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페이퍼에 '밥상에 단백질이 안보여서 슬프다'는 댓글이 달렸는데, 휴, 어제는 이것저것 쇼핑해도 계란을 살 에너지가 없었다. 오늘은 드디어 마트에 가서 계란을 샀다! 그래도 아직 계란으로 프라이를 한건 아니고, 오늘은 다른 슈퍼를 한 번 가볼까, 하고 다른 슈퍼마켓을 갔다.
점심에 잡채를 만들어먹어야지 생각하던 참인데 참기름을 사고 싶었거든. 그래서 참기름이 있으려나, 하고 보니 저기 위에 있다. 제일 앞에 있는건 누가 가져간건지 그 뒤의 걸 내가 꺼내야 하는데, 내가 까치발로 간신히 손가락 터치만 되고 잡을 수가 없는거다. 뭔가 건드려서 옆으로 밀어 꺼내고 싶어도 옆에는 다른 병들이 가득해, 괜히 꺼낸다고 애썼다가 옆의 다른 병들을 깰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안되겠다, 직원에게 꺼내달라고 하자, 하고 주변을 살피는데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없다. 나보다 키가 큰 사람이라면 일단 무조건 해달라고 해야겠다 하고 다시 주변을 보니 나보다 키가 훨씬 커보이는 아시아인 남자가 핸드폰을 보고 있다. 나는 그에게 다가가서 실례한다고 말한뒤, 나 좀 도와줄 수 있냐고 물었다. 그는 뭐냐고 물었고 나는 나를 좀 따라오라고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참기를 매대로 가서 저 위의 참기름 가리키며, 이것 좀 꺼내줘, 내가 손이 안닿아, 하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 남자가 갑자기 빵터져가지고 소리내서 웃으면서 꺼내줬다. 나는 땡큐 베리 머치라고 했다. 언제나 어디서나 먹을걸 놓치지 않아요!!
그러나 결정적으로 그 참기름을 사지는 않았다. 그건 pure sesame oil 이었는데 채경이가 이건 약간 샐러드 드레싱 용으로 어울리는 거라는거다. 한국 요리에 넣고 싶은거라면 toast sesame oil 을 사야한다고. 슈퍼마켓에 물론 toast sesame oil 도 있었지만, 이건 만원 훌쩍 넘어가게 비싸. 물론 참기름은 한국에서도 비싸긴 하지만, 내가 6개월간 있으면서 이 참기름을 얼마나 사용한다고.. 나는 가난하니까, 나는 가난한 유학생이니까 .. 그래서 참기름을 패쓰했다. 내가 본 잡채 레시피에는 올리고당도 넣으라고 되어있는데, 올리고당이야말로 사면 얼마나 쓰겠나. 그래서 안넣기로 했다. 결국 양념장은 간장, 설탕, 식용유, 다진마늘이 전부였던건데, 그렇게 잡채를 만들어 맛을 보니 아주 맛있진 않았지만 먹을만했다. 야채도 다 사기가 부담스러워서 버섯과 시금치만 넣었더니 수분기가 덜하더라. 다음엔 양파도 넣어야지 생각했다. 색깔이 너무 진해서 '이거 너무 짠거 아니야?' 걱정했는데 전혀 짜지 않았다!

으하하하하하하.
오늘 아침에는 카레를 해먹었다. 당면도 한국에서 가져왔지만 카레여왕도 하나 가져왔거든. 당면과 카레여왕을 하나씩밖에 가져오지 않은게 너무나 슬프다... 더 가져왔어야 하는데 ㅠㅠ

냄비를 큰거 산게 아니라서 카레를 절반만 만들자고 했더니 물 조절을 못해서 스프처럼 되어버렸지만 그래도 꿀맛이었다. 카레에 들어간건 감자랑 버섯, 버터이다! 버터는 못참지! 껄껄.
내가 오늘 이렇게 아침과 점심을 해먹으면서, 아 역시 요리 되는 집에서 혼자 살기를 잘했다고 계속 생각했다. 어떻게 매끼니를 사먹고 살아, 나는 그렇게 못해. 카레도 냉장고에 넣어두었고 밥도 냉동실에 있다.
아침먹고 동네 탐방하다가 호커센터도 발견했다. 나이스! 해먹기 싫은 날이면 호커센터 와서 먹자. 그런데 어쩐지 나는 그냥 계속 해먹을듯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젯밤에 자기 전에 인스타그램을 보는데 갑자기 섹시마사지 영상들이 재생됐다. 흐음.. 인스타가 왜 이런걸 내게 보여주지? 내가 뭐했길래 이걸 보여주지? 하다가 불현듯 깨달았다. 아! 앤드류랑 나눈 대화 때문이구나.
앤드류는 아시아에 여행갔다가 마사지를 받았던 경험에 대해 말해주었던거다. 마사지를 받으러 갔는데 마사지사의 옵션 중에 섹스가 있어서 너 섹스 할래, 물었다는 것. 앤드류는 고민하다가 그걸 선택하겠다고 말했는데, 그 후에 마사자사의 터치를 받자 너무 불편해져서 다시 못하겠다고 했단다. 선택하지 않겠다고. 자신과 친밀한 사람이 아닌데 친밀한 신체적 접촉을 한다는게 잘 받아들여지 않았다는거다. '하려고 했었는데 할 수가 없었어' 라고 했다. 그 이야기를 왜 내게 하느냐고 하니, 내가 준 글을 읽어가지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말이 하고 싶어졌단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 글은 이것이다 https://blog.aladin.co.kr/fallen77/13639104
그의 이야기를 다 듣고 나는 그에게 말했다.
You didn't.
그러자 그가 말했다.
I didn't.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그래가지고 내가 야밤에 갑자기 섹시 마사지 영상을 보게되었다는... 흠흠..
아 근데 아침에 카레 먹고 점심에 잡채 먹고... 내가 싱가폴 와서 느낌적 느낌으로 살이 빠진 것 같았다. 몸무게를 재본 적은 없지만, 진짜 너무 고생을 해가지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 육체적 정신적 고통이 진짜 말도 못해 ㅠㅠ 밥이 잘 안넘어갔어. 그런데 이렇게 오늘 아침, 점심 해서 잘 먹는 나를 보면서, 아, 다시 바로 다 찌겠구나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무튼 그러니까 아침에 카레 점심에 잡채 먹었더니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나 지금 너무 고기가 먹고싶네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스테이크 사다가 구워먹을까... 한식집 가서 사먹을까. 그런데 한식집 가서 사먹으면 넘 비싸요. 여기서는 메뉴에 20달러라고 써있어도 계산할 때는 서비스차지에 세금까지 붙어가지고 24달러 막 이렇게 내어야 한다. 대한민국 만세 만세!!
그나저나 책 읽는 법 까먹은 것 같다. 다시 책 읽는 시간을 가지도록 해야되는데.
친구나 동생들 온다 그럴 때 뭐 가져다 달라고 해야하는지 자꾸 생각한다. 참치.. ㅋㅋ 당면, 카레 ㅋㅋ 참기름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얘들아, 앤드류가 내게 보낸 톡 중 하나 볼래? 로맨스 소설이다.
I have some words to say how I felt when I was with you, sometimes I feel like I am not who I should be, or I am not how I should be, or I am not where I should be, but when I was with you last time I felt like I was in the right place.
I don’t know why I felt that way with you.
이거 로맨스 소설 쓸 때 넣어야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아.. 저녁 어떡하지. 사먹을까 스테이크 구워 먹을까. 집에 버터도 있는데... 칼도 있고 포크도 있고 김치도 있고... 왜이렇게 고기 먹고싶지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