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나키나발루에 와있다.
지금은 호텔방에서 신라면 컵라면에 와인을 마시면서 이 글을 쓰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싱가폴에서 가깝다. 특히 더 가까운 조호바루는, 주말을 이용해 사람들이 당일치기로도 기차나 버스로 다녀오기도 한다. 싱가폴의 물가가 비싸서 주말을 이용해 그곳에 가서 쇼핑을 하고 오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나는 아직 한 번도 가보지 않았고, 딱히 가보겠다는 생각도 없는데, 그래도 이렇게 가까울 때 말레이시아 한 번 더 가보자 싶어서 이렇게 코타키나발루에 와있다. 쿠알라룸푸르는 몇 번 가봤으니, 안가본 곳으로 가자.
딱히 휴가기간인 것도 아니고 주말을 이용해서 그런지, 에어아시아로 비행기가 저렴했다. 왕복 16만원 정도였는데, 저가항공의 특징은 단순 비행에 대해서는 저가이지만, 다른 비저가 비행기가 제공하는 식사나 좌석, 수하물을 선택할 경우 가격이 올라간다는 것이다. 그러면 결국 저가항공이 저가항공이 아니게 되어버린다. 시간대나 직항 노선 때문에 간혹 저가 항공을 선택하면, 수하물이나 좌석 지정하다가 '이게 뭐가 저가항공인가' 하고 생각할 때가 여러번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싱가폴에서 코타키나발루는 비행기로 두시간반 이었고, 나는 저가항공의 이점을 마음껏 누릴 작정이었다. 좌석 선택? 안해. 보통 무조건 복도로 미리 선택하는 편이었는데(방광 이슈), 두시간이면 어느 자리든 참을 수 있을 것 같았고, 간다고 해도 한 번 밖에 더가겠나 싶었다. 식사? 안해. 수하물? 안해. 주말을 이용해 가는거니 기내에 싣는 것으로 충분하다! 그렇게 저가항공을 이용해 예약해두고 오늘, 싱가폴 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에서 좀 대기하고 비행을 하고 코타키나발루에 도착해서 호텔까지 가는 동안에는 아무리 가깝다고 해도 시간이 든다. 나는 이번에 기내식을 먹지 않는다. 나란 사람, 준비가 철저한 사람. 저가 항공을 저가 항공으로 제대로 이용하자 마음 먹었던 나는, 집에서 샌드위치랑 바나나를 챙겨왔다. 샌드위치 라지만 크림치즈+꿀+쪽파 조합을 식빵에 쳐발쳐발한 거였다. 하여간 공항에서 로컬 커피점에 들어가 커피 한 잔 시켜두고 샌드위치 먹고 바나나를 먹고 비행기에 탔다.

기내 수하물을 위에 올려두고 자리에 앉아 비행기가 출발하자마자 나는 기절하듯 잠을 잤다. 어제 새벽에 잤기 때문에 잠이 부족했더랬다. 왜 새벽에 잤냐면 그건.. 이건 조만간 다시 쓰겠다. (브런치에 쓰고 싶었는데 지금 브런치 로긴이 안된다. 무슨 해외 접근 확인이 제한 횟수를 초과했다 어쩌고 하면서 본인 인증이 안돼. 해외 갈 때마다 접속 국가 허용 이런거 해줬는데 그것도 제한이 있는건가보다.)
한국책 한 권, 영어책 한 권 가져갔는데 한 장도 펼펴볼 수 없는 끝없는 잠에 관하여..
하여간 코타키나발루에 도착했고 호텔까지는 그랩을 불렀다. 20분 걸려 호텔에 도착한다고 되어있는데 요금은 우리돈으로 6천원 정도 나오더라. 싱가폴에서는 똑같이 공항에서 집까지 20분 걸리는데 그랩 부르면 3만원인데.. 그리고 호텔에 도착했는데, 하하, 또 재미있었던게, 호텔 직원이 내 이름을 정말 잘 발음하는거다. 한국사람처럼. 너 한국어 발음 너무 좋은데? 라고 내가 말하니, 자기는 한국어에서 Lee 가 리 가 아니라 이 라는걸 알고 있다고 했다. ㅋㅋ 하여간 발음 잘하더라. 그리고 체크인했는데, 하하하하, 그 직원이 나에게 '너 영어 잘하네!' 라는거다. 그래서 나는 고마워, 라고 했다. 사실 호텔 체크인하는데 무슨 대단한 영어가 필요한 건 아니지만.. 그런데 그 직원은 내게 계속 말했다. Actaully, 놀랐어, 하면서. 물론, 한국 사람들이 여기 와서 영어 하지, 그런데 그들 되게 베이직 워드를 사용하거든, 그런데 네 영어는 베리 임프레시브 해! 라는거다. 하하하하. 아니, 다시 말하지만, 호텔 체크인에 무슨 대단한 영어를 하는 것도 아니고, 돌이켜봐도 내가 뭘 한게 없는데.. 하여간 고맙다고 했는데, 아마도 내가 한국어 발음 잘한다고 해서 되돌려준건가. 은혜 갚는 고양이..아니 호텔 직원.
체크인하면서 내가 무슨 영어를 했다고 그러지?하다가도, 그래도 이런 말 처음 들어봐서 기분이가 좋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런데 호텔 체크인하는데 무슨 단어가 필요한건가...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남다른 단어를 쓴 적이 없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룸으로 들어왔는데 와- 객실이 너무 넓다!! >.<
싱가폴의 내 집보다 넓어. 나 여기를 내 집으로 하고 싶어!! 샤워실 욕실 분리되어있는데 그 각각의 장소가 너무나 넓고 테이블에 의자, 소파까지 다 갖춰져 있는데도 여유공간이 많다. 보통 호텔방은 너무 작아서 크게 고르려고 고심하는 편인데, 여긴 진짜 크다!! 너무 좋아. 그래서 내가 얼마주고 예약했더라, 하고 아고다 예약화면 살펴보니 하루에 15만원이 채 안됐다. 싱가폴에 호텔 예약했을 때, 돈 없는 가난한 유학생이니 저렴한거 고르자 싶어서 애를 썼는데도 하룻밤에 20만원 이상이었고, 그런 룸은 캐리어를 제대로 펼치기가 힘들 정도로 좁았으며 심지어 물 제공도 안되었다. 나 물 제공 안되는 호텔 싱가폴에서 처음이었어.. 그런데 여기는 15만원도 안되는데 방이 세 배는 되는 것 같아. 물가가 아름다워..

화장실은 안찍힌거다. 으하하하. 하여간 넓어서 너무 좋음. 껄껄. 역시 공간은 넓어야 되는 것이야..
그리고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배가 고팠고 스테이크를 먹고 싶었는데, 호텔 바로 앞에 레스토랑으로 보이는 곳이 있어 들어갔다. 사실 나는 좀 분위기 좋은데 가서 먹고 싶긴 햇는데, 뭐 맥주집 같지만 나쁘지 않아. 너네 혹시 와인 잇니? 물었더니, 있는데 우리는 잔으로는 안팔아, 병으로만 팔아, 하더라. 흠. 그래 좋았어. 그러면 남은거 숙소 가져가지 싶어서 립아이 스테이크랑 와인을 주문했고, 와인이 먼저 나왔다.
아니 그런데, 레드 와인을.. 얼음.. 에 넣어주는데는 처음 봤어요. 그것도 타이거 얼음통.. 이라니요.

그리고 와인잔...은 그냥 구색만 맞춘 거군요.

하하하하. 그렇지만 내가 고급 레스토랑에 온게 아니라 동네 술집에 온거니까. 와인을 따라 마시고 있는데 스테이크가 나왔다. 아니 그런데,

오케이. 내가 많이 기대한건 아니었어. 그래서 괜찮아. 아 임 오케이. 하여간 스테이크 나이쓰! 그렇지만,

미디엄 레어를 주문했는데 굽기 무슨일이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한테 굽기 재차 확인했고, 주문서에도 미디엄 레어라고 되어있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웰던입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렇지만, 저렴하게 먹는거니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불만갖지 않고 씹어먹기로 했다. ㅋㅋ 잘 먹었다. ㅋㅋ 그리고 와인 남겨서 가져왔다. 호텔 들어오기 전에 편의점 들려서 컵라면 사가지고 2차 하고 있다. 하- 고기 후에 라면은 진리..

컵라면 작은거 사려고 했는데 편의점에 있는 작은 컵라면은 모두 다른나라 제품 같았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큰 거 사서 후루룩 후루룩 먹고 있다.
식당에서 밥을 먹고 나왔을 때, 뜨거운 공기와 냄새가 확 몰려왔다. 보통 동남아에 가면 이 온도와 냄새가 훅 다가오는 편인데, 싱가폴은 아니었다. 그래서인지, 이 분위기에 또 기분이 좋아졌다. 공항 화장실은 냄새가 나서 당황했는데, 왜냐하면 보통 어느 나라를 가도 공항 화장실은 최상인 편이니까, 그런데 여기서는 공항 화장실이 냄새가 나더라. 택시를 타고 호텔로 오면서 '흐음, 여기에 오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겠다' 싶은 친구들이 몇 명 생각났다. 그런데, 나는 너무너무 좋다. 나는 그냥 다 좋다. 거기가 어디든, 도착하는 내내 너무 좋고, 도착하고 나서도 너무 좋다. 지금도 너무 좋다.
바다 앞의 호텔인데 내 룸은 시티뷰 이다. 이것도 너무 좋다. 나는 혼자 호텔에 묵을 때 도시뷰를 선호하는 편이다. 도시뷰에서 커튼 활짝 저쳐두고 잠을 자는게 진짜 끝내준다. 도시의 야경은 나에게 릴렉스를 준다.
아, 그러니까 생각났는데, 아까 동생들이랑 톡하다가, 내가 얼마나 매서운 사람인지를 얘기했더랬다. 사주명리학으로 보든 엠비티아이로 보든 하여간 뭐로 보든 나는 한 번 돌아서면 얄짤없는 사람으로 나오는데, 그건 그런데 정말 사실이다. 보통 나는 화도 잘 내지 않고 사람을 미워하지도 않는데, 만약 이런 내가 누군가를 미워했다? 그러면 그건 돌이킬 수가 없다. 그건 그사람 잘못이다. 하여간, 최근에 이런 일이 있어서 동생들하고 얘기 하다가 내가 이런 사람이라고 대화를 했단 말이지. 그런데..

레스토랑에서 이 톡 받고 육성으로 터졌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내 남동생은 진짜 세상에서 제일 웃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얘는 진짜 너무 웃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자정이 넘었고, 호텔 밖의 도시는 여전히 환하게 불이 밝혀져 있고, 노랫 소리가 들리고, 차들이 지나가는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나는 이런게 너무나 너무나 너무나 좋다!!!!!
아, 아까 공항에서 택시 타려고하는데, kfc 가 아니라 켄터키 후라이드 치킨 봤다. 나중에 집에 갈 때 여기 가봐야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