 우리는 왜 존재하며 산다는 건 과연 무엇인가에 대한 갈증만 커진다.


『독배와 행복』의 저자 장세익도 그렇지 않았을까 싶다. 금융과 벤처 기업에 근속하면서 그 분야에 전문가였던 저자는 철학을 공부하기 위해 회사를 그만두었다. 그의 내면을 움직인 건 무엇이었을까?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그 해답을 찾기 위한 공부가 바로 철학이었다.


인류 역사의 한 획 코로나19를 경험하면서 삶의 공허함을 느낀다. 일상은 무너지고 이전의 삶을 회복할 수 있을 거라 기대는 사라졌다. 어쩌면 이러한 시대에 우리에게 철학은 더욱 요긴할지도 모른다. 이 책을 읽으면서 과거에는 이해하지 못했던 철학의 삶과 사유에 대해 조금이나마 다가갈 수 있었다. 세상에 변하지 않는 건 단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배운다. ‘독배와 행복’이란 제목이 이상했다. 독배와 행복은 대등한 관계도, 대립 관계도 아니기 때문이다. 철학자 소크라테스의 이름을 듣고 아, 그 독배구나 싶었다.


가장 친근한 철학자, 소크라테스. ‘너 자신을 알라’, ‘악법도 법이다’란 말로 유명하다. 하지만 책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은 그 어디에도 소크라테스가 직접적으로 ‘악법도 법이다’라고 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소크라테스의 처가 악처라는 말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저자는 이처럼 우리가 사실이라고 믿었던 것에 대한 오류를 지적하면서 흥미를 유도한다. 소크라테스의 죽음을 시작으로 그동안 주장한 철학과 당시 아테네의 주류였던 소피스트들의 주장에 대해 설명한다. 동굴의 비유로 설명하는 부분은 무척 인상적이며 현재 우리 시대의 삶에도 적용할 수 있어 놀랍다. 동굴이 세상의 전부로 아는 이들에서 동굴 밖의 빛과 세상은 두려움일 것이다. 그 밖의 세상을 경험한 이가 진실을 알려줘도 동굴을 벗어나지 않는다. 무지한 인간에게 지성의 세계로 인도하려는 게 얼마나 험난한지 알려준다. 현시대에 우리는 교육을 통해 동굴에서 나오도록 도와줘야 한다. 획일화된 주입식의 지식 습득이 아니라 소크라테스가 말했듯 영혼의 실물과 진리를 보는 능력을 길러주는 참 교육이 필요하다.


국가에 대해 정의도 마찬가지다. 소크라테스에 의하면 인간의 정의와 가치관을 실현할 수 있는 최종적이고 독립적이고 이상적인 단체가 바로 국가다. 국가를 유지하는 가장 중요한 건 시민, 그러니까 국민이다. 국민이 스스로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행할 때 국가는 완전체를 이룬다. 정의로운 국가가 되려면 정의의 가치를 잘 알고 판단하는 이가 필요하다. 한 나라의 대표를 뽑는 일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걸 확인한다. 국가를 제대로 통치하기 위해 소크라테스가 주장한 바를 살펴보면 그는 철학자가 통치지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철학자는 지식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권력을 탐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현실은 이상과 다르고 명예만 좇는 통치자와 부를 내세운 통치자를 통해 혼란스러운 시대를 우리는 경험했다.


철학 하는 통치자를 선출하기 위해선 우리가 철학에 대해 알아야 한다. 철학의 끝에는 삶과 죽음이 있다고 생각한다. 죽음을 맞이하면서도 당당하고 평온한 태도를 보인 소크라테스, 무엇이 그를 그렇게 만들었을까. 영혼과 육체에 대한 설명은 심신 일원론, 심신 이원론으로 이어진다. 인간은 육체로만 존재하는가, 육체와 영혼으로 존재하는가. 이 문제는 죽음 이후의 사후의 세계의 존재와 더불어 신의 영역에 대해 확장된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부분에서 저자는 자살에 대해 언급하는데 자살이 급증하는 우리 사회의 단면과 마주한다. 불안과 고통스러운 삶을 멈추기 위해 선택하는 죽음과 행복에 대한 사유로 이어진다.


살면서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일까. 가장 어려운 질문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질문을 던지고 사유하는 일, 바로 철학이며 이건 인간 고유의 특성이다. 식물, 동물과 다르게 인간만이 삶을 사는 동안 일어나는 모든 것들에 관심을 두며 생각한다. 그러니까 실존적 삶을 살아가는 존재로 이에 필요한 게 철학이다. 단순한 호기심이나 지식이 아니라 현상과 존재에 대한 근거를 찾는 일.


철학함은 우리가 원하든 원치 않든 항상 우리 곁에 있다. 그러나 항상 있는 것은 아니고 문득문득 있다. 늘 우리 곁에 있지만, 가까이 있지도 않고 멀리 있지도 않다. 철학함이라는 것은 가까운 듯하나 멀리 달아나 있고, 멀리 있는 듯하나 어느새 우리 곁에 와 있다. 우리 인간에게 철학함이라는 것은 완전히 떼어내 버릴 수도 없고 그렇다고 항상 껴안고 있을 수도 없다. (150쪽)


존재의 근원을 찾아가는 일은 진리에 대한 탐구다. 우리가 사는 이곳이 아닌 다른 곳이 존재할 거라는 의구심, 매일 바라보는 밤하늘에 대해 궁금해하고 그것은 우주론이 된다.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고 여겼던 세상, 아리스토텔레스의 주장은 옳은 듯했다. 코페르니쿠스와 갈릴레이의 주장으로 우리가 아는 대로 지구는 돌고 있다. 한계를 극복하는 일, 너머를 상상하는 일이야말로 근본적으로 존재를 탐구하는 것이다. 끊임없이 의심하고 질문하고 사유하는 삶이 철학 하는 삶인 것이다. 그러니 철학은 단지 철학자에게 국한된 학문은 아니며 살아가는 동안 우리 곁에 있는 것이다. 행복이 무엇인지 찾는 과정도 철학이고 행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철학이다.


철학은 기본적으로 인간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다. 우리가 잊고 있는 게 바로 이것이다. 인간을 이해하는 일 말이다. 물질로 풍요로운 세상이 되었지만 행복한 이는 많지 않다. 나의 존재에 대해, 삶의 가치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할 여유도 없는 삶을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나를 돌아보고 영혼은 살찌우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순간 우리는 철학 하는 삶을 사는 건 아닐까. 저자가 들려주는 솔직하고 진솔한 고백을 통해 철학적 생각에 쉽게 다가갈 수 있다. 이 책을 만나는 일도 철학 하는 하나의 방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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