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마지막 키스
















나는 매일 북플에 들어오고 아주 가끔 (며칠에 한 번) 트윗에 들어가며, 자주 인스타그램에 들어간다.

인스타그램은 다른 SNS 가 그런것처럼 내가 선택한게 아니어도 무작위로 사진과 영상을 보여주곤 하는데, 그래서 때로는 어떤 상품을 충동적으로 사기도 하고 또 가끔은 넋놓고 핸드폰을 들여다보기만 할때도 있다. 

최근에 정신을 잃고 인스타그램에 몰두한 건, 나는 알지도 못하는 아이돌의 신곡 댄스 영상이었다. 존재 자체도 몰랐던 아이돌의 노래와 댄스를 보면서 처음에는, 뭐야 이 눈빛 뭐야, 뭔가에 취한 것 같은데, 눈을 왜 이렇게 뜨지, 노래는 뭐여, 한글이여? 그러니까 이 영상은 정말 갑작스러웠다.  갑자기, 어째서, 왜, 뜬금없이, 느닷없이, 영문도 모른채로 나는 그 영상을 마주한것인데, 세상에, 스크롤을 하고 또 하고 또 해도, 계속 그의 영상이 나왔고, 그러다보니 어느틈에 나는 '이 가수 멋있다' , '이 춤 멋있다', 하면서 노래까지 즐기고 있었다. 그러니까 나는 이제 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시장의 원리를 파악했다. 인기가 있어서 노출되는게 아니라, 노출이 되기 때문에 인기가 생긴다는 것. 자명한 이치이지만, 그래서 세상에 광고라는게 존재하는 거겠지만, 아아, 나는 이렇게 체감한다. 뭐야, 처음엔 별로였는데 자꾸 보다 보니까 매력있잖아? 이렇게 되어버려. 덕분에 나는 북부대공에 남부왕자이기도 하다는 최산의 프로필을 검색했으며....



 


각설하고,


그런 SNS 에서 내가 가장 기이했던 건, 자기 감정의 전시였으며 연애의 전시였다. 아주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고백과 연애 과정을 그대로 영상으로 송출하고 있었다. 데이트 하는 모습은 물론이고 처음 만나서 하는 대화까지도. 그들은 아마도 일상을 찍어 올리는 것이 그전부터 익숙했더 사람일 수도 있을 것이다. 아니라면 도대체 처음 만난 걸 어떻게 찍어 올릴 수 있단 말인가. 한 번은 새벽에 갑자기 자다 말고 켰다고 남편과 대화하는 여자가 영상을 올렸는데 이불을 뒤집어쓴 여자의 맨어깨와 이불 밖으로 드러난 남자의 벗은 상체는... 할말을 잃게 만들었다. 갑자기, 예정에도 없이, 나는 계획한 적도 없는데, 성적인 영상에 노출된 것 같은 기분이랄까. 그리고,


눈물의 전시가 있다. 내가 가장 놀랐던 건, 책을 읽는 나, 책을 읽고 우는 나, 를 전시하는 거였다. 우는 나를 보여준다는 건.. 뭐지? 이게 아마도 틱톡에서 시작된 것 같았는데, 어떤 책을 읽고 우는 영상을 누가 처음에 올렸고, 그 후에 그 책 읽고 나도 울었다고 우는 영상들이 반복해 올라왔고, 그러자 여기저기서 다들 그 책을 읽고 울고 그걸 올리고.. 그렇게 틱톡으로 유명해져서 그 책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고 결국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이것을 나는 좋다거나 나쁘다고 말할 순 없을 것 같다. 그렇지만 나라면 하지 않을, 다소 신기한 현상이기는 하다. 나도 책을 읽고 울지만, 그런 나를 전시할 생각은 하지 못하니까, 하지 않으니까. 그러면 그게 나쁘냐? 라고 하면, 그게 또 나쁠건 뭐란 말인가. 내가 읽고 내가 울고 내가 올린다는데... 누가 뭐래? 그리고 그렇게 내가 우는 걸 전시하니까 책이 베스트 셀러가 되고 영화가 되고... 


내가 다른 나라로 여행을 가서 서점에 가면 그곳이 어디든 콜린 후버의 책들이 깔려있었다. 아마 책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서점에 들어서는 순간, 아 이 책이 베스트셀러구나 알아챌 수 있었을 것이다. 


이 현상은 이 책으로 끝나지 않았다. 일명 틱톡책 이라고 해서, 서점의 많은 책들이 '이 책이 틱톡책이다'라는 문구를 붙이고 있었다. 그곳이 어디였는지 지금 기억이 잘 안나는데, 다른 나라의 서점에 갔을 때, 그렇게 틱톡책이라고 붙은 책들을 여러권 봤다. 아, 이제 대세는 틱톡이구나, 틱톡에서 감상 후기를 전시하고 그 책은 이렇게 베스트셀러가 되는구나. 


단순히 눈물을 전시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 눈물을 봄으로써 아 이 책은 울만큼 감동적이구나, 하는걸 소비자들이 생각했기 때문에 베스트셀러로 이어질 수 있었을 것이다. 눈물은 그냥 나오는게 아니라 분명 어떤 감정이 존재해야 나오는 거니까. 그러니까 어떤 책을 읽고 눈물을 흘린다는 건, 그만큼 그 책이 좋다는 거고, 그것은 '이 책을 추천합니다' 보다 더 진정성있게 여겨지지 않겠는가. 어머, 저게 뭔데 울지?



톱모델 벨라 하디드 Bella Hadid도 자신이 울고 있는 사진을 스스로 업로드했는데, 그런 사진을 올릴 때일수록 자기의 원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이후로 눈물을 전시하는 것이 사람들의 주의를 끌어 팔로워 수를 늘리는 효과를 낸다는 점이 입증되면서 소셜미디어의 새로운 트렌드가 되었다. 어떤 사람들은 이별 직후에 눈물을 흘리는 콘텐츠를 올리기도 했다. 자신의 눈물을 공개적으로 전시하는 것은 울음에 관해 일반적으로 수용되곤 하던 과거 규범의 극적인 파괴를 의미한다. 기술이 이전에는 없던 감정 행동양식을 만들어내는 수준의 영향력을 미치고 있으며, 그 기저에는 주목 끌기와 결합된 경제적 효과가 깔려있는 것이다.  -p.23



인플루언서들이 주의를 끌 수 있는 것은 광고주들이 가장 좋아하는 두 가지인 신뢰성과 진정성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벨라 하디드가 눈물을 통해 얻어낸 것이다. 인플루언서들은 자신의 일상과 자기 자체의 진실되고도 본래적인 감정적 자아를 광고의 확장된 형태로 변모시킨다. -p.24



그러니까 이제 일상이 전시된다.

책을 읽는게 전시되고 책을 읽는 나, 그 책을 읽은 후의 나가 전시되고, 그리고 연애하는 나도 전시된다. 이별을 겪은 나 역시도 전시된다. 그저 일상을 사는 것이 전시가 된다. 



일상생활은 공급이 끊이지 않는 소비 상품이 되었다.-p.55



그리고 킴 카다시안이 있다. 그녀의 이름도 알고 얼굴도 알지만, 사실 나는 그녀가 유명하다는 사실 말고는 뭐하는 사람인지 모른다. 그리고 이 책을 읽다가 알았다. 그녀가 하는 일, 그녀를 부자로 만들어준 일은, 그저 전시였다는 것을.


킴 카다시안은 전 세계 최대 인플루언서 중 한 명으로서, 두 가지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첫째, 전통적 제조나 광고 방식을 건너뛰고 소셜미디어만으로 부를 창출하는 ‘급진적 무실체‘를 대표하는 인물이며, 둘째, 평범한 일상의 모든 순간을 상품으로 만드는 ‘급진적 상품화‘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현재 그녀의 자산은 17억 달러에 달한다. '실체 없는 경제'가 만들어낸 결과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꽤나 '실체 있는' 숫자다.-p.25



가치 판단에 대해서라면, 잘 모르겠다.

내가 내 시간과 내 노동력을 제공하고 돈을 벌고 있는데, 그런데 내 일상을 전시하고 돈을 버는건 안되는가? 내 연애를 보여주고 팔로워가 많아지고 그로 인해 소득이 생긴다면, 그건 안되는가? 내가 눈물을 보여 인플루언서가 되었는데, 그래서 집을 샀는데, 그게 안되는가? 그런 물음들에 단호하게 안된다는 답을 나는 할 수 없을 것 같다. 나라면 하지 않겠지만, 그런데 내가 안한다고 해서 남들도 하지 말라고 할 수 있나? 게다가 그들이 나보다 돈을 훨씬 더 잘 버는데? 소셜미디어의 재미있는(?) 지점은, 나보다 훨씬 잘사는 사람들이 자신들이 사용하는 명품과 자신들이 거주하는 좋은 집을 보여주면서 또 돈을 벌어들인다는거다. 그런데 이게 나쁜가? 나쁘지 않다면, 그렇다면 이건 권장할만한가? 진짜 아이 돈 노다.. 나라면 하지 않겠다고 생각하는 지점에서 뭔가 어긋나있는 것 같기는 한데, 그런데 그게 뭔지 잘 모르겠다. 에바 일루즈의 이 책을 읽어봐도, 나는 가치판단을 내릴 수가 없다.



현실은 진정성의 전시로 대체되었다. 이미 정보 편향이라든가 가짜 뉴스에 대해서는 많이 들어보았을 것이다. 그런것들이 실제를 왜곡시키는 유일한 것들은 아니다. 실제의 왜곡은 우리가 ‘전시된 진정성‘을 실제보다도 더 믿고 선호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다. -p.75



전시된 진정성을 실제보다 더 믿고 선호하기 때문에 어떤 사람들은 인플루언서가 되고, 그리고 인플루언서들은 돈을 벌고 있는 것일테다. 음, 잘 모르겠다. 카메라 앞에서 그들의 생활과 감정을 보여주는 것이 그들에게는 돈을 벌기 때문에 괜찮은 것이 되는건지는. 나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우리는 경험의 실제성을, 보여주기식 진정성보다는 일상 속 상호 작용에서 발생하는 겉치레를, 소망대로 돌아가주지 않고 환상을 좌절시키는 세상을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무엇보다 감정을 비생산적인 것으로 남겨두려는 태도를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스스로를 바꾸지 않고 측정하지 않고 개선하지 않는 것에 깃들어 있는 아름다움에 대해 잠시 생각해보자. 우리는 '그저 존재'하기만 하면 된다. -p.76


우리는 그저 존재하기만 하면 된다는 에바 일루즈의 말이, 지금 이 지점에서 얼마나 설득력을 가질지도, 역시 나는 잘 모르겠다. 


분주한 고독은 기술로 인한 영향 중 가장 입증되어 있는 현상일 것이다. 이는 기술이 개인의 여가 시간을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도 가장 개인적인 것으로 만들어버린 결과다. 그러나 그것보다도 더 결정적인 원인은 기술이 타인과 시간을 보내고자 하는 의욕 자체를 앗아가버린 것 같다는 데 있다. -p.74



사실, 내가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것도 전시 아닌가.


책이나 읽자.

동성애와 양성애 남성을 위한 데이팅 앱 그라인더Grindr는 특별히 더 디테일한 이모지 소통방식을 마련했다. 그라인더 앱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앱 내에서 오고 가는 메시지의 약 20퍼센트에 이모지가 포함되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모지는 새로운 사람을 알아가는 과정과 헤어지는 과정을 비교적 쉽게 만들어주기도 한다. 그라인더 앱은 이모지 사용을 공공연히 장려하고 있으며, 사용자들이 본인의 성적 취향을 잘 드러낼 수 있도록 ‘게이모지‘gaymoji 세트를 상품화해서 판매하고 있다.- P14
브랜딩 논리: 원래 브랜딩이란 상품을 대체 불가능한 이름과 독특한 정체성을 지닌 유일무이한 존재로 만드는 것이다. 이는 사람들이 소셜미디어 프로필에서 본인을 가치 있고 독특한 ‘상품‘으로 묘사하는 것에도 적용된다. ‘셀프 브랜딩‘이 자기표현의 본질이 된 과정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프로파일링의 사회학‘이 필요하다. 인플루언서들은 자기 자신을 브랜드화할 수 있는 하나의 상품으로 여긴다. 소셜미디어는 브랜드를 만들어내는 메커니즘을 제공한다. 그리고 이렇게 만들어진개인 브랜드는 실제 상품을 판매하는 데 사용된다.- P46
가상세계가 정신적 고통을 해결해주는 치료제가 될 수도있지만, 현실이 만족스러운 사람과 불만족스러운 사람사이에 발생하는 새로운 형태의 불평등이 만들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 P70
경험의 상실, 가상의 상호 작용으로 유지되는 자급자족하면서도 유아론적인 자아 세계의 생성이 진정성의 사멸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오히려 그 반대다. 현실은 진정성의 전시로 대체되었다. 이미 정보 편향이라든가 가짜 뉴스에 대해서는 많이 들어보았을 것이다. 그런것들이 실제를 왜곡시키는 유일한 것들은 아니다. 실제의 왜곡은 우리가 ‘전시된 진정성‘을 실제보다도 더 믿고 선호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다. - P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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