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고 한켠을 차지한 책장에 둥지 튼 박새 가족. 창고 앞면에는 손가락 한마디만큼의 빈 틈도 없다. 뒷면에는 아래에선 보이지 않지만 지붕 밑에 구멍이 숭숭 뚫려 있어 어미새가 길을 만들 수 있었다. 처음엔 겨우내 쌓인 솔잎 뭉치인줄 알았다. 작은 깃털이 바람에 떨고 있었다. 아슬아슬한 순간. 하마터면 휙 걷어치울 뻔했다. 걱정이 생겼다. 혹여 어미새가 못 오면 어쩌나. 지붕너머로 잽싸게 오가는 어미새를 보면 식구처럼 반갑다.
밀란 쿤데라의 <존재의 아름다움>이 너희들보다 아름다울까.

**덧붙임 2025.07.21.
위 글에서 '창고 앞면에는 손가락 한마디만큼의 빈 틈도 없다.'고 자신있게 썼는데 그게 아니라는 걸 오늘 아침에야 알았다.

창고 앞면에 내 주먹보다 큰 개구멍? 아니 새구멍이 있었다. 어쩐지 새 똥이 창고 안에 길을 만들었다 했더니 관찰이 부족했다. 뭐 그렇다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