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마지막 키스

어제는 금요일이었고 에릭과 존이 술을 마시러 우리 동네 마트에 오는 날이었다.

그들은 매주 금요일에 그곳에 오니까 나에게도 언제든 금요일이면 와서 같이 마시자고 했던 터다. 나는 그래서 지난번에 함께 만나 즐겁게 술을 마셨더랬다. 그 얘기는 브런치에서 했다. https://brunch.co.kr/@elbeso77/124


나는 그때 즐겁게 그들과 시간을 보냈고 게다가 그들이 술이며 안주며 다 사주었기 때문에 고마운 생각을 갖고 있었다. 나도 어떻게든 보답을 해야지, 라고 생각했다가, 지난번 한국에 들어갔을 때 그들에게 주기 위해 맥심커피를 사왔더랬다. 에릭이 한국드라마 보면 맥심커피 자주 나오는데 이곳에서는 팔지 않는다는 얘기를 그때 만남에서 했던게 생각났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에게 하나씩 주기 위해 50개짜리 두 박스를 사왔고(100개짜리 너무 무거웠던 부분;;) 친구가 오면서 사준 플라스틱병에 담긴 소주도 하나씩 챙겼다. 어제가 금요일이고 그들은 보통 네시반이면 와인 마시러 오기 때문에, 나는 그들을 만나러 가야지, 라고 생각했지만, 하- 진짜 이번 한 주 너무 빡세서.. 집에 오니까 나가기가 싫었다. 잠깐 드러누웠다가 눈을 떠보니 내가 기절한듯 잠들었었고 다섯시가 넘어있었다. 아, 에릭하고 존에게 커피 주러 가야지, 하고 옷을 갈아입고 나서 거울을 봤는데, 누가 봐도 자고 일어난 얼굴이었다. 이불이 무늬가 있는데 그 이불 무늬가 내 얼굴에 그대로 찍혀있었....


나는 다시 옷을 벗었다. 다음주 금요일에 가자. 나는 내 밥이나 먹자.

그렇게 나는 파김치를 담갔다. (네? 결론 왜이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파김치가 너무 먹고싶은데, 이곳에서도 사려면 살 수는 있는데, 나는 한국에서도 파김치는 안사먹었단 말이야. 사먹는 파김치는 내가 담근 파김치처럼 맛있지가 않아. 그래서 이곳에서도 사려면야 살 수는 있었겠지만, 살 의욕은 전혀 없었고, 내가 이럴 때를 대비해 지난번 한국 들어왔을 때 참치액을 가져왔으니 한 번 만들어보자 싶었다. 그래서 만들었다. ㅋㅋㅋㅋㅋ고춧가루와 젓갈로 끝내버림 ㅋㅋ



존맛탱이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여러분 파김치는 만들어먹자. 내가 이건 조만간 브런치에 좀 자세히 쓸테니 그것 보고 만들어 드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리고 친구가 가져다준 소주를 또 꺼냈다. 하아- 



학교 끝나고 집에 오면서 삼겹살 사왔었고 ㅋㅋ 김치찌개는 전날 만들어둔거였고, 이렇게 소주랑 한 상 차려서 하릴없이 유튜브 틀어놓고 ㅋㅋ 김숙이랑 이국주 꺼 봤다 ㅋㅋ 그러면서 소주 마시면서 고기 먹고 파김치 먹고 김치찌개 먹고 ㅋㅋ 배가 터지는 줄 ㅋㅋㅋㅋㅋㅋ그래서 소화를 시켜야겠고, 그런데 시간을 보니 8시였어. 흐음. 외출을 더이상 할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짧은 머리 다 묶어서 엉망인데, 에릭하고 존 만나고 올까? 하고 옷을 갈아입고 커피를 챙겼다. 있으면 주고 없으면 오고 여하튼 내 목적은 조금 소화시키는거다. 해가지고 머리 엉망에 얼굴 못생기면 뭐 어때, 그래도 이게 난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도 몰라~ 이러면서 나갔다.


마트에 도착하니 저기 에릭과 존이 보이는데 다른 사람들과 얘기중이었다. 흐음. 그냥 갈까 주고 갈까 좀 마트 안에서 방황하다가, 아 빨리 주고 돌아가자 싶어서 그들에게 가서 알은체를 했다. 아니 그런데 다른 사람하고 얘기중이었던 에릭과 존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면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 돌아왔네!"

"너 돌아왔어!"


이러면서 호들갑 호들갑을 ㅋㅋㅋㅋㅋㅋㅋㅋㅋ개웃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들의 호들갑에 기분이 좋아졌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러자 그들은 대화중인 사람들을 가리키며, '너를 만난것처럼 이 사람들도 오늘 여기서 처음 만났어. 그리고 그들에게는 나를 가리키면서 그녀는 한국인이야, 아까 얘기했지' 막 이러는거다. 그러면서 내 얘기 했다고, 나 언제 돌아오는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래서 존은 돌아왔을 거라고 했고 에릭은 언제 돌아오는지 모르겠다고 했는데, 나한테 언제 돌아왔냐고 해서 2주전에 왔다니까 존이 '거봐 내가 그랬잖아, 돌아왔을 거라고' 막 이러고 ㅋㅋㅋㅋㅋㅋㅋㅋ그러면서 '술 같이 마시자' 하는데, 내가 오늘 너무 기빨리고 에너지도 없어서 그럴 의욕이 없었으므로 '아니야 나는 갈거야, 나는 단지 너네들을 만나기 위해 왔어' 했더니 오 너무 고마운 말이라고 했다. 나는 그들에게 가져온 맥심 커피를 건네면서 '이건 너네 주는 선물이야, 한국에서 가져왔어' 했다. 그들은 너무나 고맙다고 여러번 말했다. 존은 이러지 말라고도 했다. ㅋㅋ 에릭은 존에게 '내가 지난번에 한국 드라마에 맥심 커피 많이 나온다고 얘기했잖아' 했다. 그렇게 그들과 잠깐 얘기하고 이제 간다고 했더니 존이 너 진짜 와인 안마시고 갈거냐고 해서 응, 나 너무 바빠, 새 학기가 너무 힘들어, 했다. 그랬더니 알겠다고, 그러면 다음주에 오라고 했다. ㅋㅋㅋㅋ 나는 아마 다음주에도 못갈것 같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사실 그들을 만나기 전에는 만나서 내가 과연 영어로 대화를???????????? 하는 생각을 하게 되므로 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무튼 다음에 보자, 이러면서 나는 집으로 향했다.


그런데 이 잠깐동안의 시간이 내 기분을 좀 끌어올려주었다. 그들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너 돌아왔네! 이러면서 호들갑을 떨어준게 너무 반가워서 그랬던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이랑 대화중인데 내가 말걸어도 될까, 싶었는데 ㅋㅋ 너무 호들갑 떨어줌. 그러고보면 호들갑 떠는 사람을 나는 좋아하는 것 같다. 맛있는 거 먹으면서 호들갑 떠는 사람이 좋고, 나 좋다고 호들갑 떠는 사람이 좋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갑자기 생각난다. 타미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에 거기가 어디냐, 이태원 쪽에 뮤지컬 보러갔었는데, 뮤지컬 시작 전에 큰 빵집에 들어갔더랬다. 그런데 타미가 막 흥분하면서 좋아하는거다. 그래서 내가 타미에게 '타미야 흥분하지마' 이랬는데, '이모가 더 흥분했거든? 이모나 흥분하지마!' 이래가지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내가 좀 빵집 구경 좋아하고 빵집 가면 흥분하는 타입이긴 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여간 에릭과 존의 호들갑 때문에 기분이 좀 나아졌지만, 그렇다고 다른 사람하고 이야기를 나눌 에너지가 남아있지는 않아서 집에 왔다. 



오늘은 집주인들이 방문했다. 천장 등 때문이었다. 며칠전에 내가 등을 셀프로 갈았는데, 


https://brunch.co.kr/@elbeso77/128


하나가 더 나갔고 그건 내가 갈 수 없었다. 그래서 관리실에 얘기하니 집주인에게 말하라고 그들이 도와줄거라고 했다. 그래서 집주인 부부가 방문했던거다. 그들과 잠깐 이야기를 나누는데 싱가폴에 어느정도 익숙해졌냐, 먹었던 음식중에 좋았던 건 있냐, 해서 내가 바쿠테라고 했더니 ㅋㅋㅋㅋㅋㅋ둘다 너무 놀라면서, 아니 대부분의 젊은 사람들은 그걸 안좋아하는데 너는 그걸 좋아하네, 놀라운 답변이다, 해서 다같이 웃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다가 너 실내에서 슬리퍼 안신냐고 해서 어 나 슬리퍼 없는데 했더니, 중국에서는 콘크리트 바닥이 body 에 안좋다고 했다. 천장에서 에어컨 바람이 불어 차가운데 콘크리트 바닥까지 차가우니 몸에 안좋다고, 나에게 슬리퍼를 신도록 하라고 했다. 그래서 내가 알겠다고 했다. 그런데 슬리퍼 살 생각은 없다. 나는 가난한 유학생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제 학교 스태프랑 이야기할 일이 있었는데 나에게 '네 자식 때문이냐, 너 때문이냐' 물었다. 하아- 나 때문이라고 했는데.. 아시아 사람들은 내 나이를 짐작을 참 잘한단 말이야? 내가 이 학교에 다닐만한 자식을 둘, 그런 나이로 보이는거지. 실제로 지난번 몽골인 엥크리는 내 나이를 정확하게 맞추기도 했고. 그런데 서양 사람들은 내 나이를 잘 짐작도 못하고, 말해봤자 크게 신경도 안쓴다. 앤드류도 그랬고 독일인 가족들도 내 나이가 몇인지 상상도 못했더랬다. 그래서 나는 서양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 나이 짐작도 못하는 사람들과 만나고 싶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내 나이 정확하게 맞히는 사람 만나기 싫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여간 피곤한 한주였고 오늘은 좀 많이 쉬어야겠다.


제임스 읽기 전에 읽으려고 집에서 [허클베리 핀의 모험] 가져왔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 아직 안읽었단 말이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런데 잠자냥 님이 내 미래를 예측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결국 허클베리 안읽을 거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래는 예측불허, 그리하여 생은 의미를 갖는것. 나는 읽을 것이다. 그런데 오늘은 말고. 피곤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과연 다락방의 미래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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