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 집회가 끝나고 나는 자리를 떴지만 많은 이들이 어젯밤, 한강진 관저 앞을 떠나지 않았다.
'한강진 대첩'과 '키세스단'이라는 이름이 생겼다. 아침뉴스를 통해 그들을 보았다. 서울 지역에 대설주의보가 내린 날 사람들 몸을 덮은 은박 담요 위로 눈이 쌓여 있었다. 전날처럼 또 누군가는 남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렇게 많은 이들이 그런 모습으로 밤을 보낼 줄은 몰랐다. 그렇게 다시 서로를 돕고 살피며 밤을 보낼 줄은.
남태령 이후로도 이런 사건을 목격했다는 것은 이 나라 구성원으로서 내가 누리는 복일까.
도대체 이 마음을 어떻게 글이나 말로 정리해야 할지 모르겠다.
너무 미안하고.
놀랍고.
고맙고.
그리고 미안하고.
고맙고.'(87쪽)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 이후 작가가 느꼈던 일련의 감정을 일기 형식으로 기록한 책이다.
물리적 시간보다 훨씬 길고도 가슴앓이가 많았던 이 땅의 시민들에게, 그 나날들의 감정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다시 정리하게 해준 책이다.
그가 거리의 시민들에게 고마워하듯, 험난했지만 가슴 벅찬 연대를 느낄 수 있었던 기간을 정리해준 작가분께도 '고맙다'는 말을 전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