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엄마한테 혼나면 나는 책상 밑에 몸을 구겨넣고 들어가 울었다.
방바닥에 앉아 책상 발판에 엎드리면 울기엔 더없이 좋은 공간이 되어주었다.
어린애가 울 일이라고한들 짜달스레 길게 짜부칠만한 게 없었던지 울음은 그리 길지 않았다.
좁은 꼭 맞는 그 공간에서 나가기 싫어서 나는 한참을 머물렀다.
살며시 책상 위로 손을 뻗어 종이를 내려 낙서하면 신통하게 재미있었다.
공주 그림도 그리고 주절주절 일기같은 낙서도 했다.
종이에 내 마음을 옮겨 적는다는 것이 적잖은 위로가 된다는 걸 그때 알았다.
쓰면서 가라앉혔던 설움이 다시 북받혀 눈물이 돌았는데
그 눈물은 가슴을 쥐어뜯는 아픔은 아니었다. 도리어 내 마음에
촉촉하게 스며들어 곱게 어루만지는 눈물이었다.
울며 쓴 내 글을 다시 읽는 것이 더 큰 위로가 된다는 걸 점점 알게 되었다.
그래서 좀 우울하거나 속상한 일이 있으면 그런 글, 낙서나부랑이부터 챙겨서
나만의 공간 책상 밑으로 기어들어가기 시작했다.
엄마 자궁 속 같이 좁고도 아늑했던 책상 밑,
나는 지금 그곳을 여기라고 여기며 기어들어와 먼가 끄적이고 싶다.
어릴 적 울며 쓴 낙서뭉치라도 지금 좀 읽고 싶다.
/20140304ㅎㅂㅊ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