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은 일이고, 매력은 매력이다.
Deveraux said, 'It could b a Remington .223,' which was kind of her. Then she took it from me. Her nails felt sharp on the skin of my palm. It was the first time we had touched. The first physical contact. We hadn't shaken hands when we met. -p.165
데버로가 말했다. "223 레밍턴일 수도 있잖아요." 그 배려심 많은 여자가 내 손바닥 위에 있던 탄피를 잡았다. 손바닥 피부에 닿은 그녀의 손톱이 찌르르하게 느껴졌다. 그녀와의 첫 번째 접촉이었다. 첫번째 신체적 접촉. 우리는 처음 만났을 때 악수도 하지 않았었다. -전자책 중에서
마을에서 살인사건이 또 발생했고, 마침 함께 있었던 데버로와 잭 리처는 현장에 같이 간다. 시체를 보고 주변을 살펴보는데, 그 때 잭 리처는 탄피를 발견한다. 레밍턴은 민간인도 사용할 수 있는 총이고 나토는 군대에서만 사용하는 총이다. 두 총알은 구분하기가 힘들지만, 그러나 그동안 훈련된 감각으로 리처는 그것이 나토라는 것을 알게된다. 총알이 발견되었음을 말하자, 군인 출신인 데버로는 잭 리처가 생각했던 것과 꼭같이 그거 레밍턴일 수도 있겠지, 하면서 총알을 살펴본다. 그러기 위해서 잭 리처 손바닥에서 총알을 가져간다. 한글책은 '손바닥 피부에 닿은 그녀의 손톱이 찌르르하게 느껴졌다'고 한다. 다분히 성적이다. 그러나 원서에서는 Her nails felt sharp on the skin of my plam 이라고 한다. 직역하면, 내 손바닥위에 그녀의 손톱이 날카롭게 느껴졌다 인데, 영어 문장으로만 보면 나는 전혀 성적인 걸 모르겠다. 손톱이 길었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나 다음 문장이 The first physical contact 라는걸 보면, 여기에 성적인게 있었나? 라는 추측은 할 수 있겠다.
접촉이란 무엇인가.
신체적 접촉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손톱이 찌르르하게 느껴지는건 무엇인가.
사실 손톱이 등을 할퀴는 것도 아닌데 손바닥 위에서 찌르르 느껴질 건 또 뭐란 말인가.. 싶지만, 성애의 대상이라면, 그 가능성을 품고 있다면 또 느낄 수도 있는게 아닌가 싶다. 그러니까, 나는 신체적 접촉을 싫어하는데, 졸라 싫어라 하고 신경이 곤두서는 편인데, 당연히 내 마음이 풀어진 대상에 대해서라면 다르다. 이건 사람들이 다 마찬가지일 거라고 생각한다. 세상에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의 신체적 접촉을 기꺼워할 사람이 어디있겠는가. 그런데,
바야흐로...
됐다.
하여간 오래전에, 그를 처음 만났을 때, 한여름이었고, 나는 반팔을 입고 있었고, 나는 상대에게 내가 호감을 느끼고 있다고는 전혀 생각도 하지 않았고, 내 머릿속에서는 '일단 오늘은 만났으니 시간을 보내고 이제 집에 가면 다시는 안만나면 돼' 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더랬는데, 우리가 함께 길을 걷다가, 그러니까 삼겹살에 소주를 먹고 이제 맥주를 마시자고 이동하다가, 길에 차가 왔고, 그러자 그가 나랑 자리를 바꾸면서, 내 드러난 팔에 손을 댔는데, 그런데 그 때 그게 싫은게 아니라, 이 새끼 뭐지?? 남자야?? 이렇게 되어가지고 ..... 내가 나한테 당황을 했더랬는데, 왜 이렇게 딱히 의미 없는 행동에 내 심장이 바운스 바운스 하는거야? 했는데, 이 새끼 이거 다분히 의도적이었던거고, 그래서 그것이 첫 접촉이었지만 그 날의 마지막 접촉은 아니었으니...(29금)
내가 그런 경험을 갖고 있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야, 손바닥에 손톱 닿았는데 찌르르하기.....
아니다, 내가 그거 경험한 적 없다고 그럴 리 없다고 생각하면 안되는거지. 잭 리처 호르몬 뿜뿜해서 '나도 이럴 줄 몰랐는데, 손톱에도 반응이 오더라고!' 이럴 수도 있지. 미래는 예측불허 그리하여 생은 의미를 갖는 것이고, 남들이 뭘 느꼈던 내가 아닌데 내가 함부로 '그건 아니지' 할 수도 없는 것이지. 그래, 느껴라 잭 리처, 손톱에서도 느껴라. 손바닥이.. 그래 성적일 수 있지. 생각해보니까 성적일 수 있어. 맞아. 그럴 수 있어. 그러고보면 나도...
그만두자, 이런 얘기는.
나는 학생이야. 성적인 생각은 금물! 내 머릿속에 공부만 가득해야 해!! 성적인 생각 하지 않긔!!!!!
아까 인스타에서 보니까 어느 연구에서 여성들이 술을 많이 마시면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증가한다는 걸 알아냈다고 하는데, 내가 술을 많이 마셔서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좀 많은 것 같다. 그냥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자, 다시 잭 리처도 돌아가면,
두번째 신체 접촉도 발생했다.
데버로와 함께 수사하는 과정에서 잭 리처가 무얼 발견해서 갑자기 걷다가 멈추게 됐고, 잭 리처 뒤에서 잭 리처를 따라서 걷던 데버로가 무방비 상태에서 갑자기 멈춘 잭 리처의 등에 부딪쳤던 것. 그걸 잭 리처는 두번째 신체적 접촉이라고 생각한다. 음 그래.. 알겠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잭 리처 번역서 읽기가 너무 재미있다.
원래 계획은 번역서 29 원서 29 번역서 30 원서 30 이렇게 읽을라고 했는데, 번역서 읽다 보니까 너무 재미있어서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해가지고 지금 번역서 챕터 43을 읽고 있다. 뭔가 이상한데? 하면서 잭 리처가 찾아내는게 흥미로운거다. 왜 뭔데, 뭔데 이러면서 따라 읽다보니 어느새 데버로랑 저녁 식사 데이트를 하게 되고, 치즈 버거 먹으러 갈건데 데버로 예쁘게 차려 입고 향수 뿌리고 힐 신고 나왔어. 아무튼 그래가지고 챕터 43에서 섹스를 하는거다. 넘나 재미지네. 1997년이었고 그들은 둘다 서른여섯이라고 했다. 게다가 둘다 군인출신이다. 멋져..
아무튼,
그녀도 나도 이 방면으로 상당한 조예가 있었다. -전자책 중에서
그렇다고 한다... 원서 읽기 지루하신 분들, 조금만 참아요. 나도 아직 여기까지 못가긴 했지만, 챕터 43에서 얼레리 꼴레리 합니다. 껄껄.
그런데 내가 흥미로운 부분, 아 좋네, 했던 부분은 사실 따로 있다.
마을에서 벌어진 연쇄 살인 사건으로 사망한 여자의 남동생을 잭 리처가 만난 부분이다. 소년은 열여섯살 정도 되어보였고, 너무나 아름다웠던 누나와는 달리 지독하게 못생긴 아이었다.
He had lucked out with the genetic lottery. That was for damn sure. He was nothing like his sister. Nothing at all. He had fallen out of the ugly tree, and hit every branch. He had a head like a bowling ball, and eyes like he finger holes, and about as close together. -p.173
유전자의 행운이 비껴간 생김새였다. 정말이었다. 자기 누나와는 전혀 닮은 데가 없었다. 단 한 군데도. 높은 나무에서 떨어진 것 같았다. 그것도 가지마다 다 부딪치면서. 머리가 볼링공만큼 컸다. 그 공의 손가락 구멍처럼 퀭한 두 눈이 서로 바짝 붙어 있었다. -전자책 중에서
나무에서 떨어진 것 같았는데 그것도 가지마다 다 부딪치며 떨어진 것 같다는 묘사에서, 와 어떻게 이렇게 쓰냐 하면서 웃었는데, 사실 이 소년은 자기 누나가 죽고 공허한 상태였으며 너무나 못생긴 외모로 친구 하나 없었다. 사람들은 이 아이를 기형아라고 불렀다. 잭 리처는 죽은 누나에 대해 물어보기 위해 소년과 대화를 시도한다.
'No one ever talks to me about anything.'
'Why not?'
'Because I'm deformed. They think I'm slow, too.'
'Who says you're deformed?'
'Everybody.'
'Even your mom?'
'She doesn't say it, but she thinks it.'
'Even your friends?'
'I don't have any friends. Who would want to be friends with me?'
'They're all wrong.' I said. 'You're not deformed. You're ugly, but you're not deformed. There's a difference.'
He smiled. 'That's what Shawna used to tell me.' -p.195
"나하고 얘기하려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
"왜지?"
"내가 기형아니까요. 사람들은 내가 머리도 나쁘다고 생각해요."
"네가 기형아라고 누가 그러든?"
"모두가 그래요."
"너희 엄마도?"
"그러헥 말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생각하는 게 틀림없어요."
"네 친구들도?"
"난 친구가 없어요. 나 같은 애하고 누가 친구하고 싶겟어요?"
"그들 모두 틀렸어. 내가 말햇다. "넌 기형아가 아니야. 얼굴은 좀 못생기긴 했지. 하지만 기형은 아니야. 큰 차이가 있는 거라고."
소년이 웃었다. "누나가 내게 항상 하던 말이에요." -전자책 중에서
나는 잭 리처가 저기에서 소년에게 '네가 얼마나 잘생겼는데' 라고 허튼 소리를 하지 않아서 좋았다. 거기서 소년에게 너에겐 너만의 고유한 잘생김이 있어, 너도 잘생겼단다 등의 말을 하면 듣는 소년도 개뻥인거 다 알테니까. 너 못생기긴 했지만 기형은 아니야, 그건 달라, 라고 사실 그대로 말해준게 좋았다. 그런데 제일 좋은 건, 다음 부분이었다.
I said, 'You should join the army. You'd look like a movie star compared to half the people I know. You should see the guy that sent me here.' -p.195~196
내가 말했다. "군에 입대해라. 거기선 너보다 못생긴 사람들이 절반이 넘어. 너 정도면 완전히 영화배우야. 날 여기로 보낸 사람의 얼굴을 네가 봤어야 하는데." -전자책 중에서
군에 입대하라고 말해줘서 너무 좋았다. 그러니까 군인이 되라고 했다는 거 자체가 좋다는게 아니라, 사람들이 나를 모자라다고 생각하고 머리도 나쁘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소년에게 하나의 가능성을 제시해주었기 때문에 좋다는 거다. 아, 내가 친구도 없고 사람들이 부족하다고 하지만, 그런데 군인이 될 수 있겠구나! 라는 가능성을 생각해볼 수 있게 되어서, 그게 너무 좋은거다. 나는 이런게 좋다. 가능성을, 그러니까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길을 알려준다는 것 말이다. 이래서 자라나는 아이들 주변에 좋은 어른이 많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이가 하나만 보고 하나만 생각하지 않을 수 있도록, 더 많은 가능성과 길을 보여줄 수 있도록 말이다. 다양한 어른을 좋은 어른을 계속 접한다면 아이의 세계도 넓어질테고 가능성도 무수히 많아질테니 말이다. 나는 내 인생에 다른 길을 제시해줄 수 있는 어른이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아주 자주 생각해왔지만, 이제는 벌써 이렇게 나이 들어버렸고 이제는 그런 생각보다는, 내가 누군가에게 다른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이 되자고 생각하고 있다.
소년의 아빠는 없고 소년의 집은 가난하고 소년의 엄마는 마을 bar 청소를 하고 소년의 누나는 죽었다. 그런데 누나의 죽음을 수사하기 위해 잠깐 마을에 들른 어른 남자가 '너는 군인이 될 수 있어' 하고 말해준거다.
브루스가 물었다. "그들이 정말로 나를 받아줄까요?"
"그들이라니?"
"군대요, 군대. 그들이 날 받아줄까요?"
"너 혹시 전과가 있니?"
"없어요."
"어떤 식으로든 경찰에 체포된 적은 있어?"
"없어요."
"그렇다면 그들은 당연히 너를 받아줄 거야. 네가 나이만 된다면 오늘이라도 당장."
"다른 병사들이 날 놀려댈 거예요."
"아마 그럴 거다." 내가 말했다. "하지만 네가 생각하고 있는 그 이유 때문은 아니야. 군인들은 그렇지 않아. 그들은 다른 이유로 널 놀릴 거야. 네가 지금까지 생각하지 못했던 이유."
"군대에 가면 항상 철모를 쓰고 다닐 거예요."
"네 머리에 맞는 게 있다면."
"그리고 야시경도요."
"폭탄 제거 팀의 모자가 어울리겠구나." 나는 폭탄 제거가 군인들의 일상 업무 가운데 하나가 될 날이 다가오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사실을 입에 올리지는 않았다. 군대 갈 꿈에 부풀어 있는 소년을 기죽일 필요는 없었다. -전자책 중에서
나는 잭 리처가 좋다.
나는 잭 리처가 정말 좋다.
원서도 번역서만큼 신나게 읽히면 좋겠는데, 군대 용어가 너무 많이 나와서 걍 눈으로만 보고 있다. 지금 원서는 챕터 38 읽고 있다. 세상에, 아직도 절반도 못읽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