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퇴근 후에 양재천부터 잠실까지 천천히 달렸다.
비가 올 것 같았는데 에라이, 하면서 달렸단 말이지.
요즘 달릴 때에는 보통 아무것도 듣지 않고 달린다. 예전에는 음악을 듣거나 런데이 들으면서 달렸는데, 요즘은 아무것도 안듣는다. 어제 오랜만에 음악 들어볼까, 하고 음악 틀었는데 영 별로여서 중간에 그냥 다시 음악 꺼버렸다. 어디서 보니까, 달리면서 아무것도 안듣고 안보는 사람들, 자기 숨소리만 듣는 사람들은, 정말 무서운 사람들이라고, 복수를 꿈꾸는 사람들이라고 하던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 복수 같은거 꿈꾸지 않습니다.
아무튼 어제 아주 느리게, 천천히 6킬로를 달렸는데, 너무나 너무나 너무나 너무나 맥주를 마시고 싶은거다. 아, 맥주 마시고 싶다. 밥과 맥주를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는 곳은? 하고 머릿속에서 생각했는데, 케이에프씨는 너무 멀어서 가기가 불편하고, 쉐이크쉑은... 가급적 불매 불매!! 아, 밥으로.. 맥주 생략하고 그냥 텐동 먹을까, 하고 텐동 먹으러 현대백화점 천호점 가는데... 가니까 생각이 바뀌는거다. 그래, 회덮밥을 먹자! 백화점 지하 푸드코트는 맥주를 안파는데, 유일하게 회덮밥 집만 맥주랑 화요가 있다. 나는 가서 참치회덮밥을 주문했지만, 참치회덮밥 다 떨어져서 활어회덮밥만 있단다. 그래서 활어회덮밥과 맥주..를 주문했다. 맥주는 캔맥주만 있더라. 하여간 그게 어디야. 나는 달린 후에, 단백질과 섬유질이 풍부한 회덮밥과(응?) 맥주를 마신다. ㅋ ㅑ ~
일단 먼저 나온 맥주를 따라서 벌컥벌컥 마시고~

회덮밥이 나왔다. 만세!!

와 진짜 맛있게 먹었다. 비벼가지고 하나도 안남기고 싹 다 먹었네. ㅋㅋㅋ 그리고 맥주도 다 마셨더니 하- 너무 배불러. 그래서 집까지 걸어가자, 하고 길을 나섰다.
걷다가 갑자기 음악이 듣고 싶어졌다. 아주 구슬픈 음악.
나는 긍정적이고 밝은 사람인데 ㅋㅋ 사람을 보든 현상을 보든 긍정적인 면부터 먼저 찾는 사람인데, 이상하게 음악은 ㅋㅋ 구슬픈 가사의 노래를 듣게된다(이런 식으로 균형을 유지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감정 이입해서 막 처절하게 불러버려. 어제 생각난 노래는 가수 이름이 생각나지 않아서 한참 헤맸지만, 어쨌든 결국 찾아낸, '최성빈'의 <사랑하는 어머님께> 이다.
이 노래.. 아는 사람이 있을까? 아마 알라딘에는.. 없지 않을까? 특히 잠자냥 님이라면.. 그동안 한 번도 들어본 적도 없었을 것이고 앞으로도 들을 일 없는.. 그런 노래일 것이다.
되게 삼류드라마 내용의 가사인데, 나랑 남동생은 이 노래 구슬프게 따라부르곤 했다. 어제도 귀에 이어폰 꽂고 들으면서 어머님 용서하세요~ 그녀에겐 저밖에 없는데~ 막 이러면서 감정 잡았다. 물론, 가사 내용은 완전 뻐킹쉿이지만 ㅋㅋ
이 노래 듣는데 남동생하고 여행가고 싶어졌다. 남동생하고 나하고 ㅋㅋ 성격도 비슷하고 입맛도 비슷하고 하여간 대부분 옛날노래 처절하게 따라부르는 것도 비슷해서, 여행 가면 너무 좋다! 지난번에도 호치민 갔다가 블루투스 스피커로 옛날 노래 틀어두고 막 따라불렀더랬다. 여동생이 샤워하다가 우리 노랫소리 듣고 한참 웃었다고. 하여간 사랑하는 어머님께, 내가 구슬프게 따라불렀다고는 하지만, 이게 진짜... 문제가 많은 가사의 노래인데. 우리 한번 찬찬히 훑어보기로 하자.
미리, 여러분에게 이런 가사를 소개하게 되어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다.
사랑하는 어머님께-최성빈
어머님 죄송합니다.
이 글을 읽으실 때쯤 전 그녀와 함께 멀리 떠나있을 꺼예요.
사랑하는 어머니와 그녀를 사이에 두고 많이 고민했지만, 저의 현실은 그녀를 버릴 수 없어요.
어머님께서 가르켜 주신 사랑을 그녀에게서 배웠으니까요.
(일단 이 부분에서 굉장히 거슬린다. '가르켜' 가 아니라 '가르쳐' 인데, 이게 노래 들어보면 가수도 '가르켜주신' 이라고 부르는거다. 아니야, 얘야, 가르쳐주신이다... 혹시.. 내가 오해한거니? 엄마가.. 사랑 저 쪽에 있다가 가리키신 거야?)
저 몰래 어머님이 그녀를 만나 심한 말 하신 걸 알고 그녀에게 갔었죠.
조그만 자취방에 그녀는 고열로 의식을 잃은 채 하염없이 울고 있었죠.
그녀를 업고 병원으로 뛰면서 전 정말 죽고 싶었죠.
이제껏 무책임한 저의 행동은 아무 것도 해준 것이 없기에..
(왜 아무것도 안해줬니, 왜? 해줬으면 됐잖아?)
미안해 정말 미안해. 너를 이렇게 만든 건 모두 나의 잘못이야. 용서해.
너의 몸이 낫는 대로 우리 멀리 떠나자. 아무도 그 없는 곳으로..
(아무도 없는 곳으로 가면.. 여자를 더 고생시킬 것 같은데. 거기서 밥은 누가 할거니, 빨래는? 여기서 아무것도 못한 네가 다른데 간다고 뭘 하겠니?)
어머님 용서하세요. 그녀에게 저밖에 없는데 그녈 버릴 수는없어요.
(내가 가장 문제라고 생각한 지점은 바로 여기다. 여기에는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다른 방식의 문제가 생긴다. 일단 첫번째 문제는, 정말로 그녀에게 이 남자밖에 없는 경우다.
그건 안된다. 위험하다. 그녀에게 나는 '닉 혼비'의 [어바웃 어 보이]를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이보세요 여자분, 이 세상에 딱 한사람만 있다면, 그것은 정말 커다란 문제입니다. 그럴 경우 상대가 없어졌을 때, 버틸 수가 없어요. 그래서 제가 누누이 말했습니다. 여분의 사람이 더 필요하다고요. 하나만 있어서는 안됩니다. 사실.. 남자 어머님한테 말 좀 들었다고 고열로 눕는것 부터가... 너무 내 취향 아니지만, 만약 당신이 이 남자만 보는게 아니라 평소에 운동도 하고 먹기도 잘 먹었으면, 하, 빡친다 내가 왜 이런 취급을 받아? 하고 더 열심히 먹었겠죠. 하여간 정말 그 남자밖에 없나요? 제발, 부디, 다른 사람도 만나세요. 친구들도 만나고 지인들도 만들어두세요. 편의점 가서 맥주 사다가 직원에게 말도 걸어보고요. 올리브 키터리지가 그랬듯이, 자주 가는 카페도 만들어서 내 취향을 알도록 하시길 권장합니다. 사람이 단 한 명밖에 없다면, 정말 이 세상에 저 남자밖에 없다면, 그 남자의 떠남으로 당신이 무너졌을 때 당신을 붙들어줄 사람이 없잖아요. 이제는 품절되어 구할 수 없는, 이 시대의 명저 '이유경'의 [독서 공감, 사람을 읽다] 를 읽어보면 그 점이 매우 잘 표현되어 있습니다.
두번째 경우는, 그녀에게 그 남자밖에 없는게 결코 아닌데, 이 남자 혼자서 '그녀에겐 나밖에 없다'고 착각하는 경우다. 이건.. 하- 정말이지 답도 없다. 되도 않는 가능성을 두고 그린 라이트 생각하는 것처럼, 그녀에겐 다른 사람들도 있는데 나밖에 없다고 착각하는 경우라니.. 그게 더 미쳐버려. 어쩌면 여자는 혹시 단순히 감기에 걸려 앓아 누운 건 아닐까? 그런데 어머니가 찾아왔다고 아픈 걸로 착각하는 건 아니니? 어쩌면.. 남자의 어머님도..... 착각하는거 아닐까? 아들 혼자 좋다고 따라다니는데 '내 이년을 그냥!'하고 오신거 아니에요? 여자가 사귀는거 맞대요? 사랑하는 거 맞대요? 하여간 이건 이것대로 문제이고 더 큰 문제이다. 남자여, 그녀에게 정말 너밖에 없는가!! 확실한가!! 세상에 어떻게 너밖에 없을 수가 있는가... 노노 그것은 노노하다.)
언젠가 우리 모두가 다시 뵐수 있는 날까지~ 건강하시기를..
저희는 지금 기차 안에 있어요.
떠나기 전에 우리는 그녀가 다니는 성당에서 조촐한 결혼식도 올렸어요.
(하- 성당.. .조촐한 결혼식... 그래, 사랑하긴 했었구나... 사랑.. 하는군요. 뭐, 결혼식이야 아무려면 어떻습니까. 안올려도 그만, 조촐하게 올려도 그만이지요.)
그리고 신부님 앞에서 그녀와 전 눈물로 약속했죠. 후회하지않겠다고.
저는 그녀를 사랑해요.
그녀를 업고 병원으로 뛰면서 전 정말 죽고 싶었죠.
이제껏 무책임한 저의 행동은 순결했던 그녀에게 아무 것도 해준 것이 없기에..난 없기에~~~
(도대체 여기에서 '순결'이란 단어는 왜 들어간건지... 순결한 그녀는 무엇을 받을 자격이 있는가? 그러면 순결하지 않은 여자라면, 아무것도 해주지 않아도 되는가. 대체 '순결했던' 그녀에게 '아무것도 해준 게 없는게' 무책임하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순결과 상관없이 아무것도 해주지 않은게 무책임한건데, 거기에 순결은 왜 끼어넣냐고..)
미안해 정말 미안해. 너를 이렇게 만든 건 모두 나의 잘못이야. 용서해.
너의 몸이 낫는 대로 우리 멀리 떠나자.아무도 그 없는 곳으로..
(이 점에 대해서도 정말 할 말이 많다. 아무도 없는 곳으로 떠나다니.. 안된다, 그건 정말 안될 말이다. 여기서 확실히 하고 싶은데, 그 아무도 라는 것은 '너와 나를 아는 사람'을 말하는 거지? 정말 아무도, 노바디, 사람 자체가 없는 무인도를 가고 싶다는 건 아닌거지?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다. 휴먼 이즈 소셜 비잉. 유 노 왓 아이 민? 다른 사람들과 섞여서만이, 너도 여자도 그리고 함께도 잘 살 수 있는 것이다. 유 가 릿?
어머님 용서하세요. 그녀에게 저밖에 없는데 그녈 버릴 수는없어요
언젠가 우리 모두가 다시 뵐수 있는 날까지~~
머릿속으로 이런거 대꾸하면서, 그러나 반복해 들으면서 처절하게 따라 불렀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어머님 용서하세요~ 그녀에게 저밖에 없는데~~~~~~~~~~~ 하아- 이것이 바로 그.. 록산 게이가 말한 나쁜 페미니스트???
자, 얘들아, 다음 주 책탑을 기대하렴.
샤라라랑~
(아래 사진은 예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