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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즐라탄이즐라탄탄  2023-05-14 10:53  좋아요  l (2)
  • 적어주신 글 가운데 칼비노 님의 고전에 대한 정의가 저 또한 굉장히 공감되었습니다. 이 정의가 고전을 읽고 또 읽어봐야 할 명확한 이유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oren  2023-05-14 14:41  좋아요  l (2)
  • 고전을 읽고 나면 고전만이 안겨줄 수 있는 독특한 느낌들을 받게 되는데, 그럴 때 이탈로 칼비노의 <고전의 정의>를 자주 펼쳐보게 됩니다. 웬만한 고전들은 칼비노의 정의에서 벗어나기 힘든데, 어떤 고전들은 14 가지 정의를 거의 대부분 만족시키는 경우까지 있어서 칼비노의 통찰에 놀랄 때도 자주 있습니다. 즐라탄이즐라탄탄 님의 댓글을 읽으니 다시금 <이방인>에 해당하는 고전의 정의를 쭈욱 나열해 보고 싶습니다.^^(연관성이 약간 떨어지는 항목만 일부러 생략했습니다.)

    1. 고전이란, 사람들이 보통 ˝나는 ……를 다시 읽고 있어.˝라고 말하지, ˝나는 지금 ……를 읽고 있어.˝라고는 결코 이야기하지 않는 책이다.

    2. 고전이란 그것을 읽고 좋아하게 된 독자들에게는 소중한 경험을 선사하는 책이다. 그러나 가장 좋은 조건에서 즐겁게 읽을 수 있는 기회를 얻은 사람들만이 그런 풍부한 경험을 할 수 있다.

    3. 고전이란 특별한 영향을 미치는 책들이다. 그러한 작품들은 우리의 상상력 속에 잊을 수 없는 것으로 각인될 때나, 개인의 무의식이나 집단의 무의식이라는 가면을 쓴 채 기억의 지층 안에 숨어 있을 때 그 특별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4. 고전이란 다시 읽을 때마다 처음 읽는 것처럼 무언가를 발견한다는 느낌을 갖게 해 주는 책이다.

    5. 고전이란 우리가 처음 읽을 때조차 이전에 읽은 것 같은, ‘다시 읽는‘ 느낌을 주는 책이다.

    6. 고전이란 독자에게 들려줄 것이 무궁무진한 책이다.

    7. (생략)

    8. 고전이란 그것을 둘러싼 비평 담론이라는 구름을 끊임없이 만들어 내는 작품이다. 그리고 그러한 비평의 구름들은 언제나 스스로 소멸한다.

    9. 고전이란, 사람들로부터 이런저런 얘기를 들어 알고 있다고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실제로 그 책을 읽었을 때 더욱 독창적이고 예상치 못한 이야기들, 창의적인 것들을 발견하게 해 주는 책이다.

    10. (생략)

    11. 고전이란 우리와 무관하게 존재할 수 없으며, 그 작품과 맺는 관계 안에서, 마침내는 그 작품과 대결하는 관계 안에서 우리가 스스로를 규정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다.

    12. 고전이란 그것들 사이에 존재하는 일련의 위계 속에 속하는 작품이다. 다른 고전을 많이 읽은 사람은 고전의 계보에서 하나의 작품이 차지하는 지위를 쉽게 알아차린다.

    13. 고전이란 현실을 다루는 모든 글을 배경 소음(잡음)으로 물러나게 만드는 책이다. 그렇다고 해서 고전이 이 소음을 없앨 수 있는 것은 아니다.

    14. 고전이란 배경 소음처럼 존속해서 남는 작품이며, 이는 고전과 가장 거리가 먼 현재에 대한 글들이 그 주위를 에워싸고 있을 때도 마찬가지다.


  •  2023-05-14 14:06  
  • 비밀 댓글입니다.
  • oren  2023-05-14 14:45  좋아요  l (1)
  • 문학동네 버전에서는 이방인을 ‘이인‘으로 번역했군요. 그런 번역도 흥미롭습니다. 이방인이라는 말은 카뮈의 작품으로 인해서 문학적인 뉘앙스가 듬뿍 가미된, 특유의 느낌을 안겨주는 단어로 변한 듯한 느낌도 받습니다.^^
  • 즐라탄이즐라탄탄  2023-05-14 14:53  좋아요  l (2)
  • 제가 칼비노 님의 책을 아직 읽어보진 못했습니다만, 댓글로 남겨주신 고전의 정의와 관련된 14가지 문장들만 읽어보았는데도 한 문장 한 문장이 정말 너무나도 귀하디 귀한 문장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와닿았습니다. 좋은 가르침을 배운것 같아서 너무나도 감사드립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 oren  2023-05-14 15:04  좋아요  l (2)
  • 칼비노의 그 책은 정곡을 찌르는 얘기들이 참 많습니다. 칼비노의 독서 이력이 너무 풍성해서 작가의 이름이나 작품의 제목조차 생경한 경우도 적지 않지만, 우리에게 익숙한 작품들도 심심찮게 등장하기 때문에 독서에 대한 자극으로는 더할 나위 없는 책이기도 합니다.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 크세노폰의 <페르시아 원정기>,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 로빈슨 크루소, 발자크, 찰스 디킨스, 플로베르, 톨스토이, 마크 트웨인,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헤밍웨이 등등의 작품 해설은 매우 깊이있고 풍성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물론 서론 부분(12쪽)만으로도 충분히 읽어볼 만하고요.^^ 댓글만으로도 도움이 되셨다니 저도 기쁩니다.^^
  • 즐라탄이즐라탄탄  2023-05-14 15:13  좋아요  l (1)
  • 그렇군요 역시 독서의 깊이가 사고의 깊이와 정비례하는가 봅니다. 저도 관련서적들을 한번 찾아서 읽어봐야겠다는 마음이 샘솟습니다.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남은 주말도 즐거운 시간 되시길 바라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oren  2023-05-14 15:34  좋아요  l (1)
  • 네.. 감사합니다. 즐라탄이즐라탄탄 님께서도 즐거운 주말 보내시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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