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제목이 깊은 슬픔을 내포하고 있다.
하지만 저자인 허영선 선생님은 아마도 그 슬픔은 다 담아놓지 못했다고 생각하셨을 것 같다.
찐빵을 먹을 수 없고, 양하를 먹을 수 없는 살아남은 자들...
내가 만약 양하밭 사연을 직접 겪었다면 역시 마찬가지였겠다 싶은 공감.
그러나 그분들은 그 짙은 아픔을 견디며 말씀하신다. '살다보니 살아지더군요.'
책장마다 가슴 저미는 사연들.
* (어느 음악가) 제주의 길은 누군가에겐 저미는 길이다. 언젠가 4.3을 모르고 제주를 말하던 한 음악가가 4.3을 알고 난 후 이렇게 말했다.
“그 이전, 내가 수없이 제주를 다니며 다 안다고 당신에게 말했던 그 풍경을 이제 지워달라.”
* (오계춘 할머니) “그때 스물여섯. 등에 업은 열 달 된 애기 굶어 죽었는데 그 애기 생각허민 가슴 아팡 살질 못허쿠다. 이제도록, 지금 몇 년이우꽈? 배에서 죽은 애기 업엉(업고) 내리라고 해서 내렷수다. 애기 두고 가면 목포파출소에서 묻어준다고. 거기 그냉 애기 놔두고 징역 갔수다.”
* (시<무명천 할머니> 부분)
한 세상 왔다지만
꽁꽁 자물쇠 채운 문전에서
한 여자가 슬픈 눈 비린 저녁놀에 얼굴 묻네
오늘도 희미흰 무명천 받치고
울담 아래 앉아 있네
한 여자가
그들의 자손들이 지켜가고 있는 제주는 4.3의 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