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유튜브 알고리즘에는 세 가지가 언제나 반복된다. 날씨, 괴담 그리고 카페 혹은 킷사텐 브이로그. 그리고 가끔 미니어처 요리 하시는 분이랑 뉴스 기사, 고양이 관련 영상이 올라오고 전시회 같은 것을 알려주는 영상도 올라온다.
처음에 킷사텐 재즈 영상을 보고 킷사텐이 뭐지 싶었다. 한자로 끽다점(喫茶店)이고 일본어로 킷사텐이라고 읽는다. 다점은 알겠는데 '끽'자를 몰라서 찾아봤더랬다. 우리에겐 일제강점기 때 쓰던 말이고 이제는 까페나 커피숍으로 대체된 말인 끽다점이 일본에선 계속 쓰인다는 점이 신기했다.
1920년대에 가벼운 식사나 음료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던 찻집인 킷사텐(喫茶店)이 등장하면서 준킷사는 '술이나 접객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순수한 킷사텐'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최근에는 술을 제공하는 가게도 많아 '레트로한 분위기의 킷사텐'이라는 뜻으로 그 의미가 달라진 듯합니다.(4쪽)
이 책은 처음부터 나를 사로잡았는데, 내가 영상으로 보던 곳은 한 군데 뿐이었지만 너무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예전에 읽었던 <카카듀> 생각이 나면서 그 시절 경성에 있던 카카듀도 이런 느낌이었을까 생각했다.
이 책에서 제일 맛있어 보이던 건 초콜릿 파르페와 나폴리탄이었다. 내가 어릴 때는 파르페 파는 곳이 많았는데 언젠가부터 파르페는 메뉴에서 사라졌고, 나폴리탄 괴담이란 말이 유행할 정도로 일본에선 흔한 메뉴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 음식이라서 그런걸까.


괴담 하니까 또 생각나는 책이 있다. 바로 <커피 괴담>이다. 커피도 좋아하고 괴담도 좋아하는 나에게 이 책은 그냥 날아와 꽂혔다.
이야기는 영적인 능력이 있는 듯한 다몬이 옛 친구인 오노에의 초대를 받아 교토의 오래된 카페로 가면서 시작한다. 그곳에서 다몬은 오노에와 미즈시마, 일 때문에 늦게 온 구로다를 만난다. 그들은 별 것 아닌 듯한 이야기부터 으스스한 이야기까지 두서없이 쏟아내고, 그 와중에 검사인 구로다는 사건을 해결하며 다몬은 이야기의 주인공들과 조우한다.
이 책에서 가장 신기하고 흥미로운 점은 어쩌면 중년 남성 넷이 꾸준히 괴담 모임을 카페나 찻집에서 가진다는 점일라나. 레코드 회사의 프로듀서인 다몬, 작곡가 겸 스튜디오 뮤지션인 오노에, 외과의사인 미즈시마, 검사인 구로다. 이 네 사람은 지친 일상에서 벗어나 비현실적인 이야기나 무서운 이야기를 나누며 커피나 술을 마시는 이 모임을 은근히 좋아한다. 아무리 바빠도 늦게라도 모임에 꼭 참석하는 구로다는 이 모임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나면 사건을 해결한다고 좋아하는데, 아무래도 사고의 전환을 가져오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들이 말하는 괴담은 무섭거나 소름끼치거나 하지는 않지만 어딘가 으스스한 것들이다. 주변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을 것 같아서 꺼림칙하다고나 할까. 하지만 이야기 중에 다몬의 우산 이야기는 독특했다. 그 우산엔 누가 깃들어 있을까? 우리 식으로 말하면 도깨비일라나?
그리고 <도쿄 킷사텐 도감> 외에도 파르페를 먹고 싶게 한 책이 있다. 어쩌면 뜬금 없을지도 모르지만, 파르페와 괴담이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 혼자 웃었다.
이케다가 고바야시 씨랑 이야기를 하다가 파르페를 먹고 싶다거나 주문해 달라고 하는 장면이 있다. '변태 오두막'과 '천국 병원' 부분에서 그러는데, 나도 모르게 외쳤다. "나도!!"
주변에 파르페 파는 곳을 검색했다. 생각보다 파는 곳이 없어 실망하던 차, 남편이 검색하더니 맛집이 있다는 거다. 그런데 따뜻한 봄이 이렇게나 빨리 오다니... 싶다가 저기압의 영향으로 계속되는 비와 흐린 날씨 때문에 추워져서 먹으러 가지를 못하고 있다.
이상하게 이 책도 그렇고 <긴키 지방의 어느 장소에 대하여>도 그렇고 오디오북으로 들으면 너무 잠이 온다. 듣다가 졸다가 깜짝 놀라서 깨서 종이책을 뒤적인다. 유튜브 영상으로 보는 괴담은 잘 보고 잘 듣는데 오디오북은 왜 그런지 좀 의아하긴 하다.
책 표지에 나오는 '죽어, 죽어, 죽어'라는 외침을 보며 꼭 파르페를 먹으러 갈테야!!라고 다짐한다. 그렇다. 파르페 못 먹어 죽은 귀신이 내 주변을 맴도는 걸까.
아무리 미운 사람이 있어도 너무 증오하지 말자. 증오란 감정은 타인을 향한 것만이 아니다. 자기 자신부터 갉아먹은 뒤 타인에게도 가는 것이라 결국 모두를 파국으로 몰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