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道를 찾아서



박인희는 내게 아이유다.

가수 박인희, DJ 박인희라 하면 요즘 젊은이들은 모르는 이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나의 중고등학교 시절 박인희의 인기는 지금의 아이유 인기를 상회할 정도였다.

뚜아에무아 라는 혼성뚜엣으로 3장의 음반을 내고 이후

솔로 가수로 전향한 후에 불렀던 <모닥불>이란 노래는 전국의 모든 학생들의 노래가 될 정도로

엠티를 가거나 해수욕장에 놀러간 학생들이 둘러앉아 기타 반주에 맞추어 함께 부르곤 했다.

정작 가수 활동보다 박인희를 더 유명하게 만든 것은

동아방송 3시의 다이얼이란 프로그램을 진행했던 디스크자키 활동이었다.

지금 휴대폰 문자로 음악방송에 희망곡을 신청하는 것처럼

그때는 대부분의 음악방송을 우체국엽서로 신청한 희망곡으로 프로그램을 편성했는데

생방송 도중에 간간이 일반전화로 희망곡을 받아 방송국 전화통이 불나게 만들었다.

전화기가 있는 집들이 많지 않은 시절이라 주로 서울에 잘 사는 집 친구들 차지였지만.

나도 관제엽서(?)에 희망곡을 적어 3시의 다이알에 보내 사연이 채택되기를 기다리며

손바닥만한 소니 트랜지스터 라디오에 귀를 쫑긋 매달았던 적이 많이 있었다.

내가 신청한 곡을 맑고 고운 박인희의 목소리로 읽어주면은 마치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았다.

”인천에 사는 ***님이 신청한 Carpenters의 Heather 듣겠습니다.“

내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갖게 된 팬심은 오로지 박인희뿐이다.

그래서 박인희는 나에겐 아이유 이상이다.

그 박인희님이 오래 전 발표했던 수필집과 시집을 모아 다시 출간하였다.



 












박인희 시, ’얼굴‘입니다.


우리 모두

잊혀진 얼굴들처럼

모르고 살아가는

남이 되기 싫은 까닭이다.

 

기(旗)를 꽂고 산들 무얼하나

꽃이 내가 아니듯

내가 꽃이 될 수 없는

지금

물빛 몸매를 감은

한 마리 외로운 학으로 산들

무얼하나

 

사랑하기 이전부터

기다림을 배워버린

습성으로 인해

온 밤내 비가 내리고

이젠 내 얼굴에도

강물이 흐르는데...

 

가슴에

돌단을 쌓고

손 흔들던 기억보다

간절한 것은

 

보고싶다는

보고싶다는

단 한마디

 

먼지 나는

골목을 돌아서다가

언뜻 만나서

스쳐간 바람처럼

쉽게

헤어져 버린얼굴이

아닌 다음에야...

 

신기루의 이야기도 아니고

하늘을

돌아 떨어진

별의 이야기도 아니고

 

우리 모두

잊혀진 얼굴들처럼

모르고 살아가는

남-

남이 되기 싫은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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