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출근길, 양재역에서 사무실까지 정윤수의 도시극장 스페인편을 들으면서 걸었다. 스페인의 미술관과 화가들에 대한 이야기를 정윤수 교수와 김종엽 교수가 나누고 있었다. 가장 처음 등장하는 화가는 벨라스케스 였다. 그림을 잘 모르는 사람도 아마 벨라스케스 란 이름과 그가 그린 <시녀들>에 대해서는 알고 있을 것이다.

내가 이 그림을 처음 알게된 건 소설, [바르톨로메는 개가 아니다]를 통해서였다.
내가 읽은건 왼쪽 작품이었는데 지금은 오른쪽 책으로 개정판이 나와있는 것 같다.
어쨌든 이 책의 주인공은 글자 읽는 것도 익히지 못했던 난쟁이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초반에 그가 글자를 깨우치기 시작하는 부분을 아주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 그랬던 그가 그림을 알게 되고 그러면서 저 <시녀들> 그림이 나오는데, 하도 오래전에 읽어서 기억이 희미하지만, 저 그림속에 개 앞에 있던 인물이 이 책 속 주인공이었다... 라고 어렴풋이 기억하는데 아닐 수도 있다. 오늘 김종엽 교수는 벨라스케스가 궁정화가였고 계속해서 공주들이 자라는 것도 그려야하다보니 공주의 유전병에 대해서도 그리지 않을 수 없었다고 얘기했다. 그러니까 저 그림속 턱이 튀어나온 작은 인물은 유전병을 앓고 있는 공주라는 거였다. 내가 읽었던 책의 내용을 내가 잘못 기억하거나 아니면 책 속 지어낸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 하여간 저 그림은 엄청 유명하며 그것은 저 그림이 대단한 그림이기 때문이라는 거였다. 어떤 방향에서 바라봐도 나올 수 없는 그림이고, 그래서 결론은 보고 그린게 아니라 보지 않고 그린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팟빵에서는 나누고 있었다. 나는 그림을 잘 모르는 사람이기 때문에 아무리 그런 설명을 들어봤자 왜 대단하고 어떤 식으로 이해해야 하고 하는지를 잘 모르겠고, 아,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이 그림이 훨씬 더 대단한거구나, 라는 것만 생각할 뿐이다.
이 그림이 정말 대단해서 이 그림에 대한 해설도 많이 나온다는데 푸코도 이 그림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단다. 푸코가 이 그림의 구조에 대해 뭔가 얘기했다는데 그 일을 언급하며 김종엽 교수는 '그런데 저는 이 그림에 대한 푸코의 담론에는 동의하지 않고요' 라고 덧붙였다.
나는 이게 참 재미있었다. 어떻게 표현해야 될까. 재미있다가 적합한 표현일까?
그러니까 이런거다.
나는 벨라스케스도 그의 그림 시녀들에 대해서도 '벨라스케스의 시녀들' 을 들었을 때 저 그림이 딱 떠오르긴 하지만, 그러나 그 그림이 얼마나 대단한지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 이 그림을 그리기까지의 벨라스케스에게 일어난 일 혹은 그 당시에 처했던 상황 등등을 고려하면 정말 대단한 화가다, 라는 말을 들으면 그제서야 아 그런거구나, 할 뿐이다. 그런데 이 그림을 좋아하고 또 너무나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 공부도 하고 저마다의 생각을 공유하고 그리고 누군가가 했던 이야기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다는 것 까지, 이런 과정이 참 좋은거다. 나는 참여할 수 없는 주제의 이야기이긴 하지만 과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한 작품에 대해 사람들이 두고두고 이야기한다는 거, 이런거 너무 재미있지 않나. 예술을 진심으로 받아들이고 그에 대해 흥미를 갖고 대화를 하기도 한다는 거, 참 재미있는 일인 것 같다. 정윤수는 상대가 누구든 이야기를 할 때마다 호응을 참 잘해주는데 무엇보다 상대가 하는 이야기가 무엇이든 그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서 아- 하면 어- 해버리는데 진짜 대단한 것 같다. 하여간 스페인편 되게 재미있게 듣고 있다.
그래서 김종엽 교수가 썼다는 이 책을 사고 싶다... 네.....
토요일에는 오랜만에 일자산에 갔다. 제법 뛸 수 있는 코스들이 있어서 걷다가 뛰다가 했는데, ㅋ ㅑ ~ 토요일 오후부터는 비가 오긴 했지만 나는 아침에 가서 날이 맑았고 푸릇한 산은 아름다웠다.

난 왜이렇게 초록초록한 산과 나무가 좋을까.


돌아오는 길에는 아빠가 계신 생태공원도 들렀다. 들른 김에 한바퀴 돌았다.

오랜만의 생태공원도 참 좋았다.
천천히 걸어서 집으로 가면서 딸기모종도 사고(하나에 천 원!!) 아빠랑 둘이 뼈해장국도 먹었다. 사실 나는 집에 가서 라면 끓여벅고 싶었는데(전날의 과음으로 인해..) 아빠가 너무 나 밥사주고 싶어하셔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알겠다고 뼈해장국 먹자고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주말 동안 집에 있는 CD 를 정리했다. 알라딘에 총 네박스를 팔았다. 나머지는 다 매입불가라고 해서... 그렇게 하나씩 알라딘에 팔기 위해 바코드 등록하다보니, 나 이런 시디가 있었구나.. 하는 것들도 있더라. 좋아하는 가수들이니까 시디를 산거겠지만, 이제 더이상 시디를 듣지 않게 되었으니 계속 가지고 있는것이 무슨 소용인가 싶어 정리하기로 마음 먹고 싹 다 빼와서는 팔건 팔았고 나머지는 박스에 넣어두었다. 챗지피티한테 CD 기증하고 싶은데 어디에 할 수 있니 물으니 아름다운 가게랑 굿윌스토어를 말해주길래, 나는 굿윌스토어에 기증하기로 했다. 이렇게 집에서 CD 를 훅 들어냈는데도 집이 깔끔하지 않은건, 왜죠?
책을 샀다.

[그녀를 지키다]는 신간 소개 보다가 충동적으로 사버렸다.
[종의 기원]은 사고 받자마자 조금 후회했다. 사지말걸 하고. 정유정 작품 예전에 읽어보고 정유정 이제 안읽을래 했었는데, 이 종의 기원이 싸이코패스 로 태어난 자의 이야기라고 들어서 오, 어떤 이야기일까, 하고 샀는데 막상 박스에서 꺼내드니까 갑자기 읽기 싫어짐..
[무한정의]는 읽고 재미있으면 남동생 빌려줄라고 샀다.
[혼모노]도 알라딘에서 평이 좋아서 샀는데 받자마자 금세 읽었고 재미있었다. 이 작가의 작품은 앞으로도 계속 읽어봐야겠다.
[마드리드 산책]은 정윤수의 도시극장 듣다가 급박하게 샀다. ㅋㅋ
[빙하곁에 머물기]는 읽고 지구과학 좋아하는 조카 줄라고 샀는데 요즘 조카는 책을 안읽어요.. (먼 산)
[지진새]는 넷플릭스에 영화가 있다길래 책으로 읽어볼라고 샀다. 그런데 이 책 무슨일인지 정가 75% 할인을 하더라고요? 3,150 원에 샀다. 무슨일이야... 왜그래, 왜.....
하루키의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한글판으로 이미 두 번이나 읽은 책이기는 한데, 알라딘의 다정한 분들이 이 책을 영어책으로 보시더라고요? 급궁금해져서 샀다. 이미 한글판 읽은 책이니 좀 읽기 수월하지 않을까, 하고 샀고 그래서 받자마자 펼쳤는데, 저는 또 후회를 하게 됩니다. 사지말걸... 못읽겠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 그리고 지금 듀오링고까지 영어공부 한 시간이 얼만데 못읽겠어..............
후 워즈 시리즈 콜럼버스는 정윤수의 팟빵 듣다가 또 충동적으로 구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내가 싫다 진짜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주말동안 CD 다 꺼내서 정리하면서 '그냥 책도 싹 다 정리해버릴까' 라는 생각을 잠시간 했다. 회전책장 산지 얼마나 됐다고 다시 방바닥에 책이 쌓이고 있습니다. 얘들아 , 나 좀 도와줘... 나 어떡해?
화요일이 흘러가고 있다.