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란 나라에 대한 관심은 때로 매우 추상적이거나, 현실 이해관계에 얽매어 있거나, 때론 민족적 특성을 거론하면서 도식화하기가 쉬운 측면을 갖고 있다. 따라서 시대의 흐름(특히 정치적 사안)이 매우 민감하게 작용하여 호/불호의 편차가 크게 작용하기도 한다. 그만큼 냉정하게 보기 어려운 관계가 아닐런지.
이 책은 차분히 일본의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건축, 문학, 영화, 패션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해당 분야의 전개과정과 그 의미를 개괄적으로 설명하고 있어서, 각론으로부터 출발한 일본 이해의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제2차 세계대전에서 군국주의의 기치를 내걸고 '전체주의'의 길을 걷다가 곧 패전국의 지위로 몰락하고 만 시대경험이 각 분야에서 어떻게 작용하고 있는지, 그 극복의 노력이 어떠한 방향으로 시대를 정의하는지 각 분야에서의 과정을 점검해볼 때, 일본이라는 나라에 대한 이해에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게 도와주고 있다.
일본 이해에 있어서 서양인들의 시각이나, 국수주의적인 일부 국내 필자의 시각에 의존할 일이 아니라, 이러한 학자들의 각론에서 그 이해의 실마리를 찾는 것은 독도 영유권을 부르짖는 일본 정계의 망언을 대응해야 할 '한국적 상황'에서 특히 의미있는 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