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은 아무리 의연하게 견딘다 해도 부정할 수 없는 역경이다. 아무리 용기 있게 항해를 계속하겠다고 고집해도 노년은 조난 사고와 같다. 그러나 노년의 이 객관적이고 성스러운 고통은 나이 듦이 주는 주관적이고 계속적인 고통과는 종류가 다르다. 노년은 남성과 여성 모두가 비슷하게 겪는 진짜 시련이다. 반면 나이 듦은 주로 상상 속의 시련(정신적 병폐이자 사회 병리)이며, 본질적 특성상 남성보다 여성이 피해를 훨씬 많이 본다. 나이 듦(실제로 늙기 이전에 찾아오는 모든 것)을 그렇게 불쾌하게, 심지어 수치스러워하며 경험하는 건 특히 여성이다. - P16
사람들은 상업화된 행복과 개인적 안녕의 이미지가 자신에게 무엇이 필요하고 무엇이 진짜 기쁨을 주는지에 대한 인식을 좌우하게 놔둔다. - P17
완경기(수명이 늘어나면서 갈수록 늦게 찾아오고 있다)에 겪는 혹독한 상실감보다 훨씬 광범위한 것이 노화로 인한 우울감이다. 이 우울감은 여성의 삶에서 실제로 벌어진 사건에서 비롯된 게 아닐 수 있다. 이 우울감은 여성의 상상력이 자꾸 ‘억제되는‘ 상태이며, 이 상태를 명하는 것은 바로 사회다. 즉, 이 우울감은 사회가 여성으로 하여금 자신을 자유롭게 상상하지 못하도록 제한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 P25
일반적인 몸의 개발은 여성의 과제가 아니다. 여성은 몸이 단단하고 굵고 뚱뚱해지지 않게 관리한다. 즉 몸을 보존한다. (어쩌면 현대 사회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정치적으로 더 보수적인 것도 여성이 자기 몸과 매우 보수적인 관계를 맺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 P38
여성에게 가장 가혹한 태도 중 하나는 나이 드는 여성의 육체에 본능적 공포를 느끼는 것이다. 이러한 공포는 우리 문화 깊숙이 자리 잡은 여성을 향한 근본적 두려움, 암여우와 여장부, 요부, 마녀 같은 신화 속 인물로 드러나는 여성 악마론을 보여준다. 수 세기 동안 지속되며 서구 역사에서 가장 잔인한 학살 중 하나의 원인이 된 마녀 공포증은 이러한 공포의 가장 극단적인 형태를 시사한다. 노인 여성에게 느끼는 역겨움은 우리 문화에 가장 깊숙이 자리 잡은 미적∙성적 감정 중 하나다. 여성도 남성만큼이나 이런 역겨움을 느낀다. (억압자는 대체로 피억압자 ‘고유의‘ 미적 기준을 부정한다. 피억압자는 결국 자신이 추하다고 믿는다.)- P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